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입주 반대" 현수막을 내걸고 길을 막고. 대구 곳곳에서 장애인 자립주택이 외면 받고 있다.
시설에서 나와 장애인들이 홀로 설 수 있도록 돕는 자립주택 설립을 놓고 최근 대구지역 곳곳에서 마찰이 일고 있다. 해당 동네 주민들이 자립주택 설립과 입주를 거부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 탓이다.
지난 6일 자립주택 설립으로 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던 대표적인 동네 4곳을 돌아봤다. 대구 서구청과 대구장애인인권연대는 지난 2018년 5월 서구 중리동 B빌라 1가구를 매입해 장애인 자립생활가정을 꾸릴 목적으로 한 달간 공사를 진행한 후 같은 해 7월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동네 주민들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었다. 빌라 주차장을 본인들 차량으로 가로막아 수리 공사를 중단시키는가하면, 출입구에 '장애인의 입주를 결사 반대한다'는 전단지를 붙이기도 했다. 때문에 자립주택 입주를 기다리던 장애인들은 사업 시작 이후 반년 가까이 입주를 못하고 기다렸다. 오랜 지연 끝에 지난해 초가 돼서야 자립주택으로 이사해 본인들만의 둥지를 꾸릴 수 있었다.
이날 만난 C아파트 한 주민은 "장애인 자립주택이 좋은 취지라는 것은 나도 이해하지만 집값 때문에 아마 다른 사람들도 자신들의 집에 들어온다고 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네 주민들이 구청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자립주택을 없애달라고 요구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1월 대구 동구 신천4동 D아파트 주민들은 대구 동구청이 해당 아파트에 있는 자립생활가정 1채에 더해 1채를 더 지으려고 하자 동구청장에게 "자립주택 퇴거"와 "추가 설립 반대"를 요구하며 항의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입장은 엇갈린다. 서구 중리동 B빌라 인근 한 주민은 "장애인이 온다고 해서 집값이 떨어지거나 하는 게 아니다"라며 "주민들의 반발이 이해가 안 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장애인단체는 최대한 설득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반대에 대해서는 수용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서준호 대구장애인인권연대 대표는 "절충점을 찾기 힘들다"며 "주민을 설득하거나 아니면 우리가 포기하고 다른 집을 구해야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곳으로 옮겨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서 "대화를 해보고 안 되면 취지를 살려 버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대구시 장애인복지과 한 관계자는 "먼저 시민들의 의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며 "대구시에서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부터 교육 등을 통해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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