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저소득층 코로나 마스크' 예산 뒤늦게 풀어 한 장도 못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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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감염 사태' 한 달 만인 1월 말에야 구매 나서..."물량 확보 못해, 3~4월 구매"
쪽방·노숙인·기초수급자 주민들, 일회용 여러 번 사용하거나 아예 무방비..."너무 비싸서 부담"

 
마스크를 쓴 시민 / 사진 출처.질병관리본부 사이트
마스크를 쓴 시민 / 사진 출처.질병관리본부 사이트
 
대구시가 저소득층 마스크 예산을 책정하고도 코로나 사태 한 달째 마스크를 한 장도 구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물량이 동났는데 예산을 뒤늦게 푼 탓이다. 기초생활수급자, 쪽방주민, 노숙인 등 저소득층 주민들은 가격 폭등에 따른 경제적 부담감에 이어 감염증에 노출돼 불안해하고 있다.

대구시에 지난 6일 확인한 결과, 대구시가 올해 책정한 저소득층 마스크 지원 예산은 14억3,750만원이다. 대구 8개 구·군의 저소득층 마스크 예산 14억3,750만원에 1월 말 보건복지부가 대구시에 교부한 지원금 28억7,500만원까지 합치면 대구 저소득층 마스크 지원 전체 예산은 57억5,000만원이다.  

하지만 대구시가 저소득층을 위해 구입한 마스크는 지금까지 한 장도 없다. 정부가 1월 말 교부금을 내려 보냈고, 미세먼지 방지를 위한 마스크 구입비라는 게 대구시의 해명이다.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동성로 지하상가를 걷고 있다(2020.2.4.대구 동성로 대현프리몰)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동성로 지하상가를 걷고 있다(2020.2.4.대구 동성로 대현프리몰)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그 결과 대구시와 8개 구·군은 1월 말에야 저소득층을 위한 코로나 대비용 마스크 구입에 나섰다. 하지만 지역 마스크 업체에 문의해 봐도 대량구매는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보건 인증을 받은 KF80, KF94, KF99, N95 같은 마스크가 품절된 상태라는 것이다. 당장 수량이 없어 3~4월이 돼서야 물량이 풀린다고 했다. 결국 대구시가 뒤늦게 마스크 구입에 뛰어들어 물량 확보에 실패한 셈이다.

때문에 기초수급자, 쪽방촌 주민, 노숙인 등 지역 저소득층 10만여명은 마스크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가 침을 통한 '비말 감염'이라는 점에서 질병관리본부가 마스크 사용을 권고하고 있지만, 정작 저소득층은 책정된 예산의 혜택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마스크 가격까지 크게 올라 부담감은 배가 되고 있다.  마스크 1장당 KF94 3,000원대, KF80 2,500원대 등 1년 전과 비교하면 평균 2배 비싸졌다는 게 '소비자시민모임'의 지난 4일 발표 내용이다. 매일 매일 갈아 끼워야 하는 마스크 특성상 1인당 월 평균 마스크 구입비는 7~10만원 정도다. 노숙인, 쪽방 주민, 기초생활수급자 등 경제적 취약계층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노숙인 A씨..."마스크 살 돈이 없는 걸 어떻게 하겠나, 걸리면 어쩔 수 없다" (2020.2.5)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노숙인 A씨..."마스크 살 돈이 없는 걸 어떻게 하겠나, 걸리면 어쩔 수 없다" (2020.2.5)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실제로 지역의 저소득층 주민들은 일회용 마스크를 여러 번 쓰거나 비싸서 구입하지 못하고 있었다.

노숙인 A(59.대구역)씨는 "코로나가 위험하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돈이 없어서 마스크를 못사고 있다"고 지난 5일 말했다. 노숙인 B(55.동성로)씨는 "버리기 아까워서 일회용 마스크를 일주일째 끼고 있다"고, 기초수급자인 쪽방주민 C(66.신암동)씨는 "마스크 가격이 비싸서 살 엄두를 못 낸다"고 했다.

대구시 생활보장팀 한 관계자는 "현재는 물량을 확보 못했다. 내달은 돼야 살 수 있다는 게 업체들 설명"이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마스크를 사서 저소득층에 지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당초 해당 예산은 신종 코로나를 막기 위한 마스크 구입비가 아니라 오는 3월 미세먼지 대책용 마스크 구입비기 때문에 시기로만 따지면 예정된 것보다 빨리 예산이 지급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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