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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구·북구청, '인권조례' 막차 타려다 보류...왜?

기사승인 2019.11.19  17:5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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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시 포함 8개 구·군 중 5곳 제정, 서구·북구도 늦게 입법예고→돌연 의회 안넘기고 잠정보류
"일부서 '동성애 조례' 항의글 도배...신중히 검토" / 국가인권위 "지역민 인권보장·증진, 지자체 의무"


 
 
▲ 대구시와 8개 구·군 인권조례 제정 현황(2019년 11월 18일 기준) / 자료 편집.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서구청과 북구청이 인권조례 막차에 타려다가 의회에 넘기지도 않고 돌연 제정을 보류했다.

서구(구청장 류한국)와 북구(구청장 배광식)는 각각 최근 입법예고한 '인권조례안'에 대해 "잠정 보류를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두 구청은 9월 말과 10월 초 집행부(구청장) 명의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헌법이 인정하고 대한민국이 가입하거나 비준한 국제인권조약·국제관습에서 인정하는 인간으로서 존엄·가치, 자유·권리를 보장하고 ▲인권침해가 발생하면 구제 조치를 취하며 ▲인권보장 증진정책·인권기본계획을 수립해 ▲인권교육 등을 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조례다.
  
입법예고 일로부터 20일 동안 시민 의견을 들은 뒤→구의회에 조례를 넘겨 해당 상임위 심의를 거친 뒤→의회 본회의에서 표결로 조례 제정을 결정 지을 예정이었다. 당초 두 구청 모두 큰 문제 없이 조례를 제정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서구·북구 모두 조례를 들고 의회 문턱도 밟지 못했다. 조례를 의회에 넘기지 않고 스스로 잠정 보류시켰다. 절차상 보류일뿐 사실상 조례 제정이 무산된 것이다.

의견 청취 기간 동안 각 구청에 특정 종교단체 회원들의 항의성 메일, 항의글, 항의전화 200~300건이 쏟아진 탓이다. 구청 홈페이지와 구의회 홈페이지에는 '인권조례 반대' 항의글로 도배가 됐다. A씨는 "인권조례는 동성애 조장·동성애 인권 옹호·동성결혼 합법화 조례다. 철회하라"는 내용의 글을 두 구청 홈페이지에 올렸다. 동시다발로 올라온 다른 글도 내용은 같았다. 앞서 지역사회에서 '청소년 인권조례', '아르바이트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 '양성평등 인권조례' 등을 제정하려고 할 때마다 등장한 반대 이유와 같았다. '인권'만 들어가면 '반(反)동성애'를 이유로 조례를 무산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 대구 서구청 홈페이지 게시판이 '인권조례 반대' 항의글로 도배됐다 / 사진.서구청 홈페이지 캡쳐
 
 

 
 
▲ "인권조례는 동성애 조례"...대구 북구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 / 사진.북구청 홈페이지 캡쳐
 
 


다른 지자체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최근 인권조례를 입법발의한 서울시 강남구청과 금천구청, 부산시 금정구청과 동구청, 동래구청 홈페이지에도 각각 '동성애'를 이유로 조례를 반대하는 글이 도배됐다.

하지만 인권조례는 2012년 서울을 시작으로 2018년 인천까지 전국 17개 광역시·도가 모두 제정했다. 기초단체도 제정하는 게 대세다. 대구만 봐도 대구시를 포함해 8개 구·군 중 5곳(중·동·남·달서구·달성군), 모두 6곳이 제정했다. 서·북구는 입법예고 후 불발됐고 수성구는 아예 움직임이 없다. 서울시도 25개 자치구 중 16곳, 부산시도 16개 구·군 중 11곳이 만들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2년 '인권기본조례 표준안'을 제시하고 지자체에 제정을 권유한 뒤 이제는 기본 안을 넘어 인권의 다양한 분야로 세분화된 조례가 제정되고 있다. 때문에 인권조례 막차에 타려는 기초단체가 최근 늘어나고 있지만, 마지막 꼭지를 따려는 상황에서 특정 단체의 반대로 예상치 못하게 인권조례 제정이 더뎌지고 있다.

서구청 총무과 한 관계자는 "국가인권위가 조례 제정을 확대하자고 제안했고 다른 지자체도 대부분 제정한 상태라서 내부 회의 끝에 입법예고했는데 예상치 못하게도 '동성애 조례'라며 항의글을 도배해 일단 신중히 검토하는 차원에서 잠정보류했다"고 설명했다. 북구청 총무과 한 관계자는 "일을 못할 정도로 반대하는 분들이 있어서 일단 시기를 두고 보자고 했다. 당분간은 어렵지 않겠냐"고 밝혔다.

조정희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 소장은 "헌법 제10조와 제11조는 인간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을 보장하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를 차별 없이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 이 기본권 보장의무를 져야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인권조례 제정은 지역민들의 인권보장과 증진을 위한 지자체 의무"라며 "인권조례는 인류 보편 가치인 인권의 지역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되어줄 것이므로 지역사회 차원의 인권제도화 구축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movie@pn.or.kr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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