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 못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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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정 칼럼]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라 눈길을 거두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달에 81명 꼴, 매일 2~3명, 질병까지 합하면 5~6명.
2019년 11월 한 달간 47명
추락 14명, 익사 6명, 사업장 외 교통사고 6명, 깔림 4명, 끼임 4명, 화재 폭발 3명, 무넘짐 2명, 사업장 내 교통사고 2명, 자살 2명, 물체에 맞음 1명, 과로사 1명
언론은 이 중 30%만 보도할 뿐
우리나라는 한 명당 평균 벌금이 450만원
영국은 최소액 약 8억원, 177명분
일하다가 사망한 노동자
아는 사람이 있나요?

7월 서울 목동 빗풀 펌프장 수몰사고로 사망.
9월 경북 영덕 수산물 가공업체에서는 4명이 안전장비 없이 오징어 부산물을 모아 놓은 탱크에 들어갔다가 질식사.
같은 달 경남 김해에서는 단속을 피해 달아나다가 작업장 인근에서 사망.
2018년 기준 약 10%(5,820명) 농축산업에 종사, 10곳 중 7~8곳 5인 이하 사업장 
2012년~2017년 내국인 산업재해 발생률 0.18% 이들의 산재 발생률은 6배 높은 1.16%
2019년 1~6월 산업재해 사망자 465명 가운데 약 10%인 42명.
산업재해 사망자 2016년 71명에서 2018년 136명으로 2배 증가
이주노동자
얼굴을 마주한 사람이 있나요?

2018년 12월 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故 김용균씨 대구 분향소(2018.12.24.동성로)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018년 12월 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故 김용균씨 대구 분향소(2018.12.24.동성로)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358만명
전체 임금근로자의 19%, 그 중 청년세대(15~39세) 비율이 36.5%
부당해고 제한 및 구제신청 해당 없음
법정근로시간 제한 해당 없음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연차휴가 해당 없음.
모든 노동자가 보장받아야 할 ‘최소한의 권리’인 근로기준법이 그림의 떡인 사람.
12월 46일까지 15일을 더 일해야 하는 사람.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이름을 불러본 사람이 있나요?

해고 24년
강남역 사거리 철탑 위 농성 190일
지난 여름 단식 55일
삼성 무노조 경영에 맞서 노조를 만들다 해고된 김용희, 이재용
도로공사 직접고용 쟁취 투쟁 170일
김천 도로공사 농성 99일
청와대 앞 투쟁 40일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노동자 1,500명

해고 13년
70m 고공농성 169일
창조컨설팅에 의한 기획된 노조파괴에 맞선
영남대의료원 해고자 박문진, 송영숙
따뜻하게 손 잡아본 사람이 있나요?

2019년 7월 1일, 영남대의료원 응급의료센터 70m 옥상에서 고공농성에 들어간 해고자 박문진(58).송영숙(43)씨...송영숙씨는 건강악화로 농성 107일 만인 지난 10월 15일 내려왔고, 지금은 박문진씨 홀로 169일째(12월 17일 현재)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019년 7월 1일, 영남대의료원 응급의료센터 70m 옥상에서 고공농성에 들어간 해고자 박문진(58).송영숙(43)씨...송영숙씨는 건강악화로 농성 107일 만인 지난 10월 15일 내려왔고, 지금은 박문진씨 홀로 169일째(12월 17일 현재)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014년 CJ제일제당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장시간 노동과 작업장 내 폭력에 시달려 죽음을 택한 김동준군의 이야기를 담은 책 『알지못하는 아이의 죽음』 서문에서 작가 은유는 “편견은 대개의 편견이 그러하듯 ’잘 모름‘에서 생겨나고, 편견은 ’접촉 없음‘으로 강화된다”고 했다. 청소년은 학교에 다니고, 학생은 전부 수능을 치는 예비 수험생으로 인식되고 드러나는 사회에서 특성화고 학생은 ‘현장 실습생의 죽음’ 같은 기사를 통해서만 불우한 존재로 납작하게 재현될 뿐이고, 그들은 원래 불우했으니 계속 불우해도 이상할 게 없다고 여겨지는 것이라고 아프게 말했다.

물어볼 일이다. 특별히 불행한 일이 있을 때나 30%만 언론에 드러나는 저 숫자. 저 숫자 속에 가려진 사람의 이름과 얼굴과 손과 가슴과 몸을 지금까지 알지 못하고, 만나보지 못했다면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공동체의 한 곳에서 저마다 다채로운 경험과 여정을 가졌을 사람을 여태까지 왜 알지 못했고 만나지 못했던 것인지? 불우한 존재로만, 불행한 사고로만, 나열되는 숫자로만 납작하게 재현되고 있는 것에 나의 알지 못함이, 나의 만나지 않음이 동조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내가 아니라,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라 눈길을 거두고 있는 건 아닌지?
 
크리스마스도 다가온다.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이 가졌던 꿈은 무엇이었는지, 그 사람이 사랑했던 사람은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보자고, 접촉 없었던 사람을 만나 느껴보자고, 납작해져 버린 사람을 그들 자신의 목소리와 눈빛으로 채워 다시 일으켜보자고 그래서 우리 모두 산타의 멋진 선물을 기대해보자고 제안해본다. 메리 크리스마스!







[정은정 칼럼 4]
정은정 / 대구노동세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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