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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만에 첫 '택배 없는 날'...그래도 다 못쉬는 대구 택배노동자

기사승인 2020.08.12  21: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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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시달린 지역 노동자 5천여명, 8월 14일 휴무...SNS엔 '택배없는날' 운동 "오늘부터 주문 자제"
10년차 베테랑도 첫 사흘 휴가 "과로사 없게, 쉼이 있길" / '빅4 택배사' 뺀 노동자들 "꿈 같은 얘기"


로젠택배 10년차 베테랑 택배노동자 김모씨(46)씨는 12일 오전 대구시 중구 동인동2가에서 30롤짜리 휴지 3봉지를 00빌라 201호에 배달했다. 5층에서 반송 물건을 수거하고 고객에게 전화해 물품을 챙겨 송장을 남겼으니 확인하라고 말했다. 10초만에 일을 끝내고 성큼 성큼 걸어 택배차에 올라탔다. 

새벽 6시 30분 일어나 택배 배송을 한지 10년째. 김씨는 첫 장기 휴가를 앞두고 있다. 이날도 배송을 재촉하는 고객들의 문자와 전화가 있었지만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어쩐지 배송 물량도 조금은 줄어든 기분마저 든다. '8월 14일 택배 없는 날'을 앞두고 이틀의 기다림도 설레게 한다.

 
 
▲ 로젠택배 택배노동자가 대구 한 빌라에서 배송업무 중이다(2020.8.1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씨는 오는 14일~16일 사흘동안 처음으로 가족들과 휴가를 떠난다. 코로나19에 기록적인 장마까지 겹쳐 지난 3월부터 월 배송 물량이 1만여개에 이를 정도로 과로에 시달렸다. 하루 14~15시간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 가족들 얼굴도 볼 시간이 없었는데 드디어 긴 노동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쉼을 얻었다.

그는 "8월 14일 하루의 쉼을 얻기까지 올해만 3명의 택배노동자가 숨졌다"며 "더 이상 과로사가 없게, 택배 없는 날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매년 쉼이 있는 택배노동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씨제이) 대구 중부지부 5년차 택배노동자 김모(52)씨도 첫 사흘 휴가를 얻었다. 그는 "꿀맛 같은 휴가를 얻어 기쁘다"면서 "나보다 가족이 더 좋아한다"고 했다. 다만 사흘 휴가 뒤 밀려있을 배송 물량을 생각하면 벌써 머리가 아프다. 하지만 "이제는 휴식이 있는 삶을 원하다"면서 "시민들이 조금만 참고 기다려주면 더 안전한 일터에서 택배기사들이 일할 수 있다.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8월 14일 전국 택배노동자들이 쉰다. 택배업 시초 한진택배(파발마·1992년) 설립 후 첫 공식 휴가다.

민주노총 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택배노조, 한국통합물류협의회, 전국택배대리점연합회, 택배위원회 등 노사가 지난 달 14~16일 사흘간 논의한 결과다. 지난 몇 년간 택배 없는 날 제정을 위해 양측은 만났으나 매번 불발됐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배송 물량이 급증해 택배노동자들이 과로사하는 일이 벌어지자 국내 택배업이 시작된 이례 처음으로 '택배휴가일'을 제정했다.

 
 
▲ '#8월 14일 택배 없는 날, 택배노동자에게 휴식을 보장하라"(2020.8.8) / 사진.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14일 '택배 없는 날'은 공식 휴무일이고, 15일 '8.15 광복절'과 16일 일요일까지 합쳐 사흘 가까이 쉴 수 있게 됐다. 대구지역에서는 5,000여명의 택배노동자들이 당일 쉴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에서는 '택배_없는_날'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고 있고, 일부 상인들도 동참을 선언하고 있다. 또 14일 제대로 된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오늘부터 주문 자제" 해시태그도 달리고 있다. 

다만 일부 택배노동자들은 14일 쉬지 못한다.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국내 18개 택배사 중 '한국통합물류협회'에 가입된 CJ대한통운·롯데택배·한진택배·로젠택배 '빅4 택배사'만 휴식권 보장에 합의했다. 소규모 업체 노동자들은 택배 없는 날에도 택배 업무를 할 예정이다. 우체국은 업무를 최소화한다.

A택배사 한 노동자는 "꿈 같은 얘기"라며 "우리도 쉬고 싶은데 사장이 '알아서 하라고 하더라' 제일 무서운 말이다. 결국 일하라는 것"이라고 12일 말했다. 때문에 "업계 전체로 확산되도록 정부가 휴무를 강제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누군 쉬고 누군 일하는 억울한 일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한편, 택배노동자는 '특수고용노동자'다.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법정휴일, 연차, 휴가 제도를 누리지 못했다. 쉬기 위해선 일당의 2배 이상 드는 대체인력·대차를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movie@pn.or.kr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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