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최전방' 대구 의료진 4천여명, 넉달간 받은 수당 '0원'

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 입력 2020.06.23 21:3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시, 지역 의료진 수당 미지급 "복지부와 상의, 추경 반영 노력"
8개 코로나 전담병원 노동자들 "노골적인 차별과 무시, 즉각 지급해야"


#1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하유숙(45) 간호사는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코로나19 병동에서 근무했다. 코로나 병동에서 입는 레벨D 방호복은 온몸을 감싸는 형태로 통풍이 안 돼 땀 배출이 안 되기 때문에 보통 2시간 근무, 2시간 휴식을 해야 하지만 인력이 적어 5시간 일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씨는 "내가 힘들다고 쉬어버리면 동료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쉴 수 없었다"고 말했다.

#2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서 근무하는 이경하(46) 간호사는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병동에서 근무했다. 레벨D 방호복을 입고 근무하는 시간 동안 화장실을 갈 수 없어 일부러 식사를 굶기도 하고 가족에게 전파시킬까 집에서도 접촉을 자제했다. 이씨는 "자가격리 아닌 자가격리를 두 달 동안 반복했다"며 "이런 노력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없으니 허탈하다. 노골적인 차별 같다"고 아쉬워했다.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간호사 하유숙씨가 발언하고 있다 (2020.6.23)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간호사 하유숙씨가 발언하고 있다 (2020.6.23)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신은정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 대구지역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0.6.23)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신은정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 대구지역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0.6.23)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이 같이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으로 대구지역의 의료진들은 지난 2월부터 넉달 가까이 코로나 방역을 도맡았다. 하지만 타 지역에서 파견돼 비슷한 업무를 맡았던 의료진들이 수당을 받은 반면 방역의 최전선에 섰던 대구의 의료진들에 대한 보상은 따로 없어 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경북대학교병원,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대구보훈병원, 대구의료원, 영남대학교의료원, 파티마병원 등 대구지역 코로나19 전담병원 8곳의 노동조합들은 23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는 코로나 의료진의 처우 차별을 방관하지 말라"며 "대구시장은 즉시 사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구시는 지난 3월부터 6월 초까지 대구지역에 파견된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 2,400여명에게 파견 1일당 근무수당·위험수당·전문직수당 등 명목으로 30만원~55만원가량의 수당을 지급했다. 반면 대구 코로나 전담병원의 의사, 간호사, 임상병리사, 행정인력 등 4천여명에게 준 수당은 0원이다. 최전방에서 일했지만 수당 한 푼 못 받은 것이다. 파견 의료진에게 준 수당을 기준으로 한 미지급액은 최대 수 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경북대학교병원 간호사가 방호복을 입은 뒤 n95마스크를 쓰고 있다 (2020.3.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학교병원 간호사가 방호복을 입은 뒤 n95마스크를 쓰고 있다 (2020.3.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방호복을 벗은 의료진들이 땀에 젖은 채 탈의실에서 나오고 있다(2020.3.3)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방호복을 벗은 의료진들이 땀에 젖은 채 탈의실에서 나오고 있다(2020.3.3)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보건복지부가 지난 2월 '코로나19를 위해 파견된 의료인력 지원·운영 지침'을 통해 파견 의료진에 대한 인건비 기준을 정했지만 지역 의료진에 대한 수당은 책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구시도 이 같은 지침에 따라 지역 의료진에게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이들은 "파견 의료진만큼은 아니더라도 코로나 병동에서 일한 격려로 위험수당과 활동수당을 지급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보건복지부와 대구시는 이 같은 요구를 무시했다"며 "차별당하고 무시당한다는 생각에 대구 의료진은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은정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 대구지역지부장은 "30만원, 40만원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코로나 의료진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관심을 보여달라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 의료진이 대구시를 믿고 다시 코로나 병동으로 들어갈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역의료진 무시 2차 팬데믹 현장의견 외면 대구시 규탄 기자회견' (2020.6.23.대구광역시청)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지역의료진 무시 2차 팬데믹 현장의견 외면 대구시 규탄 기자회견' (2020.6.23.대구광역시청)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대구시 의료관리팀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서 지역 의료진에 대한 예산을 산정해 이번 3차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하려는 중"이라며 "국회의 심의과정 동안 대구시에서도 정부, 국회와 소통하면서 수당이 지급되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23일 오전 0시 기준 전국 코로나 확진자는 1만2,484명으로 대구는 전체의 55.2%인 6,901명이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