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걸어 부둥켜안은 김진숙·박문진...영남대의료원 고공농성 182일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9.12.29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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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 일주일만에 부산서 대구 도착 / 100km '희망순례길'에 밀양송전탑·한진·쌍차 등 200여명 동행
'한진 309일 고공농성' 때 입은 패딩 전하며 옥상서 눈물의 만남..."혼자 아니다, 웃으며 끝까지 함께"


고공농성 182일째 영대의료원 옥상서 만난 김진숙, 박문진(2019.1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고공농성 182일째 영대의료원 옥상서 만난 김진숙, 박문진(2019.1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진숙 지도위원과 박문진 전 위원이 옥상에서 손인사를 하고 있다(2019.1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진숙 지도위원과 박문진 전 위원이 옥상에서 손인사를 하고 있다(2019.1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00km 걷고 걸어 마침내 박문진과 김진숙 두 고공농성 여성노동자들이 '하늘감옥'에서 부둥켜안았다.

29일 오후 4시쯤 대구시 남구 대명동 영남대학교의료원 응급의료지원센터 74m 옥상에서, 앞서 2011년 부산 한진중공업 85호 타워크레인 309일 고공농성의 주인공인 '소금꽃 노동자' 김진숙(59)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원직 복직과 노조 정상화를 촉구하며 지난 7월 1일부터 182일째 영남대의료원에서 고공농성 중인 영남대의료원 13년 해고노동자 박문진(58) 전 노조 지도위원이 처음 만났다.

한진 농성 당시 패딩을 박문진 전 위원에게 전하며 미소짓는 김진숙 지도위원(2019.1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진 농성 당시 패딩을 박문진 전 위원에게 전하며 미소짓는 김진숙 지도위원(2019.1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00km 도보 일주일만에 대구에 도착한 김진숙 지도위원(2019.1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00km 도보 일주일만에 대구에 도착한 김진숙 지도위원(2019.1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 지도위원은 항암 치료를 받는 와중에 박 지도위원의 장기 고공농성을 응원하기 위해 지난 23일부터 홀로 부산 호포에서 대구까지 희망순례길에 올랐다. 이 소식이 소셜네트워크에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김 지도위원의 순례길에 동행했다. 밀양 송전탑 반대 할머니들과 한진중공업 노동자들, 쌍용자동차 노동자 등 모두 200여명의 시민들이 김 지도위원과 함께 걸었다. 김 지도위원은 23일 시작해 일주일만인 29일 대구 영남대의료원에 도착해 110km 넘는 도보를 마쳤다.

의료원에 도착한 김 지도위원은 박 전 지도위원의 농성이 진행 중인 옥상에 올랐다. 영남권 노동자 투쟁을 하며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인도 여행을 같이 다닐 정도로 친분이 있는 사이다. 김 지도위원은 투병 생활로 최근 활동을 중단했다가 '친구 박문진'을 위해 이 도보를 시작했다.

옥상에 김 지도위원이 나타나자 눈물을 흘리는 박문진 전 위원(2019.1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옥상에 김 지도위원이 나타나자 눈물을 흘리는 박문진 전 위원(2019.1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남대의료원 해고자 복직을 염원하며 발언 중인 김진숙 지도위원(2019.1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남대의료원 해고자 복직을 염원하며 발언 중인 김진숙 지도위원(2019.1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 전 지도위원은 옥상에서 김 지도위원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아니 그 몸을 하고 이 먼길을 어떻게 왔냐"며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지금 내 몸이 문제가 아니다. 여기 온다고 밀양 할머니가 목도리도 주고 희망꽃도 가져왔다"고 박 전 지도위원을 위로했다. 이어 자신이 한진 농성 당시 입었던 빨간색 패딩을 박 전 위원에게 입혀줬다. 김 지도위원은 "어쨌든 여기서 건강히 있다가 땅에 내려와서 다시 만나자"며 30분 가량의 짧은 만남을 끝으로 지상으로 다시 내려왔다.

의료원 앞에선 함께 도보를 했던 시민 200여명이 집회를 열고 "해고자 복직과 노조 정상화"를 촉구했다. 김 지도위원은 이 자리에서 도보의 의미와 농성자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아프고 나서 자존감도 떨어지고 그랬는데, 친구가 저러고 있으니 일단 걷자는 생각으로 연습했다"며 "항암제를 먹으니 쇼크가 와서 조금 늦어진 게 23일 걸음의 시작이었다"고 했다. 이어 "저 친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너의 외로움을 아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거라도 힘이 돼 밥 먹기 싫어도 먹고, 힘들어도 버티고, 마음 상하지 말고, 그렇게 건강히 잘 내려왔으면 하는 것"이라며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랜만에 이 구호를 외친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함께 걸어준 동지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밝혔다.

시민 200여명이 해고자에게 응원의 함성을 외치고 있다(2019.1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시민 200여명이 해고자에게 응원의 함성을 외치고 있다(2019.1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 전 위원은 전화 통화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시민들에게 전했다. 박 전 위원은 "도대체 김진숙이 걸어온 이 길이 말이 되는 길이냐"며 "어쩌자고 회복되지도 못한 저 몸을 던지며 여기까지 왔는지 가슴이 먹먹하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또 "고통과 절망, 외로움의 끝자락에 가본 사람만이 아는 이 마음을 김진숙이 어루만져줬다"면서 "오늘 저를 보러 와준 그리고 함께 걸어준 동지들을 보며 다시 용기와 결의를 다짐한다"고 했다. 이어 "반드시 이 우정의 힘으로 승리의 꽃을 피우겠다"며 "육십 평생 고단하고 힘들었던 세월을 다시 내려가는 그 날 함께 위로하자"고 덧붙였다.  

한편, 영남대의료원 노사는 오는 30일 2차 사적조정 본회를 열어 고공농성 해결을 위한 논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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