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갑' 선거구는 대구의 '정치 1번지'로 불린다. 대구의 신도시로 자리잡은 뒤 '거물급' 정치인의 경연장이기도 했고, 지난 1985년 제12대 국회의원 총선 이후 31년 만에 '민주당' 간판을 단 후보가 당선된 곳이기도 하다. 12대 총선 당시 대구 6개 선거구 가운데 2곳에서 '신한민주당' 유성환(서구·중구), 신도환(수성구·남구) 후보가 당선됐고, 한국국민당(이만섭,서구·중구)과 민주한국당(목요상,북구·동구)도 당선자를 냈다. 반면 '여당'인 민주정의당은 김용태(북구·동구)와 이치호(수성구·남구) 2명에 그쳤다.
1985년 당시는 한 선거구에 2명을 뽑는 '중선거구제'였으며, 현행 '소선거구제'로 바뀐 1988년 13대 총선에서는 민주정의당이 대구 8곳을 '싹쓸이'했고, 그 이후 2012년 19대 총선까지 이름만 다를 뿐 보수정당의 '싹쓸이'는 이어졌다. 그리고 1985년 이후 31년 만인 2016년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간판으로 김부겸 후보가 당선됐다. '북구을'의 홍의락 후보도 당선됐으나 당시 민주당에서 컷오프(공천배제) 된 뒤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홍 의원은 당선 후 민주당에 복당했다.
4선 국회의원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수성갑' 선거구는 범어동, 고산동 전체와 황금1~2동, 만촌1~3동이 해당된다. 기자는 지난 17~19일 사흘 동안 수성구 범어역, 범어네거리, 만촌역, 만촌네거리, 신매역, 신매광장 등 범어1~4동·고산1~3동 일대에서 유권자 30여명을 만나 민심을 들어봤다.
대체로 김부겸·주호영 의원에 대한 지지세가 팽팽하게 나눠졌다. 또 '무소속'으로 나선 이진훈 후보에 대한 엇갈린 의견도 뒤따랐다. 반면 지지 성향에 대해 "생각 중", "모르겠다"며 선거에 관심을 두지 않는 유권자도 상당수 있었다. 이들은 "살기 힘들다"거나 "정치인은 믿을 수 없다"고 이유를 들었다.
"인물은 김부겸...한 번 더 뽑겠다"
김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는 대부분 이유를 '인물 경쟁력'으로 꼽았다. 일부 유권자들은 "나는 보수", "민주당은 지지 안 한다"면서도 김 후보 지지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신매시장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안정순(59.고산1동)씨는 "정치가 바뀌어야만 대구가 산다"며 "김부겸을 뽑겠다"고 말했다. 시지근린공원에서 만난 이모(80.고산3동)씨도 "의원 1번 해선 지역구 발전 못시킨다"며 "한 번 더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선 지지자들도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신매광장 인근에서 스마트폰 액세서리점을 운영하는 신모(56.고산1동)씨는 "민주당은 절대 안 뽑겠다는 사람이 많아 이전 선거에 비해 분위기가 나쁘다"고 전했다. 범어역 인근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는 정모(65.고산1동)씨도 "김부겸 잘 했어도 문재인 대통령 때문에 싫다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 실망...주호영 찍을 것" / '탈당' 출마 이진훈, 평가 엇갈려
통합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상당수 '주호영' 후보를 지지했다. 범어역 인근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채문수(77.범어1동)씨는 20대 총선에서 김 후보를 뽑았다. 채씨는 "대구도 너무 보수만 해선 안 된다. 이명박, 박근혜 뽑아줬더니 뭐 잘 한 것 있나"라면서도 "그래도 이번엔 주호영 찍겠다, 문재인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진훈 후보의 '무소속 출마'에 대해선 통합당 지지자들도 의견이 엇갈렸다. 채씨는 "이진훈 그래선 안 된다. 도리가 아니다"라며 "공천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신매광장에서 만난 임모(72.고산3동)씨는 "당 말을 들어야지 이진훈이 발목을 잡는다"며 "본인 때문에 통합당 지면 어쩔 건가"라고 말했다. 반면 범어역 인근에서 만난 주부 최모(48.황금1동)씨는 "황교안 대표는 본인 입으로 전략공천을 안 하겠다 했으면서 주호영을 공천 시켰다"며 "지역민을 속인 결정이다, 이진훈 뽑겠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정치, 신경 쓸 기분 아니다"...코로나19 대응 불만도
정치에 무관심을 드러내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신매시장에서 식당을 하는 이모(38.범어1동)씨는 "정치 신경 쓸 기분이 아니다. 아무도 손님이 안 오는데 정치가 무슨 소용인가"라고 말했다. 범어역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우모(45.만촌1동)씨는 "정치인들은 제 밥그릇만 신경 쓰는 사람들"이라며 "투표할 생각 없다"고 말했다.
여야를 떠나 유권자들이 후보자들과 정치권에게 바라는 점도 있었다. 신매시장에서 만난 안모(59.고산1동)씨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정치를 해달라, 뉴스에서 정치인의 막말을 듣는 시민들은 괴롭다"고 말했다. 같은 곳에서 만난 자영업자 김모(65.고산2동)씨는 "수성구도 낙후된 곳이 많다. 균형 발전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모(58·고산1동)씨는 "마스크 5부제처럼 서민의 삶에 바로 와닿는 정치를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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