1994년 서울 성수대교가 무너지던 때 한국 보통 가정 가정폭력을 마주한 '벌새'의 15세 소녀 은희.
살아 있는 전설 미국 연방대법원 86세 페미니스트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나는 반대한다)'.
뒤늦게 한글을 배워 시 쓰는 재미에 빠진 평균 나이 88세의 경북 칠곡군 할머니들 '칠곡 가시나들'.
대구여성영화제(Daegu Women's Film Festival)에서 이 특별하고도 평범한 여성들을 만난다. 대구여성영화제조직위원회·대구풀뿌리여성연대·영화진흥위원회는 오는 31일~내달 3일까지 나흘간 롯데시네마 프리미엄 칠곡·프리미엄 만경관에서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을 위하여'를 주제로 제8회 대구여성영화제를 연다고 24일 밝혔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북구에서 열다가 규모를 키워 올해부터 대구 최대 번화가 중구 동성로로 장소를 옮겼다. 라인업에 오른 장·단편 18편은 모두 무료 상영된다.
31일에는 세계 영화제 28관왕에 오른 독립영화 '벌새(감독 김보라)', 60세에 미 대법관에 올라 26년째 자리를 지키며 성차별에 맞서고 있는 긴즈버그 다큐멘터리 영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감독 벳시 웨스트·줄리코헨), 시 쓰는 할매들 '칠곡 가시나들(감독 김재환)'을 상영한다. 내달 1일에는 30년간 여성 HVI/AIDS(에이치브이아이/에이즈) 감염환자 치료·예방운동을 펼친 활동가들 삶을 비춘 '감염된 여자들(감독 해리엇 허숀)', 회사 여자 화장실 불법촬영을 막으려는 여성 인턴을 조명한 'BEHIND THE HOLE(비하인드 더 홀.감독 신서영), 가정폭력 피해자를 다룬 '연락처(감독 강지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한 간호사 경희에게 닥친 3교대를 그린 '3교대(감독 정서윤·이은경)'도 스크린에 오른다.
영화제 3일째인 오는 2일에는 여성주의 정당(政黨)을 주제로 한 '해일 앞에서', 베트남전에 참전해 희생된 따이한(한국군) 등 민간인 학살을 그린 '기억의 전쟁', 검열법에 저항한 미국 여성들의 뉴욕 거리 시위를 그린 '가슴노출을 허하라'가 상영된다. 마지막 날인 오는 3일에는 독박가사와 독박육아로 우울증에 걸린 영화 감독의 남편을 일상을 따라가는 '박강아름 결혼하다'와 한국전쟁 당시 김일성 체제를 비판하며 목숨을 건 소련으로 정치 망명을 떠난 북한 청년 8명의 일대기를 그린 '굿바이 마이 러브 NK(엔케이) : 붉은 청춘'을 포함해 주민영상제작교실에서 만든 3분~7분짜리 영상물 6편을 선보인다.
감독·배우와 관객대화 행사인 GV(지브이)는 11번 열린다. 정희진 여성학자의 '페미니즘, 영화, 서울의 문화권력' 특강을 비롯해 김서연 전자첼리스트의 개막공연과 김수경 소리꾼의 폐막공연도 펼쳐진다.
박경희 대구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를 매개체로 여성 삶을 이야기하고 여성 겪는 사회 문제를 소통, 공감, 성찰하는 대구여성영화제가 벌써 8회를 맞았다"며 "여러 영역 여성이 차별과 혐오에 저항하고 연대하는 모습이 작품에 잘 녹아난다. 많은 시민이 영화를 보고 변화에 함께 해달라"고 했다.
한편, 모든 작품은 무료상영되며 좌석표는 현장 선착순 발권이다. 자세한 내용은 대구여성영화제조직위 전화번호 053-311-9001이나 대구여성영화제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다음 블로그에 문의하면 된다.
<제8회 대구여성영화제 전체 상역작 일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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