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자 통장에 찍힌 '월 40만원'...아사히글라스 '최저임금 판결'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9.12.04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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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비정규직 '근로자지위소송' 1심 승소→사측에 '월174만원' 최저임금 기준 해고 기간 손배소송
법원, 절반 안되는 25~55만원 6명 지급·16명 기각 "다툼의 여지" / "생계 박탈, 원님 재판" 즉시 항고


아사히글라스 해고자 차헌호 지회장 통장에 사측이 입금한 40만원(2019.12.4) / 사진.차헌호 제공
아사히글라스 해고자 차헌호 지회장 통장에 사측이 입금한 40만원(2019.12.4) / 사진.차헌호 제공

"용돈도 아니고. 판사님은 이 돈으로 매월 가장으로 살아 갈 수 있나. 원님 재판도 아니고 황당하다"

해고자 차헌호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 통장에 4일 40만원이 찍혔다. 입금자 '에이지씨화인'. 원청 아사히글라스로부터 해고 5년여만에 처음 받는 돈이다. 하지만 씁쓸하기만 하다. 1심 승소 후 2019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매월 174만5,150원을 보상하라고 요구했는데 4분의 1도 못받은 탓이다. 같은 해고자민동기 법규부장은 이조차 받지 못했다. "기준은 판사님만 안다. 나는 당최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일본기업 아사히글라스 경북 구미 공장 하청업체 비정규직 해고자들이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 재판에서 이긴 뒤 해고 기간만큼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이 최저임금 절반도 안되는 월 40만원 지급 판결을 내리고, 해고자 대다수의 소송을 기각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아사히글라스 한국 자회사 AGC화인테크노 경북 구미 공장 사내 하청업체 지티에스(GTS) 소속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차헌호씨를 포함한 22명은, '손해배상 지급 가처분 청구 소송'을 기각한 대구지법 김천지원의 판결에 불복해 지난 3일 대구고등법원에 '즉시 항고장'을 제출했다고 4일 밝혔다. 법원 재판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신속한 해결을 요구할 경우 밟는 절차가 즉시 항고 제도다.

해고자들은 "고용노동부와 검찰이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을 인정했고, 법원도 지난 8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성을 인정해 원청 아사히글라스에 직접 고용 판결을 내렸다"며 "그런데 김천지원은 5년 해고 기간을 손해배상하라는 절박한 요구에 대해 최저임금 절반도 안되는 액수만 일부 해고자에게 주라는 상식 밖의 판결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또 "지급이 인정된 해고자 6명에 대해 왜 차등 지급이 결정됐고, 기각된 해고자 16명에 대해서는 그 기준이 무엇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며 "해고자 처지를 외면해 최저임금 받을 권리와 생계권을 박탈하는 이상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아사히글라스지회의 '최저임금 판결 규탄' 기자회견(2019.12.4.대구고법 앞) / 사진.아사히글라스지회
아사히글라스지회의 '최저임금 판결 규탄' 기자회견(2019.12.4.대구고법 앞) / 사진.아사히글라스지회

앞서 대구지법 김천지원 제2민사부(판사 김정태)는 해고자 22명이 사측을 상대로 고용의무 위반에 따른 매달 최저임금(174만5,150원)을 지급하라는 가처분 청구소송을 낸 것에 대해 지난달 26일 채무자(해고자들) 6명에 대해 일부 지급(최소 매월 25만원~최대 매월 55만원), 16명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상고심(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 진행중이고 ▲파견 관계에 있어 다툼의 여지가 있으며 ▲최저임금이 반드시 해당 근로자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이라고 볼 수 없다"며 "또 6명은 금전 보상 필요성이 이해되지만, 나머지 16명은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해고자 각자의 부양 가족 수와 가족 구성원들의 임금노동 현황, 나머지 생계수단 등을 고려했다는 게 재판부의 취지다. 하지만 아내의 아르바이트, 어머니의 월급, 일용직 급여, 해고자들에 대한 시민들의 후원금 등을 '생계유지수단'으로 해석한 것을 놓고 해고자들은 반발했다. 부양 가족 수나 혼인 여부가 같고, 재산 상태도 유사한 해고자의 경우 누구는 보상 받고 누구는 못받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 금속노조 구미지부는 4일 대구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터무니 없는 금액에 지급 기준도 불명확한 판결"이라며 사법부를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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