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대구동물보호연대(대표 오위숙)에 확인한 결과, 이들 단체가 지난 2019년 칠성 개시장에서 구조한 봉수니는 1년이 지난 지금 경남 거창의 한 가정에 입양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개월이 채 되지 않은 어린 강아지였던 봉수니는 당시 칠성 개시장 '뜬장'에 다른 개들과 함께 갇혀 전시돼 있었다. 식용견으로 길러진 강아지들을 여러 마리 철장 속에 가둬 놓고 손님들에게 전시하는 것을 '뜬장'이라고 한다. 유독 어린 티를 벗지 못한 봉수니는 당시 '개소주' 가게 철장에 갇혀 있었다.
누군가 "뜬장 속에 강아지가 있다"고 외친 뒤 봉수니 구조가 시작됐다. 뜬장 속에서 서로 얽혀 상처가 난 개들. 학대가 분명해 보였다. 동물보호법 제8조 위반이다. 동물단체 활동가들은 주인에게 빗장을 풀라고 외쳤고 주인은 몇 마디 궁색한 변명을 하다가 마지못해 봉수니만 풀어줬다.
봉수니는 '영견탕(강아지 보신탕)'이 되기 전 살아남았다. 몇 달간 동물단체가 임시보호를 하다가 거창에서 펜션을 하는 한 가정 입양돼 현재 봉수니는 새 가족의 품 속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리고 있다.
시츄 믹스견인 대박이도 2018년 6월 칠성 개시장에서 구조됐다. 도살장 철장에 다른 개들과 함께 갇혀 있다가 동물단체 도움으로 풀려났다. 당시 도살장에는 이미 목숨을 잃은 개들이 널려 있었다. 끊어진 목줄, 핏물, 기름 자국 속에 개들은 신음조차 하지 못했던 것으로 동물단체 활동가들은 기억했다.
공포 속에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대박이는 임시보호와 위탁을 거쳐 현재 한 가정에 입양됐다. "팔공산의 정기를 받아 잘 먹고 잘 싸고 잘 놀고 있다"는 게 대박이 견주의 말이다.
봉수니, 대박이처럼 칠성 개시장에서 구조된 개는 극소수다. 지난 16일 초복에 이어 오는 26일 중복, 다음 달 15일 말복 3번의 복날을 앞둔 칠성 개시장 철장엔 아직 구조되지 못한 개들이 갇혀 있다. 전국 3대 개시장 가운데 모란시장, 구포시장은 모두 폐쇄됐고 70년 칠성 개시장만 마지막으로 남았다.
대구동물보호연대에 따르면 ,이들 단체가 지난 2년간 칠성 개시장에서 구조한 개는 20여마리에 이른다. 오위숙 대표는 "실거래의 10분의 1 수준도 안된다"며 "구조되지 못한 대부분의 개들은 그대로 희생된다"고 밝혔다. 때문에 이들은 대구시청과 칠성 개시장 앞에서 "폐쇄"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권영진 대구시장은 앞서 16일 초복 당일 대구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대구동물보호연대, 더불어민주당 동물보호특별위원회 관계자들과 만나 "개식용 근절에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