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회 '성평등 조례' 발의...일부 기독교 단체 또 '문자 폭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0.06.15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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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련 등 시의원 6명 '성평등 교육 조례' 발의 "N번방 등 성범죄 심각...학교에서 성인지 감수성 교육"
특정단체 전국 곳곳서 수백통 '반대' 문자·집회 "동성애 옹호·페미교육" / 서울·충북 2곳 제정, 대구는?


대구시의회가 '성평등 교육 조례'를 발의하자 일부 기독교 단체가 또 '문자 폭탄'으로 반대에 나섰다.

15일 확인한 결과, 대구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진련(비례대표)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과 미래통합 시의원 6명은 '대구광역시교육청 성평등 교육환경 조성 및 활성화 조례안'을 지난 4일 발의했다. 해당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는 오는 17일 이 조례에 대한 첫 심사를 벌인다. 

대구시교육청 성평등 교육환경 조성 및 활성화 조례안(2020.6.15) / 사진.대구시의회 캡쳐
대구시교육청 성평등 교육환경 조성 및 활성화 조례안(2020.6.15) / 사진.대구시의회 캡쳐
성평등 조례를 대표 발의한 민주당 이진련 대구시의원 / 사진.대구시의회
성평등 조례를 대표 발의한 민주당 이진련 대구시의원 / 사진.대구시의회

의원들은 "최근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N번방 사건이나 학교 내 성범죄 사건 등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돼 교육 구성원들이 성평등 교육 강화와 성인지 감수성 향상, 성폭력 근절에 대한 대책 마련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대구 모든 교육현장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고 성평등 의식과 태도를 키울 수 있는 성평등 교육 환경 조성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조례 제안 이유를 밝혔다.
  
조례에는 ▲교육당사자에게 성평등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성평등 정책을 실현할 수 있도록 교육감 책무를 규정하며 ▲성평등 교육환경 조성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성평등 교육환경 조성·활성화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할 것을 담았다. 대상은 ▲대구지역 전체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로서, 대구시교육감이 성평등 교육 활성화를 위해 성평등 교육 표준안을 마련하도록 규정했다.

해당 조례는 상위법 '양성평등기본법'을 근거로 한다. 성평등 교육을 통해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과 폭력을 없애고, 교육 당사자의 성인지 감수성·민주시민의식을 향상해 성평등을 실현하는 게 목적이다.

"성평등 교육 조례 제정하지 마세요" 기독교 단체 기자회견(2020.6.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성평등 교육 조례 제정하지 마세요" 기독교 단체 기자회견(2020.6.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동성애 퀴어축제 옹호...헌법은 양성평등" 성평등 조례 반대(2020.6.15)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동성애 퀴어축제 옹호...헌법은 양성평등" 성평등 조례 반대(2020.6.15)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하지만 조례 발의 공고 이후 발의한 시의원 6명에게 '반대' 문자가 전국에서 수백통씩 쏟아졌다. 대표 발의자 이진련 의원에게는 앞서 나흘간 300여통의 항의 문자가 날아왔다. 조례를 철회하라는 것이다.
 
한 시민은 문자에서 "조례가 통과된 지역을 보면 기초 학력수준이 형편 없이 떨어졌다"며 "아이들이 일찍부터 성(性)에 눈을 떠 공부에 집중할 수 없을 것"이라고 조례 반대를 밝혔다. 또 다른 시민은 "젠더교육을 시켜 동성애 등 각종 사회적 인성을 평등하다고 교육해 아이들을 성애화 시킨다"고 했고, 한 시민은 "기독교인으로서 동성애, 페미니즘, 성전환을 옹호하는 조례 제정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도 "성평등 교육은 페미교육(페미니즘 교육)"이라며 "가정을 파괴하는 조례"라고 했다.

성평등 교육이 '동성애 옹호'와 '페미니즘 교육'이기 때문에 조례 제정에 반대한다는 게 주된 이유다.

민주당 대구시의원이 받은 '성평등 교육 조례 반대' 문자들(2020.6.15) / 사진 제공.이진련 의원
민주당 대구시의원이 받은 '성평등 교육 조례 반대' 문자들(2020.6.15) / 사진 제공.이진련 의원

이 같은 문자 폭탄은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조례가 발의될 때마다 이어졌다. 일부 기독교 단체 회원이나 관계자들, 신도들이 문자를 보낸 것이다. 경기도의회는 성평등 기본 조례를 발의했다가 기독교 단체로부터 문자 폭탄에 시달렸다. 대구 달서구의회와 경북도의회는 성인지 예산 조례를 발의했다가 기독교 단체 항의에 못이겨 결국 조례를 철회했다. 같은 형태로 학생인권조례, 청소년노동인권조례 등도 지난 10년간 기독교 단체 반발로 대구를 비롯한 전국에서 무산된 사례가 있다.

그 결과 전국에서 성평등 조례를 제정한 곳은 서울시의회·충북도의회 2곳뿐이다. 이들 의회는 기독교 단체 반발을 뚫고 조례를 제정했지만 그 결과 현재까지도 기독교 단체의 '규탄' 대상이 되고 있다.

문자에 이어 기자회견과 피켓팅 운동에도 나섰다. '다음세대 지키기 학부모연합' 등은 15일 대구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평등과 성인지 교육 10년한 후 N번방이 터졌다"며 "성평등 조례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대구기독교총연합회 관계자들은 시의회 앞에서 "헌법은 양성평등을 기초로 한다"며 "동성애 퀴어축제 성평등 조례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펼치고 피켓팅도 벌였다.

"이번엔 꼭"...대구 성평등 조례 제정을 응원하는 문자(2020.6.15) / 사진 제공.이진련 의원
"이번엔 꼭"...대구 성평등 조례 제정을 응원하는 문자(2020.6.15) / 사진 제공.이진련 의원

반대 문자 폭탄 속에 조례를 옹호하는 찬성 문자도 이어졌다. 대구지역 한 고등학생은 "대구에 꼭 필요한 조례"라며 "학교에서 성교육은 부족한 부분이 많다. 꼭 조례가 통과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 학부모도 "종교 집단이 저지해도 꼭 필요한 조례이니만큼 끝까지 통과시켜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진련 대구시의원은 "조례에 동성애 내용이 없음에도 잘 모르는 분들이 이유 없이 조례를 반대하고 있다"며 "제대로된 성평등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이 성인지 감수성을 키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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