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독은 찰나에 잊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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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 『내 고독은 찰나에 잊힌다』(필명 '뇌' 지음 | 대구YMCA | 2020)

 
 첫 장을 펼친 후 마지막 장을 닫을 때 까지 아슬아슬한 아픔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긴 젊은 피의 몸뚱아리를 이리 짓밟고, 저리 굴리는 모습을 봅니다. 제목이 『내 고독은 찰나에 잊힌다』니요. 처절하게 홀로된, 외로움을 겪은 20년의 긴 세월을 어디 두고 눈 깜박할 새 잊힘을 상상합니다.

  '나비 나, 비가 될 것이다'는 제목에서 소녀는 울고 또 울부짖었습니다.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 자신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이름, 이름을 지어준 이를 전혀 알수 없는 마음에서 나온 이름, 가난과 불화, 술에 빠져있는 부모의 모습과 폭력으로 얼룩진 가정, 유리병으로 가격당해 피를 흘리는 어머니의 머리에 흰 수건으로 지혈하면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무수히 되뇌이던 모습이 우리의 가슴을 멍하게 만듭니다. 
 
  그러면서 글을 쓰는 것, 음악에 재능 있는 소녀는 외칩니다. '내 삶에는 내가 없다'고. 상업학교에서 실용음악이나 문예 창작을 꿈꾸기도 했으나 결국 1학년에 자퇴할 수밖에 없었지요.
 
『내 고독은 찰나에 잊힌다』(필명 '뇌' 지음 | 대구YMCA 펴냄 | 2020)
『내 고독은 찰나에 잊힌다』(필명 '뇌' 지음 | 대구YMCA 펴냄 | 2020)

  필자의 말처럼 '꽃 같은 나이가 아닌 X같은 나이인 18세 때'  아버지가 죽고 장례식장에서 마신 술을 기억합니다. 스무 살에 어머니는 스스로 세상을 떠나셨고, 이어 무작정 상경, 어딘지 있을지 모르는 의미를 찾는 모습, 식당에서의 아르바이트, 같이 일하는 언니의 마약 흡입, 단속에 걸리고 결국 영창에 갇혔으나 단 한명의 면회자도 없는......그래서 '살아감'과 '죽어감'이 동의어라는 사실을 작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무의미로 살겠다고 합니다.

  이 책을 추천해 주신 김찬호 박사(성공회대 교양학부교수, 『모멸감』 저자)는 이 책을 '모든 것을 홀가분하게 지워버리고 싶은 백척간두의 상황에서 구명줄처럼 붙잡은 언어들, 누군가에게 긴박하게 타전하는 듯한 SOS의 신호음이 우리에게 어떤 울림으로 전해지는가. 험준한 벼랑으로 떠밀리지 않고 지금 이 순간 깨어있으라고 일갈한다. 다른 한편으로 어설픈 행복에 안주하려는 이들에게 불행의 근원을 직시하도록 안경을 씌워준다'고 추천의 글을 주셨습니다.

  문학평론가 유임하 교수(한국체육대학)는 '스무 살 소녀의 글이 참 맵고 깊고 처절하네요', '학대 속에서 형성된 각성 상태와 자기로 향하여 죄의식을 대상화해서 글을 써 낸다는 것은 이미 운명처럼 생성된 글쓰기의 재능'이라고 말합니다.

  필자는 대구 YMCA 청소년 회원 중 한명입니다. 아직도 성년에 이르려면 한 두해는 더 기다려야 합니다만 빨간색과 짙은 화장을 좋아하고 글을 씀이 자신의 삶을 사는 것으로 보이는 젊음입니다. 그녀가 쓴 글 15여 편을 책으로 묶었습니다. 청소년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아니어도, 지금 우리 아픈 청소년들에게서 보이는 아픔을 따가운 필체를 통해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대구YMCA 사회교육부에 문의하시면 책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책 속의 길] 170
김영민 / 대구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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