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평 누울 자리도 없는 아파트 경비실 초소. 70대 경비노동자는 35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에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힘껏 부채를 흔들었다. 용역업체의 상호가 적힌 긴팔, 긴바지 유니폼이 오늘따라 유난히 덥게만 느껴진다. 팔을 걷어봐도 땀이 난다. 오전인데도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제 6월인데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의 합성어)'를 나는 대구의 아파트 임계장(임시 계약직 노인장)들의 경비실은 벌써 찜통이다. 여기에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마스크까지 쓰고 일을 해서 더위는 두배다. 에어컨 없이 대구의 한여름을 어떻게 버틸지 벌써 걱정이다. 올해는 에어컨을 달아주겠다고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벌써 결정이 났다는데, 그 약속이 언제 지켜질지 고령의 노동자는 알 수가 없다.
더위를 참지 못해 초소를 나온 경비노동자는 아파트 쓰레기장을 둘러봤다. 주민이 버린 고물 선풍기가 놓여있다. 조심스럽게 경비실에 들고와 이리 저리 만져서 테이프를 붙이니 덜덜 거리며 돌아갔다.
아파트 입주민에게 갑질과 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강북구의 고(故) 최희식 경비노동자 사건 이후 지역에서도 모임의 필요성이 제기돼 뜻을 모으고 있다. 갑질 철폐와 3~6개월 초단기간 계약으로 인한 불안한 고용안정화, 부실한 휴게공간 개선 등을 모임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밥값이 나오지 않아 직접 도시락을 싸온 한 경비노동자는 땀을 흘리며 찜통 경비실에서 홀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2교대를 하는 노동자는 아예 작은 전기밥통을 경비실에 놓고 직접 밥을 지어먹었다. 한 노동자는 경비로 일하고 있지만 아파트 청소에 조경 업무도 담당하고 있었다. 경비법상 다른 업무를 시킬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입주민 전세대가 사실상 '사장'이기 때문에 시키는 일은 할 수 밖에 없다. 그 탓에 아예 환경미화원으로 고용된 경비노동자도 있었다. 법망을 빠져나가는 꼼수 채용인셈이다.
그 탓에 아파트경비모임을 알리는 홍보물을 받은 노동자들 대부분 환영했다. "반갑다", "진작 생겨야 했다", "모임이 아니라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 등 적극적인 의사를 나타내는 이들이 많았다. "왕년에 내가 XX이었다. 이런 일을 할 줄 몰랐다" 신세 한탄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노동자들에게 아파트 63세 경비노동자인 조정진씨가 직접 쓴 『임계장 이야기』를 전해주자 "이미 읽고 있다"는 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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