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택배 분류 1년, 쿠팡 경북물류센터 20대 노동자 '과로사' 의혹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0.10.1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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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후 귀가해 숨져...사인 "원인불명" / 유족 "평소 건강했던 아이, 살인적 업무에 희생...진상규명"
대책위 "코로나 물량폭증, 인력보강 요청 묵살...올해 택배노동자 8명 사망...산재" / 쿠팡 '묵묵부답'


'쿠팡' 경북 칠곡물류센터에서 1년간 야간 택배 분류일을 하던 일용직 청년 노동자 A(27)씨가 숨졌다.

새벽에 퇴근해 집에 돌아와 씻으러 들어간 욕실에서 물 없는 욕조 안에 웅크린 채 숨을 거뒀다.

유족은 "코로나19로 물량이 폭증해 노동강도가 세졌다"며 '과로사' 의혹을 제기했다.

올해 들어 숨진 택배노동자는 벌써 9명으로 늘어났다.

쿠팡 경북물류센터 20대 사망 노동자의 유족 "책임 인정"(2020.10.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쿠팡 경북물류센터 20대 사망 노동자의 유족 "책임 인정"(2020.10.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A씨의 유족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의 말을 16일 종합한 결과, 경북 칠곡물류센터에서 지난 2019년 6월 25일부터 1년 넘게 야간 택배 물량 분류작업을 하던 고(故) A씨는 지난 12일 새벽 4시 퇴근 후 대구 수성구 집에 돌아와 씻기 위해 욕실에 들어간 뒤 숨을 거둔 채 가족들에게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망원인은 '원인불명 내인성 급사'다.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작스럽게 숨졌다는 것이다. 유족은 평소 건강했던 아들이었기에 정확한 사인을 다시 밝혀달라고 경찰에 재의뢰했다. 고인이 숨지기 전에 "'노동강도가 세졌다'는 말을 했다"며 A씨의 죽음과 택배업무가 연관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그 예로 A씨가 야간에 물류센터 1층~7층까지 매일 5만보(약 40km) 왕복해 75kg에서 60kg로 체중이 15kg 줄었고, 양쪽 무릎에 염증·통증이 생겼으며, 최근 심장이 아프다는 말도 했다는 것이다.

고인은 택배 물량 카트·포장박스를 채우는 분류노동자로 매일 일당을 받는 일용직 비정규직이었다. 주간에 일하고 싶었지만 자리가 없어 일이 고되도 임금이 높은 야간조에서 일했다는 게 유족 설명이다.    
A씨 어머니 박모(52)씨는 "평소 건강했던 아이가 살인적 업무에 희생됐다"며 "아들의 죽음이 마지막이고 더 이상 죽음이 없도록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오는 과로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해달라"고 말했다.  

유족과 대책위는 쿠팡 측에 면담을 요청한 뒤 조만간 '산업재해'를 신청할 예정이다.

쿠팡 경북물류센터 과로사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2020.10.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쿠팡 경북물류센터 과로사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2020.10.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와 관련해 과로사대책위, 민주노총대구본부, 서비스연맹 대구경북본부, 택배연대노조 대구경북지부는 16일 대구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물류센터 분류노동자의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물량 폭증으로 인력 보강을 요청했음도 쿠팡은 묵살했다"며 "이른바 '지옥의 알바'라고 불리는 택배분류노동이 더 이상 산재로 이어져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석운 과로사대책위 공동대표는 "20대 청년 노동자가 원인불명으로 숨진 것은 산재로 볼 수 밖에 없다"며 "쿠팡은 책임을 인정하고 유족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쿠팡은 이번 사건에 묵묵부답했다. 본사와 경북물류센터 양측에 입장을 물었으나 어떤 답변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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