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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의 죽음이 아직도 말하는 것들

기사승인 2019.11.26  18: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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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동 칼럼]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주위의 더 약한 존재들에 대한 관심과 공감으로"


 지난 11월 13일은 전태일이 스스로 세상을 떠난 지 꼭 49년이 되는 날이다. 그날을 전후하여 고인의 의로운 결단을 추모하는 여러 행사가 열렸다. 대구에서도 사단법인 전태일의 친구들이 주최한 토크 콘서트 등이 열렸다. 이 행사에서는 전태일의 두 여동생들과 마지막을 지킨 친구 그리고 청옥고등공민학교에서 전태일을 가르쳤던 대학생 교사 등이 나와서 전태일의 생전의 인간적인 모습을 회고하는 감동적인 시간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날 전태일의 정신은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라는 담화를 발표하셨다. 전태일의 죽음 이후 우리 사회는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지만 공정한 사회에 대한 갈망은 오히려 더 커진 느낌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는 하나의 목표이고 이를 향하여 나아가는 과정이 더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 전태일 열사와 전태일 열사의 진정서 / 사진 제공. 전태일재단(편집.평화뉴스)

 대저 사람은 자신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죽음을 두려워하며, 이것은 사회가 존립하고 발전하기 위한 필수조건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추모의 정을 가지는 위인들은 삶에 집착하여 죽음에서 도피한 것이 아니라 죽음을 자신의 삶의 완성으로 받아들였다. 소크라테스나 인간 예수는 국가권력과의 불화로 처형되었지만 이를 피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죽음을 받아들였다. 예수가 겟세마네동산에서 십자가의 고통을 앞두고 ‘죽을 만큼 고민’에 빠져 ‘이 잔을 거두어 달라’고 기도하는 장면은, 부활과 승천을 예상하지 못하고 십자가의 고통을 피하려 하는, 육체를 가진 예수의 인성(人性)을 드러내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공감의 시대>라는 책에서 사람이 죽음을 초월하는 것은 주위에 대한 공감(empathy)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죽을 수밖에 없는 필멸의 존재라는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자각이 충일한 삶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키며, 다른 유한한 존재들에 대한 지지와 위로와 도움을 통하여 살아있다는 느낌을 가진다는 것이다.

 “공감의식이 번창하는 곳에서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지고 세속적인 구원이나 현세의 유토피아를 추구할 때 생기는 죄책감도 수그러든다....‘지금 여기에’ 깊이 발을 들여 놓고 실체적이고 충만한 삶을 산다면,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먼 미래의 완벽함에서 위안을 찾으려는 꿈은 꾸지 않게 된다.”   

 
 
▲ '전태일 소개 영상' 캡처 / 영상 제공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기념관'

 전태일이 스물 셋의 짧은 생을 마감하는 결단을 내린 것도 자신보다 더 약한 존재였던 어린 여공(女工)들의 고통에 대한 공감이었다. 당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원시적인 노동조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던 현실에 대하여 사회의 공감을 불러오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었던 것이다. 가난하고 못 배운 한 젊은 노동자의 죽음이 우리 사회에 불러일으킨 큰 반향을 생각하면 전태일은 그 죽음을 통하여 ‘확장된 삶’을 살았던 것이다.

 만물이 쇠락하는 깊은 가을에 자신의 존재의 유한함에 관하여 생각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중세 유럽 사람들은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란 말을 항상 새기면서 현세에 대한 무한한 욕망을 절제하였다고 한다.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죽음을 제대로 이해하고 칭송하는 자, 삶을 넓힌다’라는 말을 하였다. 이런 자신의 유한성에 대한 자각이 주위의 약한 존재들에 대한 관심과 공감으로 이어져 삶의 시간들을 더 충실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박제된 열사(烈士)가 아닌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삶과 죽음이 아직도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동 칼럼 3]
이재동 / 변호사

평화뉴스 이재동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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