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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아 놓곤 차별"...우정청·인권위·인사처 맴돈 '장애인공무원의 하소연'

기사승인 2020.01.15  12: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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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증장애인 A씨, 대구 B우체국 채용 2년간 신체 고려 않은 업무배치→초과근무·부서 피해 호소
"직무전환·차별적 시스템 시정" 국가기관에 진정→기각·각하 / "근로지원인 파견·인식개선 위한 노력"


"차별할거면 왜 장애인을 뽑았는지 모르겠다"

우정청→국가인권위→인사혁신처를 반년간 맴돈 대구 한 우체국 중증장애인 공무원 A씨 하소연이다.

지난 달 27일 오후 10시 A씨 퇴근 시간에 맞춰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A씨는 장애인 공무원으로서 자신이 겪은 현실을 덤덤하게 말했다. 앞서 2014년 A씨는 건설사 법무팀 과장으로 일하다 뇌출혈로 왼쪽 몸 전체를 못쓰는 '좌측 편마비' 3급 중증장애인 판정을 받고 40세에 직장을 잃었다. 재활치료를 하며 공부해 2018년 다른 중증장애인 2명과 함께 우정사업본부 국가공무원 일반공채 시험에 합격했다.

 
 
▲ 인사혁신처의 중증장애인 공무원 2019년 간담회 / 사진.인사혁신처, 편집. 평화뉴스
 
 
▲ 중증장애인 공무원 소통 간담회(2019.4.15) / 사진.인사처

하지만 2명은 이미 우정본부를 떠났고 현재는 홀로 남았다. 업무 강도가 센 우정본부 특성상 중증장애인 공무원이 채용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해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리고 곧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인사처는 2008년부터 공직사회 균형인사를 목표로 10년간 중증장애인 230여명을 국가공무원으로 채용했다. 하지만 업무 현장에서는 장애인 차별과 인권침해가 여전하다는 게 A씨 주장이다.

그가 발령받은 곳은 경북지방우정청 대구 B우체국 보험심사지급과. 진단서 봉투를 뜯어 내용을 컴퓨터에 기록하고 상품을 연결하는 업무다. 비장애인 동료가 일평균 100건을 끝내면 한쪽 몸을 못쓰는 A씨는 30건~50건을 겨우 처리했다. 전동 휠체어에 앉아 이로 봉투를 뜯고 한손으로 타자를 쳤다. 못다한 일은 동료들 몫이 됐다. 저녁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매일 밤 10시에 퇴근하는 이유다. 한숨과 눈총은 일상이다. 

A씨에겐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안그래도 일 많은 부서에 신입이 온다고 기대했는데 A씨가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자 동료들이 한 숨을 쉬었던 일이다. 2차 피해는 계속됐다. 그는 "직무 전환 요청에 우정청 인사과 한 담당자는 '더불어 사는 세상 그거 말은 좋은 말이야. 그런데 현실은 안그래', '너는 뭐가 그리 잘났어. 별 탈없이 조용이 잘 섞여서 지낼 생각이나 해' 같은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제는 상처로 남은 말들이다. 그의 업무를 지적하는 월 회의도 괴로웠다. 견디다 못해 우정청에 항의했지만 바뀌지 않았다.

 
 
▲ 인사처는 장애인 복지정책으로 국가기관에 고용해 공직에서 역량을 펼치도록 한다 / 자료.인사처

결국 A씨는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에 진정을 냈다.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업무배치와 중증장애인 공무원과 비장애인 공무원의 업무수행 능력을 동일한 1명으로 계산해 그가 배치된 전 부서가 피해를 본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석달여 조사 끝에 지난 달 그의 진정을 기각·각하했다. 인권위는 기각 사유로 '진정 후 해당 기관이 근로지원인을 지원해 업무가 2시간 가량 줄어 장애를 고려한 업무지원을 했기에 별도 구제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각하 이유로는 '해당 진정 실질 피해자는 진정인이 아닌 같이 근무하는 부서원들로 구체적 피해 사실이 특정되지 않아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다만 '업무량 증가가 확인돼 중·경증 장애 유형을 고려한 인원 책정이 필요하다'며 인사혁신처·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진정을 이송해 제도 개선 검토를 요구했다.

진정은 이번엔 인사처로 갔다. 하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인사처도 결과문에서 '장애인 업무능력을 고려한 소요인원 정원책정은 해당 기관에 있고 별도의 정원도 행정안전부 소관'이라며 진정을 행안부에 넘겼다. 직무전환·차별시정 어느 것 하나 해결된 것 없이 반년을 국가기관을 맴돈 셈이다. A씨는 더 이상의 진정이나 항의는 하지 않기로 했다. "국가기관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나 말고 내 뒤에 올 장애인 공무원을 위해 장애인을 배제할 수 밖에 없는 차별적 시스템을 개선하고 장애인에게 적합한 업무를 배치해달라는 건데 이게 그리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며 "푸대접할거면 왜 장애인을 뽑았는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걸 후회된다"고 밝혔다.

 
 
▲ A 장애인 공무원에 대한 인권위 처분 통지문, 인사처의 결과 안내문 / 사진.A씨 제공, 편집 평화뉴스
 
 
▲ 중증장애인 공무원에 대한 근로지원인 지원 / 사진.인사혁신처, 편집. 평화뉴스

이에 대해 경북우정청 한 관계자는 "거주지에서 가까운 근무지에 배치했고 고객을 대면않는 부서로 발령내 최대한 배려했다"며 "그럼에도 차별이 있다고 느낀다면 제도개선을 건의하겠다"고 해명했다.

인권위 대구사무소 한 관계자는 "장애인 차별이 없었다는 게 아니라 차별은 인정되나 조사를 하던 중 피해가 시정됐기에 기각했고, 피해자가 특정돼야 하는데 특정되지 않아 각하한 경우"라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소관 부처에 장애 유형에 따른 업무배치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으로 진정건을 이송했고, 향후 해당 부처가 대책안을 마련해 우리에게 보내면 그 방안에 대해 진정인에게도 전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인권위법상 권한이 미치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해 조사했다"며 "만약 추가 조사를 원한다면 결과 통지 90일 안에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사처 균형인사과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직무전환 등 임용권이 해당 기관장에게 있어서 인사처가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면서 "우정본부뿐 아니라 다른 국가기관에서도 비슷한 민원이 제기된 상태라, 장기적으로 장애인 공무원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movie@pn.or.kr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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