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달부터 연말로 향하는 11월까지 노동자들은 매월 산업 현장에서 숨지고 있다.
2020년 1월 11일 경북 상주 석재사업장 자재정리 중 굴러떨어져 사망. 2월 5일 경북 포항 제철 사업장 용강 쇳물 통에 빠져 전신화상 치료 중 사망…10월 28일 대구시 달성군 가창댐 취수관 구멍에 빨려 들어가 사망. 11월 2일 경북 김천시 율곡동 주차기가 갑자기 작동돼 협착돼 사망.
정은정 정의당 대구시당 노동상담소 비상구 소장은 "전년 동기 대비 올해 전국 산재 재해자수는 138명(0.3%) 증가해 5만1천797명(2020년 6월 기준)"이라며 "지역도 산재율이 같이 올랐다"고 5일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말했다. 때문에 "산재를 줄이기 위해 기업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을 제정하고 지역에서도 산재 예방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산시의회는 올 5월 '부산광역시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자 건강증진 조례'를 제정한 반면 대구시의회는 감감무소식이다.
강 의원은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의역 김군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김용균 석탄화력발전소 사망사고, 이천물류센터 화재참사 등 산재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매일 6명, 2천명 이상이 산재로 죽어가는 산재사망율 1위 국가, 10만명당 산재사망자수(2015년 기준)가 영국 0.4명에 비해 10.1명으로 영국의 20배에 이르는 게 한국의 민낯"이라고 비판했다.
또 "중대재해는 개인 부주의 결과가 아니라 위험한 작업환경과 위험관리시스템 부재, 안전을 비용으로 취급하는 이윤 중심 경영방침·조직문화, 재해에 대한 관대한 사회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기업의 안전의무 위반에 대한 불이익보다 그로 인해 얻는 이익이 막대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지금처럼 미약한 처벌로 이어지는 법으로는 기업의 안전의무이행을 담보하기 어렵다"면서 "중대재해는 규제 위반이 아니라 '범죄'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강 의원은 "재해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사업주·경영책임자·기업에 대한 형사책임, 감독과 인·허가 권한이 있는 기관장·상급 공무원 형사책임, 기업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반드시 이번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대구 시민들의 관심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강 의원은 지난 6월 11일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의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으로는 산재가 발생해도 기업·사업주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밖에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처벌이 약하니 산재가 끊이지 않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산재 1위 오명도 씻지 못한다는 해석이다. 이 법안은 고(故) 노회찬 의원이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발의한 법안이 모태다.
해당 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사업주가 유해·위험방지 의무를 위반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천만원 이상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된다.
김종호 수석부지부장은 "안전보다 시간단축을 우선시하는 관행으로 위험환경에서 일을 시키고 안전수칙을 무시하는 일이 많다"며 "원청은 하청에 책임을 떠넘기고 노동자 탓으로 돌린다"고 했다. 또 "코로나19를 핑계로 안전을 더 등한시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전체 산재 사망사고 절반이 추락이고 이 중 절반은 건설현장이다. 건설노동자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기다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정민 변호사는 지난해 9월 10일 경북 영덕군 A오징어 젓갈 수산가공업체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 4명(태국 3명, 베투남 1명)이 질식한 산재 사망사고를 중심으로 산업재해 판결 사례를 들었다. 박 변호사는 "8년 만에 처음으로 지하탱크를 청소하는데 사장 B씨는 청소작업 전 가스를 확인하거나 환기하는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노동자들에게 마스크 등 안전장비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사장 B씨는 업무상과실치사, 산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이 선고되기까지 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B씨에 대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280시간을 선고했다. 피고인과 검찰 모두 항소해 현재 항소심 계류 중이다.
박 변호사는 "현재 산재 사망이 발생하면 과실범으로 취급돼 업무상과실치사죄와 산안법 위반죄의 경합으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형을 선고하는 재판 관행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합당한 처벌을 위해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사장을 고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덕 사례에 이어 올해 4월 부산 하수도, 6월 달서구 자원재활용업체 맨홀, 8월 인천 자동차 부품공장 정화조에서도 유독가스 질식 사망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했다"면서 "이주노동자, 하청업체 노동자 등 주로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피해자라는 게 사건의 공통점"이라고 꼬집었다. 때문에 "산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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