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8세 선거권을 쟁취한 시민의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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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정 칼럼] 온전한 주권자로 함께 나아가기 위해


지난해 12월 27일 우여곡절 끝에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더불어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하향되었다. OECD 36개국 중 가장 늦게 18세 이루어진 아쉬원 상황이지만, 청소년 당사자들과 많은 활동가들의 지난한 노력의 결과로 이루어진 소중한 결실이다. 열여덟 살은 혼인과 입대가 가능하고 8급 이하 공무원에도 응시할 수 있고 근로기준법상의 보호대상인 연소자에서도 벗어나는 나이이지만 투표권만은 가질 수 없는 나이였던 이상한 법칙이 이제 겨우 깨졌다.

만 18세 선거권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폭넓은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위한 마중물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청소년, 10대, 학생들은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는 공고한 편견에 쌓여 있었고 정치는 19금(禁)의 영역이었다. 만 18세 선거권으로 청소년들은 스스로의 정치적 권리에 대해 고민하고 정치적 행동에 나설 용기를 얻게 되고, 정치인들은 외면했던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귀 기울여 듣고 청소년 정책에 대해 고민을 시작할 것이다. 선거연령은 더 낮아져야 하고, 청소년의 정당 가입과 정치활동의 자유가 전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과 교사단체는 ‘교실이 정치판이 될 것이다’, ‘어차피 청소년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와 같은 차별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선거연령 하향 문제는 성인들이 일부 청소년에게 참정권을 ‘허락’하는 문제가 아니다. 정치는 민주주의 사회의 구성원들이 서로 소통하고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그 자체이다.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며 여기에 청소년도 예외는 아니다.

선거권 연령 인하를 촉구하는 청소년(2017.2.28. 대구2.28공원)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선거권 연령 인하를 촉구하는 청소년(2017.2.28. 대구2.28공원)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엉뚱한 우려보다 정작 시급한 것은 변화된 시대를 거스르고 있는 학교의 학칙을 민주적으로 개정하는 것이다. 만 18세 선거권이 주어지면서 일부 학생들은 당장 4월 국회의원 선거에 참가하게 되는데 상당수 학교는 여전히 학생의 정당 가입과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권이 있는 자는 누구든지 정당의 발기인이나 당원이 될 수 있다’는 정당법을 거스르는 일이 빚어지는 것이다.

다음은 유권자로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학교내 정치교육, 민주 시민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미국·캐나다·독일·영국 등 여러 ‘정치 선진국’에선 정부와 선거관리 기관의 지원을 받는 모의 선거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실시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투표지원법’을 통해 학생 투표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연방 선거에 앞서 6000개가 넘는 학교에서 92만여명의 학생들이 모의 선거 투표에 참여하고, 독일은 2022년이 되면 전국의 모든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생 100%가 모의 선거 투표에 참여하도록 국가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고3 교실 걱정할 형편이 아니다. 삶에 대해 정치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토론해본 경험도 없는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지금의 정치 현실을 보면 선거교육이나 정치교육이 청소년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선거법 개정을 계기로 학교와 더불어 성인 시민들도 참정권의 의미와 시민의 정치적 책임에 대해 제대로 배워야 할 것이다. 온전한 주권자로 함께 나아가기 위해 시급하다.







[정은정 칼럼 5]
정은정 / 대구노동세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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