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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수산물도매시장, 무슨 일?...'철거와 생계' 사이

기사승인 2020.08.07  09: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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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도매시장법인제도'→'시장도매인제도' 전환...10여년 간 '재임대' 등 불법 관행화
대구시, '불법 적발' 법인 퇴출...상인들 "일자리 잃는다" 반발 / 대구시 "영업권 보장하겠다"

 
대구 수산물도매시장 '불법 재임대'에 대해 대구시가 바로 잡겠다며 10여년 만에 대책을 내놨지만 반발에 부딪쳤다. 상인들이 "생계 대책 없이 점포를 닫으라고만 한다"며 거세게 저항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 4일 대구시 북구 매천동 수산물도매시장 냉동창고에 붉은 피켓 10여장이 붙었다. 상인들이 대구시의 '도매인 재지정 불허 결정'과 '행정대집행'을 규탄하는 내용이다. 피켓 옆에는 '행정대집행 시행안내' 공문이 붙었다. 지난 7월 20일자로 행정대집행이 발효됐으니 점포를 자진철거하라는 명령이다.
 
 
 
▲ 대구 북구 칠곡 수산물 도매시장 (2020.8.4)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 "시설물 및 물품 등을 자진 철거하라"...지난 달 20일 행정대집행을 예고하는 대구시의 안내문 (2020.8.4)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대구시와 상인들은 지난 달 20일 철거 행정대집행을 놓고 수 시간 대치했지만 상인들의 거센 저항으로 당일 철거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구시는 계고장을 보내고 단전 등 강수를 뒀지만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6일 현재까지 스스로 철거할 것을 구두 요구 중이다. 일부 점포들은 철거한 상태다.  
 
앞서 1996년 문을 연 대구 수산물도매시장은 현재 3개의 '시장 도매인'이 영업을 하고 있다. 전체 점포는 40여곳, 연간 거래액은 1천억원대다. 갈등의 발단은 대구시가 2008년 수산물 도매시장의 운영제도를 '도매시장 법인 제도'에서→'시장 도매인 제도'로 전환하면서부터다.

도매시장 법인제도가 산지→도매시장 법인→중도매인→소매상으로 이뤄지는 4단계 구조인 반면 시장 도매인 제도는 산지→시장 도매인→소매상으로 이뤄지는 3단계 구조로 운영이 더 투명해지고 소비자에게도 유리하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대구시가 당초 이 자리에서 영업을 하던 중도매인인 상인들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 수산물 도매시장 내부 (2020.8.4)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상인회에 따르면 당시 상인들이 영업권 보장을 요구하며 반발하자 대구시가 당초 도매시장 법인에서 시장 도매인으로 지정된 (주)대구수산과 (주)대구종합수산 등 2곳에 상인들을 영업 직원으로 고용하도록 중재했다. 이에 따라 상인 50여명이 직원으로 채용됐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바뀐 제도는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선 되레 불법이 만연했다. 시장 도매인들은 상인들과 '근로계약서'까지 체결해놓고선, 실제로는 상인들에게 운영비 명목으로 최소 150만원~300만원 가량의 월세를 받는 방식으로 불법 재임대를 놓았다.

대구시는 2018년 3번 연속 불법이 적발된 대구수산·대구종합수산의 영업자격을 박탈했다. (주)매천수산은 2번 적발돼 영업 중이다. 대구수산은 적발된 해 퇴출됐다. 반면 대구종합수산은 자격을 잃고도 2년째 영업 중이다. 대구시는 불법점거라며 철거를 요구했지만 법인과 상인들은 버티고 있다.  

법인은 "법원 판결 전까지 나갈 수 없다", 상인들은 "생계 문제"라며 저항하고 있다. 대구종합수산은 대구시를 상대로 '시장도매인 재지정 불가처분 취소소송' 등 소송 2건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대구고법에서 재판 중이다. 상인들 반발 이유는 좀 더 절박하다. 법인 퇴출 즉시 일자리를 잃게 되는 탓이다. 해당 법인 소속 상인은 6명, 상인들 고용 직원은 30여명이다. 상인들은 대구시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한 상인은 "불법을 묵인하다 왜 이제와 제재를 가하냐"고 지적했고, 또 다른 상인은 "10년 넘게 관행을 방치하고 뭐하다가 생계 대책도 없이 무조건 나가라고만 하냐"고 반발했다.
 
 
 
▲ 행정대집행을 예고하는 대구시 안내문 옆으로 시장 상인들이 반발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2020.8.4)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대구시는 뒤늦게 대책을 내놨다. 지난 4일 ▲시장도매인 수를 현재 3개에서→10개 내외로 확대하고 ▲매년 영업장 면적을 조정해 시장 경쟁을 유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대구종합수산이 있던 도매시장 면적 중 25%를 2곳으로 나눠 시장도매인 신청을 새로 받고 ▲도매시장 내 상인들이 참가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밝혔다. 기존 상인들 영업권을 어느 정도 보장한다는 취지다.

상인들은 이 대책에 대해서도 면적이 적다며 반발했다. 임종욱 상인연합회 회장은 "점포 2~3개 겨우 들어가는 비현실적 크기"라며 "차라리 '도매시장 법인 제도'로 재전환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조대호 대구시 농산유통과 과장은 "이번 대책의 핵심은 불법 근절"이라며 "면적의 25%는 2019년 시장도매인으로 새로 선정된 '(주)중앙수산'과 대구시가 협의한 내용이다. 앞으로 주기적인 면적 조정을 통해 공정한 지분 배분을 약속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법인 제도 재전환 요구는 불합리한 면이 많아 사실상 어렵다"고 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도 대구시에 좀 더 현실성 있는 대책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동식 대구시의원과 대구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대구지부는 지난 4일 공동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 갈등은 대구시의 무관심과 무책임으로 인해 일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구시가 뒤늦게나마 정상화 방안을 내놓았는데 어떤 성과를 내놓을 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hsg@pn.or.kr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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