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세대 때문에 집값이 떨어진다며 장애인 세대 모두 아파트에서 나가라는 대자보로 논란이 된 대구지역의 한 아파트 주민대표가 비판이 쏟아지자 결국 사과문을 게재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됐다.
13일 장애인지역공동체에 따르면, 대구 신천동 A아파트 주민대표인 60대 B씨는 장애인 세대에 대한 차별성 대자보를 작성·게시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하기로 했다. 장애인단체와 입주자대표, 주민자치위원장 협의 결과다. 지난 6월 17일 대자보를 붙인 뒤 한달이 되기 전에 사건이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B씨는 이날부터 일주일간 아파트 내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해당 아파트 내에 살고 있는 자립주택의 장애인 세대들에게도 직접 사과하기로 했다. 또 자부담으로 장애인 인권교육을 수강하기로 했다.
사과문에서 B씨는 "아파트 주민대표로서 주민들의 화합을 위해 노력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차별과 혐오를 조장해 주민 간의 갈등을 불러일으켰다"며 "저의 불찰로 마음의 깊은 상처를 받았을 아파트 입주 장애인 세대와 지역사회의 장애인 당사자, 관계기관 등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 "이번 일의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반성한다'면서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장애인 인권교육에 성실히 참여해 다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조민제 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국장은 "그 동안 지역사회에서 장애인 자립주택을 둘러싸고 장애인들과 주민들 간 갈등이 있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자립주택에 대한 인식이 올바른 방향으로 바뀌길 바란다"면서 "자립주택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사라질 수 있는 교훈이 되었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한 혐의에 대해 법적 대응을 고려했지만 사과문 게시로 사태는 종료됐다.
모두 18세대인 A아파트에는 '장애인지역공동체'가 운영하는 장애인자립생활가정 2채가 있다. 자립생활가정은 시설에서 탈시설한 장애인들이 자립해 생활하는 공간이다. 동구청이 2016년과 2018년에 걸쳐 2채를 매입해 장애인지역공동체가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이 2곳에는 23일 현재 장애인 4명이 거주하고 있다. 장애인지역공동체 소유 장애인자립생활체험홈 1채도 있지만 거주하는 사람은 없다.
이처럼 장애인 자립주택과 관련한 장애인들과 주민 간의 갈등은 최근 몇 년 동안 대구지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대표가 직접 나서서 공식 사과한 것은 이번 사례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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