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에 필요한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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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주 칼럼] '방역 모범' 평가받는 한국, 그러나 대구시 '지역행정'은 유감


아직은 갈 길이 먼 코로나19사태는 우리사회의 민낯을 직면하게 한다.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바이러스는 평등하지만 젠더, 인종, 계급, 장애 등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따라 더 심각한 피해로 나타나고 있다. 이태원 클럽에서 다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는 우리사회의 인권의식을 다시 보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은 코로나19방역에 있어 서구의 자유주의적 대응도, 중국의 극단적 봉쇄 모델도 아닌 새로운 균형선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되고 있다. 메르스를 경험하며 접촉에 의한 추가 잠재적 감염자를 신속히 찾아내기 위한 법제화를 해서 선제방역이 가능했던 것이 방역성공의 주요한 이유다. 따라서 도시 봉쇄나 통행금지 같은 조치 없이 밀접접촉을 피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여 효과적으로 방역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사생활 보호를 위한 정밀한 제도의 시행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일 것이다. 한국은 특히 시민들의 참여가 제도의 효과성 증명과 방역 성공의 열쇠가 되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공익의 타협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방역모범국가이자 선도국가로 평가되고 있는 이때 시민들은 정은경 질병본부장을 보며 새로운 리더십을 보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 본부장의 일관되고 솔직한 언급, 정보에 근거한 분석, 인내심 있는 침착함은 대중에게 강력하다’고 분석하였다. 정치적인 계산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정치인보다 정치적 계산이 없이 전문가적 리더십이 시민에게 더 신뢰받게 된 것이다. 그 어떤 정치인의 말보다 정은경 본부장이 ‘바이러스가 한국을 이길 수 없습니다’ 라고 말했을 때 시민들은 안심하게 되었다.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코로나19사태에 필요한 리더십은 전문성, 투명성, 개방성과 성실성이다. 이는 전문 관료뿐만 아니라 정치인, 행정가에게도 요구되는 덕목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 권영진 대구시장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 권영진 대구시장

그러나 지지하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제외하고, 대구시민들이 대구의 정치인과 행정가에게 그러한 리더십을 보고 있는가 묻고 싶다. 사상초유의 상황이어서 실수도 있고, 난맥상도 있을 수 있으며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을 이해한다. 그러나 초기의 중앙정부에 대한 지나친 요구와 철회, 주요 감염경로였던 신천지에 대한 늦은 대처, 타 시도와 비교되는 정책적 결정의 시기, 긴급생계자금 총선이후 지급 발표 등의 정책 발표, 비판, 수정 또는 철회는 전문성과 리더십의 결여로 보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대구시가 코로나19극복을 위해 구성한 ‘범시민 대책위원회’에서 안건으로도 공개된 적이 없던 대중교통 등 공공시설 이용 시 마스크 착용 행정명령은 4월 27일 보도 자료에 대변인실 담당으로 이미 공지되어 있었다. 발표가 먼저 되고, 5월 4,5일 양일간 300만원 벌금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93.3%가 찬성하였다고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민감한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여론을 조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마스크 행정명령은 그 진행과정에 의문이 생긴다.

또한 대구MBC 라디오 앵커 멘트에 대한 대구시의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와 검찰 고소 등은 이해하기 어렵다. 언론의 역할이 비판과 감시 견제인데 정식 기사도 아니고 앵커의 멘트에 대해 이렇게까지 대응하는 것은 어떠한 비판도 수용할 수 없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민주주의는 비효율적이고 시끄러우며 힘든 과정이다. 사상초유의 재난시기 시민들은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일상을 지키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때 소송과 행정명령권을 발동하는 지역행정은 유감이다. 대구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시민들의 고통을 함께 하고 위기를 헤쳐 나가며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십이다. 힘이 지배하던 시대는 끝났다. 민주적인 절차를 지키고 소통하며 비판을 수용하여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는 일을 ‘진심’으로 하는 것이 리더십이 아닌가.







[남은주 칼럼 9]
남은주 / 대구여성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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