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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유리창 너머 음압병상...필담에 무전, 더 살리기 위한 1분 1초

기사승인 2020.03.10  2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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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대병원 코로나19 중증환자 집중치료실 / 의료진 30명 3교대, 호흡기·에크모 고위험군 7명 치료
방호복 테이프 칭칭 3시간만에 '땀 범벅' 고연차도 구토, 사망자 얘기엔 눈물 "최전선 포기 말아달라"


"5번 소변백?"
"네 오케이~"


1cm 두께의 유리창 너머로 음압병상이 보인다. 코로나19 중증환자 7명이 병상마다 누웠다. 레벨D 방호복을 입고 손목에 노란색 테이프를 칭칭 감은 뒤 N95 마스크에 머리 후드까지 쓴 간호사 2명이 환자마다 옮겨다니며 치료를 하고 있다. 파란색 앞치마도 계속 새것으로 바뀌었다. 손은 쉴새 없다.

 
 
▲ 경북대병원 코로나19 음압병동 안팎의 간호사들 필담(2020.3.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5번 완전히 재울까요?" 필담을 주고 받는 간호사와 주치의(2020.3.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0일 오전 10시 대구시 중구 삼덕동 경북대병원 5층 코로나19 내과집중치료실 음압격리병동 모습이다. 4중 출입구를 지나면 코로나19 최후의 보루인 음압병상이 눈에 들어 온다. 지휘부 간호 스테이션  책상 앞에는 전면이 유리창문으로 둘러싸인 음압병상이 보인다. 아직도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신종 감염증 확진자들 가운데 산소호흡기와 에크모를 단 고위험군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병동이 한꺼번에 보인다. 호흡기 전염병 특성상 외부 공기가 병상 안으로 들어가면 안되고, 병상 안 공기도 밖으로 빠져나오면 안된다. 때문에 의료진들은 간호 스테이션에서 환자를 관찰할 수 밖에 없다. 

보호장비를 착용해야만 음압병상으로 들어갈 수 있다. 레벨D 방호복을 입지 않고선 누구도 병상 안으로 못 들어간다. 음압에 들어가는 인원을 뺀 나머지 의료진은 평상복을 입고 근무하기 때문에 스테이션 모니터링과 유리창으로 매일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한다. 유리창이 눈인 셈이다. 이날 스테이션에는 내과 전공의 의사 2명과 간호사 8명이 1조로 데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 2명은 오전 8시부터 음압병상에 들어가 환자를 치료하고 있었다. 해당 병동 7개 병상은 모두 중증환자로 만석이었다.

 
 
▲ 필담이 아닌 무전기로 의사소통을 이어가는 전상범 간호사(2020.3.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방호복에 파란색 앞치마까지 입고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2020.3.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병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음압병상을 계속 늘려 현재 32개를 운영 중이다. 중증환자만 전문으로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매일 위중한 환자들이 이 병동으로 몰려든다. 다른 병동에서 간호사들이 파견도 나오고 있지만 인력은 부족하기만 하다. 게다가 병원은 조만간 음압병상을 45개로 확충할 계획이라서 음압병상을 담당할 중환자실 간호사 일손은 더 부족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만난 의료진 대부분도 베테랑 인력부족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중환자실의 경우 간호사가 업무가 손에 익으려면 최소한 1년이 걸리는데 현재 병동에는 베테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11년차 전상범(40) 간호사와 3년차 박지영(27) 간호사는 2주째 중환자실에서 근무 중이다. 모두 다른 부서에서 파견 나왔다. 두 간호사는 이날 3시간 가까이 음압병상에서 손발을 맞췄다. 방호복을 입고 들어가 환자 상태를 돌보는 두 사람의 동선을 따라 스테이션 안에서 8명의 눈동자가 함께 움직인다.

 
 
▲ 음압병실 안 간호사가 유리창 너머 스테이션을 본다(2020.3.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음압병실이 보이는 스테이션에서 모니터링하는 의료진들(2020.3.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주치의 2명이 유리창 너머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 중이다(2020.3.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번에서 7번까지 환자 이름과 번호가 붙었다. 의식이 없고 몸이 축쳐진 중환자들의 상태를 계속 확인하느라 간호사들 몸이 바쁘다. 음압 안과 음압 밖에서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데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으니 의료진들이 갑자기 유리창에 필담(筆談)을 주고 받기 시작했다. 양쪽 모두 유리창에 필요한 말을 주고 받았다. 한쪽이 필요한 것을 유리창에 적으니 반대편에서 답을 적었다. 그래도 답답하면 무전기를 켰다. 전체 상황을 총괄하는 전공의가 지지직하고 무선기를 켜 환자의 이동과 상태를 지시했다.

어떤 환자는 진정제만 5번 바꿨다. 한 번 들어가면 약이 다 들 때까지 나올 수 없다. 등허리에 찬 산소통 필터가 무겁다. 간호사들 얼굴이 점점 붉어진다. 들어간지 2시간 넘었다. 하지만 주치의가 환자 몸을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간호사가 한 번 들어가면 모든 걸 다하고 나와야 한다. 처치에 따라 환자 상태가 급변하기에 물러설 수 없다. 1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한 1분 1초 절박한 사투가 이어진다.

 
 
▲ 방호복을 3시간여만에 벗고 음압병실에서 나오는 간호사들(2020.3.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공의 1명이 레벨D 방호복을 입고 직접 음압병상으로 들어갔다. 에크모를 단 20대 환자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그 사이 들어간지 3시간여만에 전상범, 박지영 간호사가 스테이션으로 나왔다. 방호복을 벗으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 범벅이 됐다. 검붉은 마스크 자국이 얼굴에 가득이다.

전 간호사는 "생각할 틈이 없다. 그냥 환자가 걸어 나갔으면 좋겠다 그 믿음으로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정부도 그 누구도 최전선인 이곳을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간호사는 "어머니가 '네가 정신을 못차리면 안된다. 네가 잘해야 한다'고 오히려 멋있는 말을 해줘서 힘을 내고 있다"면서 "2주째 집에 못가고 있지만 힘겨운 상황이니 신규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 도움이 되고싶다"고 밝혔다. 

 
 
▲ 방호복을 벗자 땀에 흥건히 젖은 간호복이 보인다(2020.3.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N95 마스크 자국이 선명한 얼굴(2020.3.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스테이션에 있던 김모 간호사는 사망자 얘기에 눈물을 글썽였다. 중환자실 전체 의료진 30명이 24시간 3교대로 헌신해봐도 고통의 시간은 꼭 오고야 만다. 그때의 기억에 김모 간호사는 마음이 좋지 않다. 김 간호사는 "다른 병원은 경증환자가 많지만 경북대병원은 중증만 치료해서 사망자가 나오는 걸 막을 수 없다"며 "치료조차 못받고 돌아가시는 분이 없게 하기 위해 어떻게든 살려보자는 마음으로 버틴다"고 했다. 특히 "환자를 핸들링하고 밤새 상태를 체크하느라 고연차 간호사도 방호복을 입고 일하다 처음에는 구토할 정도로 힘들어 했다"면서 "이제야 적응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정민 내과 전공의도 스테이션을 계속 지켰다. 그는 코로나19 중환자실의 가장 힘든 점으로 환자를 직접 돌볼 수 없는 상황을 꼽았다. 그는 "똑같은 중환자라도 코로나19는 주사를 놓고 싶어도 여러 장비를 착용하고 환자를 봐야해서 치료에 지체가 생긴다"며 "그 부분이 가장 불편하다"고 말했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movie@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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