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화 월성원전 맥스터 재검토위원장 사퇴 "탈핵 시민계 포함 새판 짜야"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0.06.2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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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폐기물 저장소 증설 의견수렴 기구 대표성·공정성에 문제, 반쪽 공론화" 1년 새 위원들 줄사퇴
경주대책위 "건설만을 위한 요식 행위 멈추고, 원점 재검토...27일 150명 시민참여단 워크숍 중단"


정정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위원장 / 사진.재검토위 홈페이지
정정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위원장 / 사진.재검토위 홈페이지

정정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사퇴했다.

정 위원장은 26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검토위는 실패한 것으로 규정한다"며 "오늘자로 책임지고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재검토위는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으로 국내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고 난 이후 핵연료를 어떻게 관리하고 보관할지에 대한 정책을 논의해왔다. 이 기구를 이끌어 온 위원장이 임기 1년 만에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현재 진행 중인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맥스터) 추가 건설 여부를 묻는 공론화 절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 위원장은 "당초 처음부터 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월성원전 맥스터 증설 여부 공론화가 진행됐다"며 월성원전 맥스터 건설 공론화 과정에 대한 문제 의식을 드러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맥스터 증설 의견수렴을 위해 시민참여단 구성을 위한 설문 문항을 재검토위 차원에서 만들었는데 '지역실행기구'가 재검토위와 상의도 않고 설문 문항을 모두 바꿨다"고 지적했다. 지역실행기구는 경주시(시장 주낙영)가 발족한 임의 단체로서 구성 당시부터 자격 시비가 일었다.

정 위원장은 또 "위원회를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시민사회계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면서 "그 결과 이해 당사자인 탈핵 시민사회계에서는 위원회 구성 한계와 정부 불신으로 의견수렴 과정 참여 자체를 거부했다"고 아쉬워했다. 그 결과 "토론회 개최를 위한 전문가 패널도 구성하지 못한 반쪽 공론화가 돼 '재검토를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앞으로는 탈핵 시민계를 포함한 이해 당사자들이 포괄적으로 참여하는 논의 구조로 판을 다시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 전문가 의견수렴 결과 공개토론회(2020.3.25)  사진.재거토위 홈페이지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 전문가 의견수렴 결과 공개토론회(2020.3.25) 사진.재거토위 홈페이지

위원들의 추가 사퇴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그는 "이틀 전에 재검토위 회의에서 공론화를 계속할지 논의한 결과 당시 참석한 위원 9명 가운데 6명이 '진행해야 한다'고 했고, 저를 포함한 나머지 3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면서 "저와 의견을 함께한 2명도 사퇴를 고려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재검토위는 지난 2019년 5월 29일 15명 위원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7개월만에 4명이 사퇴해 11명이 활동했다. 하지만 이날 정 위원장마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1년 새 위원들의 사퇴가 이어지고 있다.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은 정 위원장 사퇴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 경주환경운동연합 등 20개 단체가 참여하는 '월성원전 핵쓰레기장 추가건설 반대 경주시민대책위'는 26일 논평에서 "정 위원장 사퇴 용단에 공감한다"며 "숙의성, 대표성, 공정성, 수용성을 담보할 수 없고 맥스터 건설만을 위한 요식행위로 전락한 의견수렴을 중단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원점에서 재검토하도록 위원을 재구성하라"고 촉구했다. 또 오는 27일 예정된 경주지역 150명 시민참여단 사전 워크숍에 대해서도 "불공정한 시민참여단 구성은 무효"라며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의 청와대 앞 규탄 기자회견(2020.6.24) / 사진.핵폐기장반대양남면대책위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의 청와대 앞 규탄 기자회견(2020.6.24) / 사진.핵폐기장반대양남면대책위

산자부는 월성원전 건식저장시설이 2021년 11월 포화 상태에 이른다고 보고 재검토위를 중심으로 경주에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저장할 수 있는 임시저장시설 증설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인근 지역인 경주 양남면과 울산 북구 주민들은 반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울산환경운동연합 등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에 지난 5월 25일~26일 맥스터 증설에 대해 만 18세 이상 울산 주민 1,000여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 "찬성 17.6%, 반대 76.8%로 나타났다"고 지난 5월 27일 발표했다. 해당 조사는 유선전화 RDD(Random Digit Dialing)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신뢰도는 95% ±3.1%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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