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의견 반영 안 된 졸속공론화는 무효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경북 경주시 감포읍 감포읍복지회관 회의실에서 한 경주시민의 외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위원장 김소영)'가 월성원자력발전소 핵폐기물시설 '맥스터' 증설에 대한 의견수렴 결과 발표회를 열자 "증설을 위한 쇼"라며 반발한 것이다.
발표회에 앞서 오전 9시 경주와 울산지역 주민 50여명은 발표회를 참관하기 위해 감포읍복지회관으로 향했다. 하지만 먼저 기다리고 있던 감포읍 주민 20여명이 이들의 출입을 막았다. 양측은 한 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일부 주민들이 로비 안으로 들어섰지만 이번에는 경찰 병력 20여명이 계단을 막고 이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주민들은 "공식 발표를 듣겠다는 건데 왜 막느냐"며 감포읍 주민, 경찰들과 1시간가량 실랑이를 벌였다.
일부 주민들은 3층 발표회장에 들어와 발표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김소영 재검토위원회 위원장을 둘러싸고 "졸속 공론화 발표를 즉각 취소, 백지화하라",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주민들은 발표를 하지 못 하게 단상을 점거했고, 급기야 한 주민이 회의실 방송실에 들어가 전기를 차단했다.
김소영 재검토위원장도 나가려 했지만 주민들이 막아섰다. 경찰 병력 20여명이 김 위원장을 둘러싸고 주민들을 밀어내며 겨우 발표회장을 나섰으나 건물에 들어가지 못한 주민들이 다시 김 위원장 앞을 막았다.
주민들은 김 위원장에게 "공론화 무효"를 호소하기 위해 도로에 온 몸을 던졌다. 울산 북구의 한 주민은 "울산도 월성원전 영향력 안에 들어가지만 의견수렴 과정에는 포함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졸속공론화로 핵쓰레기장을 추가로 짓는 것은 완전히 무효"라며 몸으로 김 위원장을 막아섰다. 주민들이 몸을 던질 때마다 경찰들이 이들을 잡아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이 "울산 등 다른 지역에서 추가 숙의를 거칠 예정이 있느냐"고 묻자 김 위원장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짧게 답했다. 결국 30분 가까이 이어진 실랑이는 김 위원장이 차를 타고 발표회장을 나서면서 끝이 났다.
재검토위원회는 이 결과를 산업부에 전달한다. 산업부는 이 자료와 지역 주민, 한국수력원자력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맥스터 추가 건설 여부에 대한 최종 정책을 결정할 예정이다. 압도적으로 찬성이 나온 만큼 맥스터 증설 가능성은 커졌다.
최해술 '월성원전 핵쓰레기장 추가건설 반대 경주시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원전 건설 부처인 산업자원통상부가 맥스터 증설 공론화를 진행시키는 것부터 잘못이다. 종합토론회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밀실 진행됐다"며 "공정치 않은 공론화,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주시민대책위는 경주 시민들에게 공론화 불공정성을 알리는 선전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산업부는 월성원전의 맥스터가 2022년 3월 포화 상태에 이른다고 보고 재검토위를 중심으로 경주에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저장할 수 있는 맥스터 증설 논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인근 지역인 경주 양남면과 울산 북구 주민들은 반대하고 있다.
지난 6월 정정화 전 재검토위원회 위원장이 "당초 처음부터 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월성원전 맥스터 증설 여부 공론화가 진행됐다"며 사퇴하는 등 지금까지 15명 위원 중 5명이 사퇴해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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