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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대구와 광주, 우리의 우애

기사승인 2020.05.18  15: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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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정 칼럼] '진상규명' 마침표 찍지 못한 5.18...시민들의 항쟁과 연대는 멈춰있지 않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돌아보면 마음이 덜컥한다. 하루 수백 명씩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일시멈춤 버튼이 눌러져 버린 것 같았던 도시, 대구. 완전히 극복된 건 아니지만 이만큼이나 안정을 찾기까지 우리 모두 애썼다.

지난 2월과 3월 대구는 일상이 멈춰 서고 사람들의 마음조차 닫혀 버릴 것 같았던 도시였다. 그럼에도 두려움과 걱정에만 쌓여 있을 것이 아니라 더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돌아보고 곁을 지키며 함께 이 재난의 시기를 건너기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곳곳에서 있었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사단법인 전태일의 친구들’에서도 그늘진 곳의 이웃을 사랑하고 돌보았던 전태일 열사였다면 지금 무엇을 하셨을까 되짚으며 무료 급식소 폐쇄로 당장 끼니를 굶게 된 쪽방촌 이웃들에게 김밥을 싸서 전달하기로 했다.

아름아름 몇이 모여서 하려던 일이 함께 하겠다고 나선 많은 이웃들과 여기저기 보내주시는 후원으로 일일 점점 커져 쪽방촌뿐 아니라 노숙인, 해고 노동자, 독거노인, 의료진에게 김밥과 간식, 여러 가지 후원 물품을 전할 수 있었다.

 
 
▲ 서울에서 대구까지 쌀 300kg 싣고온 '봄꽃밥차'. 그리고 쪽방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김밥을 싸서 나눈 '(사)전태일의 친구들'(2020.3.13) / 사진 제공. (사)희망씨

김밥 재료비에 조금 보탬을 얻고 싶어 몇몇 분들께 후원을 요청했는데 여기저기서 갖가지 후원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김, 유정란, 유기농 쌀, 빵, 깍두기, 갓김치, 배, 사과즙과 오디즙, 딸기, 귤과 당근, 냉이, 시금치, 방풍나물 등 온갖 봄나물에 생선까지 김밥을 싸던 바보주막 마당에 그득그득 쌓였다.

후원 물품은 특히 광주와 전라도에서 많이 왔다. 광주, 나주, 광양, 부안, 보성, 고흥, 전주, 진안... 전라도 곳곳에서 마치 부모님이 자식들 먹을거리 챙겨 보내듯 건강하고 싱싱하고 맛있는 먹을거리들을 꼭꼭 싸서 보내왔다. 다 전달하기에도 벅찬 후원 물품들을 받고 나누며, 그분은 우리를 향해 어찌 이런 따뜻하고 다정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지 몹시 궁금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40주년이 되는 날이다. 개인으로서 나는 대구에서 나고 대구에서 자라고 대구에서 나이 들어가고 있지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나는 광주항쟁의 기록에서 나고 자라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80년 당시에는 광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지 못했다. 어린 때이긴 했지만 박정희 전대통령이 죽은 날이 또렷이 기억나는 것과는 대조적인 일이다. 광주의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집요한 노력 덕분에 광주항쟁을 알게 되었고 공동체 시민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

 
 
▲ 사진 출처 / 5.18기념재단
 
 
▲ 사진 출처 / 5.18기념재단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한국사회 민주주의를 이루는 지난한 여정에서 시민 항쟁의 기념비적인 역사일 뿐 아니라 재난과 공포 속에서 빛나는 시민 공동체의 경험을 남긴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이 자랑스러운 시민의 항쟁은 1996년 국가가 기념하는 민주화운동으로, 2001년에는 관련 피해자가 민주화 유공자로 공식 인정되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라는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당시 발포 명령자를 찾아내고 무고한 시민들을 향해 총을 쏜 경위를 밝혀내야 한다. 집단 학살의 피해자 – 사망자, 행방불명자, 성폭력 사건을 찾아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하고, 군의 조직적인 왜곡과 조작 등도 밝혀내야 한다.

40주년을 맞아 대통령도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을 밝히고, 그동안 어깃장만 놓던 통합미래당에서도 당 일각의 5.18 민주화 운동 폄훼, 모욕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국민 보통의 시선과 마음가짐에 눈높이에 맞추겠다.”고 했다니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역사적 의미 부여가 이루어질 것 같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 시민사회 모두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진상규명과 제대로 된 역사적 의미 부여를 위해 노력할 때 대구 시민들도 적극적으로 함께 해나가기를 기대한다.

 
 
▲ '제40주년 대구 5.18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 주최로 5월 18일부터 대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40주년 5.18민중항쟁기념 사진 전시회'...1980년 5월 당시 대구지역의 민주화운동을 '매일신문'이 촬영한 사진 수 십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이를 재촬영(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일부의 대구 시민은 묵은 지역감정이나 보수진영의 선전에 혹해서 여전히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광주 사태라고 하고, ‘북한군이 개입되었다’, ‘세금을 축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바로 얼마 전에 대구시가 구성, 운영하는 대구시 인권지킴이단 SNS에도 그런 주장이 올라와 논란되는 일까지 있었다.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해 자기가 소속된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5.18 관련 망언을 하자 이에 이용섭 광주시장에게 메시지를 보내 사과를 했다. 용기 있는 일이었다. 거기에 머무르지 말고 40주기를 맞은 올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대구 시민들의 왜곡된 인식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과 시민들에게 진실을 제대로 알리고 광주와 교류를 확대하는 사업들을 추진했으면 한다.

80년 5월, 광주에서 있었던 시민들의 항쟁과 연대는 거기에만 멈춰있지는 않은 것 같다. 2020년 코로나 19가 덮친 재난의 도시 대구로 향했던 뜨거운 연대에서 80년 그날의 마음들을 엿볼 수 있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향해 저항하고 재난과 공포에 맞서 연대하며 우애를 나누는 일은 광주에서도, 대구에서도 가능할 것이라 믿는다.

 
 







[정은정 칼럼 8]
정은정 / 대구노동세상 대표

평화뉴스 정은정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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