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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 방식을 왜 국회가 정하나?

기사승인 2020.01.06  11: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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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상 칼럼]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꼴...'공론화위원회' 같은 독립적 기구로 숙의민주주의 확대해야


우여곡절 끝에 국회의원 선거 개혁안이 12월 27일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에 올랐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협상 과정에서 대폭 후퇴하고 말았다. 원안은 비례대표 의석이 75석이었으나 현재와 동일한 47석으로 줄었다. 그나마 연동형이 제대로 적용되는 의석수는 고작 30석의 50%에 불과하다. '민심 그대로'의 선거에 크게 못 미치지만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를 허무는 첫발이라도 내디딘 것을 위안 삼는 수밖에 없다.

도대체 국회의원 선거 방식을 국회에서 정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나? 공직자가 자신의 손익과 관련된 사안을 스스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이해충돌 방지'의 대원칙에 어긋난다. 선거는 국회의원의 이해관계 중 가장 첨예한 사안이다. 이걸 국회의원 자신이 결정한다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으니 이런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온 것이다.

 
 
▲ <경향신문> 2019년 12월 28일자 6면(정치)...문희상 국회의장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한 것에 반발하며 의작석을 에워싼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집단 항의를 뚫고 선거법 개정안 투표 시작을 알리고 있다.

그럼 누가 결정해야 하는가? 대통령이 수반인 행정부는 국회와 마찬가지로 국회의원 선거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부적절하다.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적인 사법부나 헌법재판소가 있지만 이들 기관은 법을 해석하는 기관이지 정치 제도를 만드는 기관이 아니다. 그렇다면? 국민이 결정하면 된다.

국민이 직접 결정한다

국민이 직접 결정하는 방식으로는 국민투표제가 우선 떠오르지만, 국민투표는 최종안이 나왔을 때 찬반을 결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신중하고 합리적인 토론을 거치기 어렵고 안을 다듬어갈 수도 없다. 그렇다면 국민 중 일부를 무작위로 추첨하여 토론을 통해 결정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추첨 방식을 활용한 사례는 세계 각국에 많이 있을 뿐 아니라, 우리 곁에도 와 있다. 2017년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판단하는 공론화위원회와 시민참여단이 있었다. 시민참여단은 일반국민 중 무작위로 선출된 500명으로 구성되었으며, 진지한 토론 과정을 통해 숙의민주주의의 선례를 만들어내어 주목을 받았다.

더 가까운 예도 있다. 바로 며칠 전 대구시의 새 청사 입지를 정할 때 이런 방식을 활용하였다. '대구광역시 신청사 건립 추진 공론화위원회'는 시민참여단 250명을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하여 지난 12월 20일부터 22일까지 2박3일 동안 후보지 네 곳을 놓고 깊이 있는 토론을 벌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모두가 승복하는 원만한 결말이 도출되었다. 위원장을 맡았던 김태일 교수는 "추첨민주주의의 효능을 확인하였습니다. 정치인보다 무작위로 뽑은 시민이 낫습니다."라고 평가했다.

추첨 대표 방식에 대한 3무론(三無論)

추첨에 의한 시민참여에 회의적인 쪽에서는 '3무론'(三無論)을 제기할 수 있다. 추첨으로 뽑힌 시민은 국가나 공동체에 대한 관심도 없고, 공무를 돌볼 여유도 없고, 전문성도 없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 관심과 여유는 운영하기 나름이다.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와 대구시 신청사의 예가 답이 된다.

 
 
▲ 대구시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 시민참여단의 평가 결과 발표(2019.12.22) / 사진 제공. 대구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초점이 맞지 않는다. 추첨으로 구성되는 기구에 맡기는 취지가 직업 정치인 아닌 국민의 상식을 반영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또 비교적 전문지식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재판에서조차, 다른 나라에서 그리고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배심원 또는 참심원을 두는 국민참여형 재판이 잘 운영되고 있다. 결정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는 선정된 참여자에게 충분히 제공하면 된다.

국회 또는 국회의원의 이해관계가 걸린 안건은 반드시 공론화위원회 같은 독립적 기구에서 다루어야 한다. 이런 기구가 국민 대표 선거 방식을 다룬다면 ‘민심 그대로’의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것이다. 이런 기구가 국회 예산, 국회의원 처우 등을 정한다면 국회의원이 부당하게 누리는 각종 혜택과 특권도 사라질 것이다. 그에 따라 국민의 정치 혐오증도 대폭 줄어들 것이다.

숙의민주주의를 확대해야

그 외에  정당 간 의견이 심히 엇갈리는 안건, 국민의 상식을 반영해야 하는 중요 안건도 대상이 된다. 또 정치적 중립이 필요한 고위 공직 인사도 이런 기구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좋다. 대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검찰, 신설되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중립성이 필수인 공공기관의 인사에 정파성을 벗어날 수 없는 대통령과 국회가 관여하는 현 제도는 모순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방송공사의 수장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문화방송 인사에 관여하는 한국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인사권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갖고 있으므로 간접적으로나마 역시 대통령의 영향력이 작용한다. 공영 언론기관의 인사는 정치권을 배제하고 국민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공론화위원회 같은 기구가 도출한 결론을 법적인 결정권자가 뒤집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그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차단하려면 법제화가 필요하다. 추첨으로 구성하는 ‘추첨의회’를 기존의 ‘선거의회’와 병립시키는 준양원제도 좋고, 현재처럼 단원제로 하되 의원 정수의 반을 추첨에 의해 구성하는 것도 대안이 된다. 몇 년 내로 개헌이 다시 국가 의제로 떠오를 것인데 추첨을 통한 숙의 민주주의가 본격적인 의제로 부상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윤상 칼럼 87]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평화뉴스 김윤상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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