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체류하는 난민 여성들 호소 "아이 분유값이라도 벌게 해달라"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0.08.2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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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니 여성들 난민 불인정→재신청 기간 동안 비자 없어 '취업불가', 10월까지 출국유예 "나가라"
"일 못해 표값도 없는데 무조건 나가라, 생존권 보장" 1인시위 / 대구출입국 "취업·보험 등록외국인만"


아프리카 기니에서 2017년 한국에 온 20대 하디민(가명)은 난민 불인정 판정을 받았다. 재신청도 결과는 같았다. 이후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외국인등록증을 가져가 비자가 없다. 일 할 수도 병원에 갈 수도 없다. 하디민은 "아이 분유값이라도 벌게 해달라"고 24일 대구출입국 앞에서 호소했다.

2019년 10월 아들 미리엠(가명)이 태어났다. G-1비자를 발급 받은 1살 아들은 체류자격을 얻었다. 그 사이 출입국은 하디민에게 '출국명령서'를 보냈다. 한국에서 "나가라"는 뜻이다. 출입국에 사정을 설명했고 '출국기한유예허가통지서'를 받았다. 출국시기는 두 달 연장됐다. 어기면 강제퇴거된다.

대구에 체류하는 기니 여성 하디민씨가 아들을 업고 있다(2020.8.24)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에 체류하는 기니 여성 하디민씨가 아들을 업고 있다(2020.8.24)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수잔나(가명)가 '출국기한유예허가통지서'를 들고 있다(2020.8.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수잔나(가명)가 '출국기한유예허가통지서'를 들고 있다(2020.8.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014년 한국에 온 기니 30대 여성 수잔나(가명)도 상황은 같다. 기니 경찰에 폭력을 당했다며 정치적 탄압을 이유로 난민 신청했지만 불인정 됐다. 재신청, 행정소송까지 기나긴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수잔나도 재신청 기간 동안 비자가 없어 취업을 할 수 없다. 한국에 온 뒤 7살, 4살, 12개월, 한 달 반된 딸 4명을 낳았다. 일하는 게 불법이라 수잔나도 남편도 생계가 막막하다. 지자체나 시민단체의 인도주의적 도움을 이따금 받을 뿐 형편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출입국은 수잔나에게도 출국명령서를 보냈다. 수잔나의 출국유예 기간은 오는 10월 말까지 연장됐다. 두 달 뒤 떠나야 한다. 기한을 지키지 않으면 강제로 쫓겨난다. 떠나고 싶어도 비행기 표값을 살 돈도 없다는 게 수잔나 설명이다

대구지역에 체류하는 난민 여성들이 대구출입국사무소 앞에서 오는 25일부터 1인 시위에 들어간다고 24일 밝혔다. 10여명의 난민 여성들은 "난민에게 생존권 차원에서 노동권을 보장하라"며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체류하는 기간 동안만이라도 일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난민 신청자 기니 여성들이 대구출입국 앞에서 기자회견 중이다(2020.8.24)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난민 신청자 기니 여성들이 대구출입국 앞에서 기자회견 중이다(2020.8.24)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난민 신청자 생존권 보장하라"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 기자회견(2020.8.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난민 신청자 생존권 보장하라"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 기자회견(2020.8.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는 이날 오전 대구출입국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난민 신청 1만5천452건(2019년 기준) 중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이는 79명으로 난민인정률은 0.4%에 불과하다"며 "유엔 난민협약국의 난민 인정률 38%를 크게 밑돈다"고 비판했다. 또 "난민 신청을 하고 기다리는 이들에게 정부는 각자 도생의 길을 가라고 떠밀고 있다"면서 "난민 신청을 하고 6개월간 노동을 하지 못하게 해놓은 제도는 난민 생존권을 무너뜨린다"고 지적했다.

최선희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 집행위원장 "난민 불인정 후 출입국 재량으로 부여되는 체류자격(G-1)은 취업을 허용하지만 대부분 인도적 체류비자를 취득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비공개 지침, 잦은 지침 변경, 단속, 송환, 출국, 퇴거명령 남용으로 빈곤과 절망에 몰아넣고 있다"고 했다. 때문에 "목숨 걸고 떠나온 이들에게 인간답게 살 권리를 부여하라"며 "법무부와 지역 출입국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출입국사무소 측은 "난민 불인정 결정된 외국인이 이전에 사정 변경 없이 재신청하는 경우 이미 난민 인정 여부에 대한 판단이 종료된 것으로 신청자의 체류기간 연장을 불허한다"고 밝혔다.

다만 "연장이 불허되도 재신청자의 난민심사가 끝날 때까지 출국을 유예해 머무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취업이나 건강보험 가입은 등록외국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라며 "체류기간 연장이 불허돼 등록외국인이 아닌 재신청자에 대해서는 취업허가와 건강보험가입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1994년부터 대구출입국 난민 신청 건수는 모두 2천32건이다. 이 가운데 인정된 경우는 5명이다. 인정률은 0.2%다. 2013년 '난민법' 제정 후 대구출입국 난민 인정 건수는 2017년 1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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