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시켜준다더니"...대구은행 비정규직들 '부당해고' 제소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0.09.2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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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앞두고 실직한 20대 계약직들 "시험·면접 통과했는데 나가라" / "계약만료...스마트화 파트 축소"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켜준다더니...갑자기 나가라고 해서 막막하다"

대구지역 대표은행 DGB대구은행이 추석을 앞두고 20대 비정규직들을 해고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대구은행 수성구 본점에서 2016년 2월 파견업체 협력직원으로 일하다 2018년 10월부터 지원직으로 근무한 A씨(27)와 B(28)씨는 오는 30일을 끝으로 대구은행에서 해고될 위기에 놓였다고 밝혔다.

A씨와 B씨는 추석 연휴가 끝나는 오는 5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 할 예정이다.

"사직을 청허하여 주세요" 대구은행 비정규직 A씨가 받은 사직원(2020.9.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직을 청허하여 주세요" 대구은행 비정규직 A씨가 받은 사직원(2020.9.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들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지난 4일 이들에게 일을 그만두라는 내용이 담긴 '사직원'을 보냈다.

"0월 0일 일을 사직코자 하오니 청허하여 달라. 퇴직 후 사내 비밀을 외부에 누설하지 않을 것이다. 이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해위를 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 어길 경우 변상의무를 이행한다"

사직원 원문이다. 스스로 나갈테니 사측이 허가 해달라는 내용이다. 두 사람은 황당해했다. 더군다나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을 위한 시험을 통과해 이 같은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첫 직장으로 대구은행에서 일한 20대 청년들은 4년 7개월간 대구은행 파견업체 파견직원에서 지원직군이라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다가올 무기계약직 '정규직(무기직)' 전환을 기대했다. 압류절차 업무, 수표결제, 공공기관 세금 미납자 조사, 범죄자 수익 거래내역 조사 등이 이들의 주요 업다.

정규직(무기직)으로 전환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조건도 열심히 준비했다. A씨와 B씨는 정규직 전환 대상자를 뽑기 위한 경쟁 채용 과정에 포함됐다. 비정규직 10여명이 경쟁을 펼쳤다. 두 사람은 필기시험을 통과한 뒤 담당자 면접과 임원 면접도 통과했다. 비정규직 선배들이 같은 경로로 고용불안에서 벗어났고, 해당 시험과 면접을 치르는 것도 전환을 위한 절차라고 구두로 들어 전환만 기다렸다.
DGB대구은행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DGB대구은행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하지만 갑자기 계약 종료를 통보해 일자리를 잃게 됐다. 두 사람은 인사과에 그 이유를 물었다. 인사고과(업무평가)도 좋았고 시험과 면접에도 문제가 없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만 '경영위기로 전환이 어렵다', '신규채용도 줄인다', '앞으로 무기직 전환은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A씨는 기억했다.

A씨는 "통보 받고 주저앉아 울었다"며 "같은 직군 선배들은 거의 전환됐다. 시험도 통과했는데...희망고문만 하고 이용당한 기분"이라고 했다. 또 "상시직군을 해고할 정도의 경영위기는 아니"라며 "코로나19 때도 전직원에게 100만원의 특별상여금이 나왔다. 너무 억울하다.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측은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대구은행 본부 한 관계자는 "해고가 아닌 계약만료"라며 "계약이 끝남에 따라 내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또 "면접과 시험을 통과하고도 전환되지 않은 사례가 앞서 있긴 있다"며 "이번이 특이한 경우는 맞지만 처음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만 몇명이 전환되지 않아 해고됐고 그 시기가 언제인지는 밝히기 곤란하다고 했다. 이어 "대구은행 수익이 전년대비 22% 급감했고, 스마트화로 인한 업무 축소로 점포수가 줄고 채용 규모도 3분의 1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사정은 안타깝지만 시스템이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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