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3법' 다뤄도 모자랄 판에 '노동 개악', 노동자는 어떡하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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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황순규(진보당)
"한해 2천명 넘는 산재 사망...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해야"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노조 활동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노동개악"


11월 25일, ‘노동법 개악 저지’, ‘전태일 3법 입법 쟁취’를 위한 민주노총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가 있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연대발언을 할 기회를 얻었기에 나눌 이야기를 준비했다. 하루, 이틀... 내용을 추려가고 있었는데 막상 일상에서 접한 이야기는 ‘이 시국에 무슨 집회’라는 이야기뿐이었다. 집회를 개최하게 된 배경, 원인에 대한 이야기는 온데간데없고, ‘코로나 확산 우려’, ‘집회 자제’만 이야기하는 뉴스를 보고 있노라니 나조차도 헷갈릴 지경이었다.

<조선일보> 2020년 11월 26일자 1면
<조선일보> 2020년 11월 26일자 1면

 위험을 무릅쓰고, 논란을 무릅쓰고 왜 모여야 했을까. 왜 총파업을 하는지, 왜 총력투쟁을 하는지 이야기가 10분의 1, 아니 100분의 1만큼이라도 다뤄졌더라면 억울하지라도 않을텐데. 이건 아니지 않은가.

 ‘이건 아니다.’는 생각은 ‘이 가뭄에 웬 파업’류의 숱한 기사들을 떠올리게 했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IMF까지 떠올리게 했다. “나라 경제가 절단 나게 생겼는데. 웬 파업이냐”던 상황 말이다.

 그로부터 20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되었던가. 노동자, 국민들은 정리해고로 비정규직으로 불안정 노동으로 내몰렸고,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위험마저 외주화해 버린 기업들 때문에 산업현장에서는 숱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 노동자, 국민들을 보호해야 할 법, 제도는 항상 한 발 늦었고, 자본은 한 발 앞서 막대한 부를 축적해왔다. 산재사망률 세계 1위, 자살률 세계 1위 등 숱한 통계지표를 들춰보지 않더라도, 열심히만 하면 잘 살수 있다는 희망마저 ‘삭제’ 된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2019년 국내 산업재해...재해자수 10만9천242명, 사망자수 2천20명 / 자료.안전보건공단
2019년 국내 산업재해...재해자수 10만9천242명, 사망자수 2천20명 / 자료.안전보건공단

 답답한 마음에 노동자들이 직접 나섰다. 소위 ‘전태일 3법 입법 청원’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근로기준법(근기법) 11조 개정 △노동조합법(노조법) 2조를 개정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그간의 법, 제도로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했던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도, 특수고용노동자도 노동조합 할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고, 연평균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산재로 사망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중대재해기업을 엄하게 처벌하자는 내용이다.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막기 위해 ‘늦어도 괜찮아’라며 응원했던 국민들, ‘다녀올게’라는 당연한 말이 지켜지는 일터가 되길 바랐던 국민들의 참여로 입법청원은 10만 명을 달성했다.  국제노총의 ‘글로벌 노동권리 지수’가 만들어진 2014년 이래 줄곧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 해당하는 5등급, 노조 조직률 10%에 불과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이제라도 바로 잡아 보자는 것이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가 '노동개악 저지, 전태일3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민주당 대구시당에서 농성하고 있다.(2020.11.2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민주노총 대구본부가 '노동개악 저지, 전태일3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민주당 대구시당에서 농성하고 있다.(2020.11.2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런데 이렇게 발의된 법안이 잘 다뤄져도 모자랄 판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빌미로 오히려 후퇴하는 ‘개악안’이 비집고 들어왔다. 가장 논란이 된다는 개정안 42조는 “쟁의행위는 폭력이나 파괴행위의 형태 또는 생산 및 그 밖의 주요업무에 관련되는 시설과 이에 준하는 시설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형태로 이를 행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대로 적용될 경우 작업장 내 피켓을 드는 행위도, 정문에서 선전물을 나눠주는 행위도 모두 불법으로 규정될 수 있다.

 ILO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개정이라는데, 정작 ILO는 직장점거를 쟁의행위의 정당한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 나아가 헌법 33조 ‘단체행동권’에서도 “근로자가 작업환경의 유지, 개선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집단적으로 시위행동을 함으로써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할 수 있는 권리”로 나온다. 도대체 어디에 기준을 맞췄다는 것인가.

2020년 택배업체 노동자 전국 사망 현황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020년 택배업체 노동자 전국 사망 현황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코로나가 두렵기는 매한가지이다. 내가 살기 위해서, 내 가족을 위해서, 혹시나 동료에게 민폐라도 끼칠까 싶어 더 조심하고, 노력한다. 코로나는 마스크로 조심이라도 할 수 있는데, 노동조합 활동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노동개악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문제를 해결할 백신은 고사하고, 그나마 있는 마스크마저 뺏으려는 꼴이다. 적어도 진정성이 있었다면 방역 때문에 집회를 자제해달라고만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문제의 근원이 되는 노동법 개악도 코로나 확산 추이를 봐서 추후 논의하겠다고 했어야 할 것 아닌가.  

 한쪽에서는 과로로 죽어가는 택배노동자들이 있고, 한쪽에서는 그 덕분에 떼돈을 버는 택배재벌이 있는 현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사실을 알지만, 이 현실을 바꾸자고 노동자들이 나섰다.

 도대체 누구를 살릴 것인가? 이제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책임 있게 답해야 할 차례이다.







[노동 현안 연속기고 ①]
황순규 / 진보당 대구시당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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