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청, 동성로에 '박근혜 대통령 생가터' 재설치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한상균 기자
  • 입력 2020.01.12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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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단체' 요청에 지난해 10월 삼덕동에 철거 3년여만에 20여만원 들여 세로 60cm 크기 표지판
"민원에 집회, 설치 할 수 밖에..." / 박근혜퇴진대구운동본부 "국정농단으로 탄핵된 대통령, 부적절"


대구 중구청(구청장 류규하)이 동성로에 '박근혜 대통령 생가터' 표지판을 재설치해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대구시 중구 동성로5길 25(삼덕동1가 5-2) 한 쇼핑몰 옆 거리 교통표지판 기둥에 '제18대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생가터(Site of Birthplace of 18th president Park Geunhye)' 표지판이 붙었다. 중구청이 세운 표지판이다. 중구청은 지난해 10월 박 전 대통령 생가터임을 알리는 한글과 영문이 적힌 가로 20cm, 세로 60cm 크기의 표지판을 예산 20여만원을 들여 설치했다고 이날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밝혔다. 다소 인적이 드물고 크기가 작아서 설치 석달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 사실이 알려졌다.

대구시 중구 동성로5길 25(삼덕동1가 5-2)에 대구중구청이 다시 설치한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생가터(Site of Birthplace of 18th president Park Geunhye)' 표지판(2020.1.12)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대구시 중구 동성로5길 25(삼덕동1가 5-2)에 대구중구청이 다시 설치한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생가터(Site of Birthplace of 18th president Park Geunhye)' 표지판(2020.1.12)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철거와 설치를 반복하다 3년여만에 교통표지판에 재설치(2020.1.12)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철거와 설치를 반복하다 3년여만에 교통표지판에 재설치(2020.1.12)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박 전 대통령 생가터 표지판이 다시 세워진 것은 3년여만이다. 중구청은 박 전 대통령 취임에 맞춰 2013년 2월 25일 이 자리에 박 전 대통령이 당선 직후 꽃다발을 들고 웃는 모습이 그려진 2m 높이의 생가터 입간판을 세웠다. 박 전 대통령은 1952년 2월 2일 이 자리에 있던 건물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인 2016년 11월 18일 한 대구 시민이 생가터 입간판 전체에 붉은색 스프레이를 칠하자 중구청은 당일 표지판을 치웠다. 이후 생가터 자리는 줄곧 비었다.

그리고 전국적인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가 타오르던 2017년 1월 21일 대구지역 86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던 '박근혜 정권 퇴진 대구시민행동'은 12차 촛불집회 후 죄수복을 입고 포승줄에 묶인 박 전 대통령 모습과 함께 '가짜 대통령 박근혜 생가터(the birthplace dummy president park geunhye)'라고 적힌 표지판을 해당 부지에 세웠다. 중구청은 허가받지 않은 설치물이라며 다음 날 바로 철거했다.

2013년 2월 중구청은 박 전 대통령 생가터 표지판을 세웠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지던 과정에서 한 시민은 표지판을 붉은색 래커로 칠했다. 당시 중구청은 바로 표지판을 철거했다(2016.11.18) / 사진. 독자 제공
2013년 2월 중구청은 박 전 대통령 생가터 표지판을 세웠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지던 과정에서 한 시민은 표지판을 붉은색 래커로 칠했다. 당시 중구청은 바로 표지판을 철거했다(2016.11.18) / 사진. 독자 제공
'박근혜퇴진대구시민행동'이 세운 '가짜 대통령 박근혜 생가터'(2017.1.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근혜퇴진대구시민행동'이 세운 '가짜 대통령 박근혜 생가터'(2017.1.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처럼 설치와 철거를 반복하던 중 중구청이 3년여만에 다시 표지판을 세워 논란이다. 중구청 한 관계자는 "우파단체가 계속 민원을 넣고 구청 앞 집회까지 열어 설치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행동하는 우파시민연합'은 지난 해 1월부터 "이 자리가 어디다 정도의 표지판 정도는 세워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중구청에 요구하고, 지난 해 9월에는 표지판 설치 촉구 집회도 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있다.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 모두 13개 혐의로 헌정 사상 유일하게 탄핵돼 유죄를 선고받은 전직 대통령에 대해 역사적 판단이 덜 끝난 상태에서 세금을 들여 다시 표지판을 세우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군사독재정권 전두환·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경남 합천군과 경북 구미시가 생가터 기념사업에 세금을 사용하는 것을 놓고 비슷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승엽 전 박근혜퇴진대구시민행동 집행위원장은 "국정농단으로 탄핵된 전직 대통령이고 아직 대법원 판결 전이라 역사적 평가도 덜 끝난 상태에서 다시 세우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현재도 사회 갈등의 큰 축인데 시민적 합의 없이 지금 시기에 재설치 해선 안된다. 재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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