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군 청소용역업체 대표의 아들이 숨진 환경미화원 괴롭힘과 노조탄압 혐의로 구속됐다.
고용노동부 영주지청(지청장 김일섭)은 24일 "2018년 4월부터 2년여에 걸쳐 지속적 탄압으로 노조를 완전히 와해시킨 봉화 청소용역업체 (주)00환경서비스 대표의 아들 A씨를 지난 23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노조탄압 등의 이유로 사측 관계자가 구속된 건 지역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고인은 봉화군 생활폐기물 수집 운반 대행업체 00환경서비스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다가 지난 6월 30일 퇴사해 닷새 만인 7월 5일 뇌출혈로 쓰러져 숨졌다. 유족은 청원글에서 "2018년 아빠가 노조에 가입한 뒤 힘겨운 회사 생활이 시작됐다"며 "반말, 폭언, 인격 모독, 가족 비하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수시로 시말서를 강요받고 성과급을 핑계로 급여도 삭감 당했다"면서 "2인 1조 청소 일을 혼자했고, 근무지가 넓은 봉화에서 반년간 홀로 일한데 이어 감시로 화장실에서 가거나 물도 못 마셨다"고 했다. 이어 "견디다 못해 퇴사했고 그 스트레스로 뇌출혈을 일으켜 숨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청원으로 유족과 노조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자 영주지청은 사건을 수사했다. 영주지청은 "관련자 조사,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통해 업체 대표 B씨, 그의 아들 A씨 범죄혐의를 소명했다"며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 등을 고려해 핵심 가해자인 A씨를 구속했다"고 설명했다.
영주지청에 따르면, A씨는 2015년부터 아버지가 대표인 00환경서비스에서 작업반장으로 일했다. 2018년 민주노총 산하 제1노조가 설립되자 조합원들에게 탈퇴를 회유·종용하고, 급여·인사·복무상 불이익 압박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탄압에 못 이겨 노조를 탈퇴한 근로자들을 내세워 과반수의 제2노조를 설립하고 이를 활용해 제1노조를 탄압한 사실도 영주지청 수사에서 밝혀졌다.
영주지청은 "A씨는 기존 노조에 홀로 남은 고인에게 성과급을 주지 않고 직원들 앞에서 고인을 지속적으로 비하하고 인격을 모욕하는 등 장기간 상당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김일섭 영주지청장은 "부당노동행위 혐의 구속 수사는 2016년 후 5년 만"이라며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은 이번 정부에서 사회적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또 "노사관계 공정성과 균형을 무너뜨리고 노조 자주성과 본질을 훼손하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엄중대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경북본부, 공공운수노조 경북지역지부, 봉화군청 공무직노조 등 12개 단체가 모인 '환경미화원 고000 사망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24일 성명서를 내고 "인권유린, 직장내 괴롭힘, 부당노동행위자의 구속을 환영한다"며 "원청인 봉화군청도 책임을 지고 해당 업체에 대한 계약해지와 청소대행에 대한 직영화를 통해 구조적 직장 갑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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