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2차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대비 계획으로 간호대생 투입을 검토하자 지역 병원 간호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31일 대구시에 확인한 결과, 대구시는 몇 달째 코로나19와 같은 2차 감염병 재유행 대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러 부서의 다양한 인사들이 계획서 작성에 참여하고 있다. 수정과 보완 작업 중이다.
대비 계획서에서 대구시는 2차 감염병이 재유행할 경우 대구지역의 의과대학, 간호대학, 임상병리학과 4학년 학생들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차 코로나 사태 당시 대구에서 감염병 환자가 폭증해 의료인력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전국 의료진들을 긴급 수혈한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현행법상(의료법 제19조(의과대학생 등의 의료행위) 전시 또는 사변, 그 밖에 국가비상사태 시에 국가나 지자체 요청에 따라 의료인 지도와 감독을 받아 의료 행위가 가능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아직 계획서는 확정된 단계는 아니며 여러 내용을 검토해 추후 확정할 예정이다.
현장 의료진들은 반발하고 있다. 1차 팬데믹 당시 타 지역 파견의료진들과도 손발이 맞지 않아 힘들었는데, 긴급 상황에서 학생들을 투입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비슷한 사례로 경북도는 지난 3월 코로나 확산과 관련해 인료인력 난에 봉착하자 의대생·간호대생 자원봉사자 모집 문건을 작성했다가 논란이 돼 철회한 바 있다. 게다가 대구 코로나 의료진과 관련해 여전히 수당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상황에서 간호대생 투입 계획까지 검토하자 지역 의료진들은 대구시를 규탄하고 나섰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지부는 "오는 8월 3일 오후 12시 대구시청 앞에서 지역 10개 병원 간호사들이 대구시 규탄 1인 시위를 한다"고 31일 밝혔다. 감염병전담병원이었던 대구동산병원을 시작으로 경북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대구의료원 등 10개 병원 간호사들이 차례로 1인 시위를 벌인다. 노조는 "지역 의료진 수당 차별 해결, 2차 팬데믹 학생간호사 투입 철회"를 촉구할 예정이다.
특히 "경북도는 위험수당 월10만원, 야간수당 1.5배를 특별교부세로 지급했고, 충남도는 도내 의료원 전직원에게 80만원 격려금을 지급했으며, 경기도는 이틀간의 유급휴가를 지자체 권한으로 부여했다"며 "반면 대구시는 중앙정부에 요구한 의료인 수당 222억원에 대해 '감당하기 힘든 재정'이라며 코로나 전담병원 사용자에게만 긴급운영자금 300억원을 주고 의료진들은 푸대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2차 펜데믹 준비 상황에서 간호사가 부족하다고 계속 지적했음에도 '학생간호사'라는 무책임하고 경악할 방법을 내놨다"며 "제대로된 간호인력 확보 방안이라고 볼 수 없어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신은정 의료연대 대구지부장은 "파견 의료진과도 손발이 맞지 않아 지역 간호사에게 일이 집중됐는데 , 현장을 아예 모르는 학생을 투입하는 것은 더 심각한 일"이라며 "긴급한 상황에 바로 투입돼 환자를 집중 케어해야 하는데 경험 없는 학생을 동원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간호사 처우를 개선하고 신규 채용을 늘려 2차 팬데믹에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구시 시민건강국 보건의료정책과 한 담당자는 "간호대생 투입 방안은 지역 의료인력을 제대로 활용해보자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며 "법상으로도 가능하다. 봉사 일종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확정된 게 아니라 검토 단계"라며 "계획은 수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당 문제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에 311억원을 추경으로 올렸는데 기획재정부가 삭감해 120억원이 된 것"이라며 "최대한 대구에 많이 지원되도록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병원 300억 긴급운영자금 지원에 대해서는 "각 병원들이 알아서 계획을 세워 지급할 문제"라며 "수당 등으로 얼마든지 지급 가능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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