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인권조례 개정안' 자진 철회...인권위원 전원 사퇴 "참담"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0.12.2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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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단체 "동성애·종북좌파" 반발, 조례안 자진 철회...위촉진 9명 사퇴 "인권 후퇴, 재상정" / "재검토"


대구시가 일부 종교단체 반대로 '인권조례 전부개정안'을 자진 철회하자 인권위원들이 전원 사퇴했다.

대구광역시(시장 권영진) 인권증진 및 보장 위원회(위원장 조성제·부위원장 서창호)는 29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가 인권조례 개정안을 스스로 발의하고 일부 황당한 반대를 이유로 조례를 자진 철회했다"며 "대구시를 규탄하며 참담한 심정으로 전원 위원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위촉직 인권위원 9명은 내년 7월까지 2년간의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이날로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전국 16개 지자체는 시·도 소관에 인권위원회를 둔다. 대구시 인권위원은 대구시장이 임명한다. 

"인권조례 개정안 철회한 대구시 규탄"...대구시 인권위원 전원 사퇴 기자회견(2020.1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인권조례 개정안 철회한 대구시 규탄"...대구시 인권위원 전원 사퇴 기자회견(2020.1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들은 "우리는 대구 시민들의 인권 보장과 인권 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임기제 상설인권위원회로서 그 누구보다 인권조례 전부개정안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인권조례 개정을 위한 활동을 했다"며 "지난해 대구시민 인권의식 실태조사를 통해 조례 개정 공론화 과정을 밟았고, 올 초부터 개정 논의와 소모임 운영을 통해 개정안의 구체적인 방향과 내용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구시가 인권 증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인권영향평가 도입'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인권조례 개정안에 담으려고 했다"면서 "하지만 대구시는 위촉진 위원위원들의 의견과 다르게 여전히 대구 시민들의 인권 보장과 증진에 이르기에 부족한 내용으로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대구시는 이 개정안 마저도 일부 종교단체가 인권조례 개정안 취지에도 맞지 않는 '동성애 조장', '종북좌파 조례', '이슬람화'라는 다수의 민원을 제기하자 개정안을 자진 철회하는 참담한 결정을 내렸다"면서 "인권조례 개정안은 정치적 이해 관계나 일부 종교단체의 힘의 논리에 의해 철회되어선 안되는 것으로, 이번 개정안 자진 철회 사태는 대구시가 스스로 인권을 후퇴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때문에 "대구시는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들에 대한 인권 보장과 대구 시민들에 대한 인권 증진, 인권침해 예방 책무를 다해 인권조례 개정안을 즉시 재상정해야 한다"며 "인권위원의 책임을 끝까지 다하지 못하고 사임에 이르게 돼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사과하며, 대구시는 책무를 다하라"고 촉구했다.

"망국 동성애법" 대구퀴어축제 반대 개신교 신도와 "이거 틀림" 피켓팅(2016.6.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망국 동성애법" 대구퀴어축제 반대 개신교 신도와 "이거 틀림" 피켓팅(2016.6.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민단체연대회도 이날 성명서에서 "대구시의 반인권적인고 행정편의주의적 행정을 규탄한다"면서 "인권위원 전원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책임 지고 개정안을 재상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무지개인권연대도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일부 개신교 신도들의 악의적이고 반인권적인 반대에 대구시는 인권조례 개정안 자진 철회라는 부끄러운 선택을 했다"면서 "대구시는 혐오와 차별을 선동하는 세력에 끌려다니지 말고, 체계적인 인권행정을 구현해 '인권도시 대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 감사관실 한 관계자는 "개정안을 완전 철회한 게 아니라 그 동안 워낙 반대 의견이 높아 내부에서 다시 개정안을 재검토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재상정 여부와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앞서 권 시장은 지난 달 2일 '인권영향평가 실시·대구시 인권센터 설치 조항' 등이 포함된 '대구광역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의견을 받았다. 전체 의견 7백여건 중 99%가 "동성애" 등을 이유로 반대하자, 대구시는 개정안을 의회에 상정하지 않고 사실상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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