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원의 빚을 졌지만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에 탈락한 대구 북구의 한 가족이 생활고에 시달린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됐다. 성탄절 이틀 전이었다. 이들 가족은 월세 보증금, 생계를 위해 구입한 트럭 2대 등 차량 3대가 모두 수입에 포함돼 선정에 탈락했다. 때문에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당들이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반(反)빈곤네트워크,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구참여연대, 정의당 대구시당, 민중당 대구시당 등 41개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은 27일 대구광역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으로 현재 복지제도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며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대구시, 경찰, 소방 등 관계당국에 27일 확인한 결과 42세 동갑내기 부부인 A, B씨와 중학생 아들(13), 초등학생 딸(11)은 성탄절을 이틀 앞둔 지난 23일 오후 8시 30분쯤 대구 북구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집에서 극단적 선택에 쓰인 도구가 발견되고 10여년 전 A씨가 사업에 실패하고 큰 빚을 졌다는 유가족들의 증언에 따라 A씨 가족이 생활고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A씨 가족의 빚이 약 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A씨 가족은 지난 2013년 대구 북구의 66m²(20평)짜리 빌라로 이사했다. 보증금은 2,000만원, 월세는 35만원이었다. 이들의 생계는 당시부터 넉넉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아내 B씨는 생계 곤란을 이유로 차상위계층 신청을 위해 관할 행정복지센터(동사무소)를 방문했다.
올해 3월 기준 이들의 소득은 B씨의 소득 월 200만원이 전부였다. A씨의 소득은 없었다. 하지만 A씨 가족은 4인 가족 생계급여 기준인 138만원(중위소득 30%)이나 의료급여 기준인 184만원(중위소득 40%)에 들지 못해 대상이 되지 못했다. 약 1억 원의 빚도 사인 간의 계약이었기 때문에 소득계산에 들어가지 못했다. 당시 정부가 파악한 A씨 가족의 빚은 600여만원에 불과했다.
대구시는 복지제도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며 2016년부터 찾아가는 복지사업, 달구벌 복지기동대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신청을 하지 못한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를 찾는데 그쳐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의당 대구시당도 지난 24일 논평을 내고 "A씨 가족은 국가의 마지막 복지제도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도 배제돼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다"며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총제적인 점검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구시도 이런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국철 대구시 희망복지팀장은 "이런 사건이 발생해 시에서도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대구시와 구·군이 함께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회견이 끝나고 대구시청 앞에 마련된 A씨 가족의 분향소에 헌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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