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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와 추모에 대한 입장 차이

기사승인 2020.07.14  12: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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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은주 칼럼] 故박원순 서울시장, 그 이후


故박원순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은 여러 가지 논란으로 뜨겁다. 고인과 뜻을 함께 하며 더 나은 미래를 그렸던 사람들과 피해자에 대한 연대를 표명한 사람들, 피해자의 신상을 털고 무고죄로 고소하겠다는 사람들, 고인에 대한 조문을 하지 않겠다고 표명한 사람들에 대한 도를 넘는 비난과 조롱까지 주말 언론보도와 SNS의 타임 라인은 그야말로 난리였다. 필자는 우리 사회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성세대의 경험과 가치, 기존사회의 질서와 당연함은 특히 젠더인식의 측면에서 질문당하고 있다.

故박원순 서울시장의 실종과 연이은 사망소식에 오랫동안 고인과 친분을 쌓으며 함께 해온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벗이자 동지를 잃어 황망함은 물론 비통함에 잠겼다.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 3선의 서울시장, 대권주자였던 고인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가 살아온 모습과 도무지 맞지 않는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성단체 활동가의 입장에서 고인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고인은 93년 최초의 직장내성희롱사건인 ‘신교수 성희롱 사건’의 변호인단으로 당시만 해도 생소하기만 한 성희롱의 법적 개념을 정립한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낸 주역이었다. 2002년엔 당시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우근민 제주도지사 성추행 사건 민간진상조사위원회’의 위원으로 우 지사의 ‘성추행 혐의’를 밝혀내기도 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 온라인 분향소

그 밖에도 여성단체의 여러 활동에 함께 했다. 고인은 신 교수 성희롱 사건으로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관하는 제10회 여성운동상을 받으며 "식구한테 상을 주는 법이 어디 있느냐? 이제 식구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냐? 섭섭하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고 한다. 여성운동가들은 ‘동지’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사람의 ‘성추행 피소’와 극단적 선택을 함께 마주하고 있다. 故박원순 서울시장은 누구보다 여성인권 보장을 위해 노력했던 사람이었다. 그러니 성추행 피소는 충격을 넘어 절망감마저 느끼게 한다.

논란의 장에서 평소에는 미투운동을 폄하하고 여성인권에 관심 없음을 넘어 왜곡된 인식을 보여 왔던 사람들도 피해자의 입장에 서겠다고 한다. 그들의 생각은 변한 것일까. 이러한 입장과 주장 속에서 고인에 대한 추모와 애도, 피해자에 대한 연대는 극과 극인 것처럼 보인다. 조문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람도 아니다’라고 하고,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장례 등을 2차 가해라고 하기도 한다.

사람은 언제나 객관적이고 이성적일 수만은 없다. 게다가 감당하기 힘든 충격적 상황에서는 더욱 기존 인식과 경험에 근거하여 판단하게 된다. 또한 ‘기존의 인식’은 ‘젠더위계사회’에 대한 직시와 ‘젠더인식’에 근거하기 어렵다. ‘젠더위계사회’라는 용어도 성인지 감수성 또는 젠더감수성이라는 말의 근거가 되는 개념인 ‘젠더인식’도 생소할 뿐만 아니라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 알 수 있고, 늘 갈고 닦지 않는다면 낡은 인식에 머무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사회는 ‘젠더인식’이 ‘기본’인 사회라고 말하기 어렵다. 국가가 'gender equality'(성평등)를 굳이 ‘양성평등’으로 번역하여 법제화하고 있고, 텔레그램의 N번방 성착취를 함께 하거나 성착취 영상을 구매하고 유포한 사람은 26만 명에 이르고, 소라넷 회원은 100만 명이었다.

또한 우리는 잘 아는 사람의 허물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그럴 사람이 아니다’, ‘절대 그럴 리가 없다’를 넘어 피해자의 말을 거짓말이라고 몰아가기도 한다. 우리는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과 더 잘 알고, 친하다. 그러나 피해자는 얼굴만 알거나 아예 모르는 사람이다. 그러니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편에 설 수 밖에 없다. 이런 때 여성학자 권김현영은 ‘에포케’ 즉 판단중지 할 것을 이야기 한다. 혈연·학연·지연으로 움직이는 사회에서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번 논란에서 가장 필요한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 고소인의 변호인과 여성단체 기자회견 / 사진. KBS 뉴스(2020.7.14) 캡처

필자는 故박원순 서울시장의 추모를 둘러싼 입장의 차이는 한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과정이자 낯선 것들의 등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인에 대한 친분과 존경을 가진 사람들은 586세대를 전후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조문하지 않겠다고 한 사람들에게 고인은 예전에 시민운동을 한 정치인이다. 고인에 대한 평가는 과거로부터 함께 한 사람과 현재를 보고 있는 사람이 다를 수밖에 없다. 기성세대와 지금의 세대는 다르고 달라야 한다. 기성세대가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 것들 중에서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비판의 목소리들이 들려오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낯선 목소리는 ‘젠더인식’이라고 생각한다. 기성세대들은 젠더와 관련된 문제가 고려할 부분이 아니거나 매우 작은 부분이었지만 미투 이후 달라지고 있다. 여러 가지 백래쉬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故박원순 서울시장의 생전의 행보와 뜻을 기리고 추모하는 것과 별개로 이 사회는 피해자의 호소를 듣고 보호해야 하며 법과 제도에 따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故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가 끝난 뒤 피해자의 변호인과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피해자의 피해내용과 입장문 발표, 서울시 대응의 문제점 그리고 진상조사의 필요성이 제기 되었으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대한 고소가 이루어졌음을 밝혔다.

이 사건은 형사 고소된 사건이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故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으로 형사고소는 ‘공소권 없음’으로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한다. 그러나 전형적인 위력에 의한 직장내성희롱사건이므로 서울시는 이에 대한 진상조사와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직장내성희롱은 그 책임을 조직의 대표나 사업주가 지도록 되어있으며 관리자와 동료들의 책임도 명시되어 있다. 기자회견에게 밝힌 대로 피해자의 성희롱 피해를 서울시가 인지하고도 해결 하지 않았다면 관련 법률을 어긴 것이며 관련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 애도와 추모의 시간이 지나고 진실을 마주하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어야할 시간이다.

 
 







[남은주 칼럼 11]
남은주 / 대구여성회 상임대표

평화뉴스 남은주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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