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문제 해법은 불로소득 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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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 변창흠 국토부 장관에 거는 기대


최근 몇 년간 주택가격이 치솟으면서 부동산 문제가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되어있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관한 여론조사(12월 6~8일, 알엔써치)에서 시장 선택 기준으로 부동산정책이 31.7%로 1위에 올랐을 정도다. 소속 정당(26.1%)보다도 높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 김현미 장관 후임으로 변창흠 전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취임했다. 변창흠 장관이 교수 시절부터 제시해온 정책은 개발이익 공유 그리고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주택과 같은 ‘공공자가주택’ 공급이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토지공개념에 바탕을 둔 주택공급 정책이다. 그래서인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시장경제’(?)를 옹호한다는 야권의 공세가 거셌다.

왜 병의 원인 아닌 증상에 집착하나?

여야를 막론하고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접근법 중 필자가 이상하게 여기는 것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집값 잡기에 집착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의 소유 주택 수를 문제 삼는다는 것이다. 우선, 집값 잡기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부동산 같은 자산의 매매가격은 미래의 기대수익이 클수록 그리고 현재의 이자율이 낮을수록 올라간다. 즉 가격은 종속변수, 기대수익과 이자율은 독립변수다. 그러므로 독립변수를 놔두고 종속변수인 집값을 문제 삼는 것은, 병 치료에 비유하자면 원인치료가 아닌 대증요법일 뿐이다.

우리 현실의 부동산시장에서는 투기적 가수요가 큰 몫을 한다. 변창흠 장관이 제시한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보자.

2013∼16년 기간 동안 신규로 공급된 주택 중 무주택자가 매입한 주택의 비율은 평균 22.4%에 불과한 반면, 유주택자가 매입한 주택은 무려 77.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유주택자의 매집 현상이 더욱 심해서 2014년에는 유주택자가 매입한 주택 비율이 70.0%였으나. 2015년에는 73.4%, 2016년 86.0%로 크게 증가하였다. (변창흠, "주택공급정책은 만병통치인가?", 『황해문화』, 102호(2019 봄): 54~55면.)

이처럼 유주택자가 주택을 더 많이 매입한다면 대부분 투기적 가수요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또 집값이 계속 오르면, 당장은 집이 필요하지 않은 계층도 미리 매입해 두려고 하고 집값을 감당할 형편이 안 되는 계층마저 빚을 내는 등 ‘영끌’하여(영혼까지 끌어모아) 사려고 한다. 그 결과, 전체 수요는 실수요보다 엄청나게 많아지면서 집값이 더 가파르게 오른다.

불로소득 환수하여 시장을 정상화해야

상황이 이렇게 되면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나온다. 물론, 주택 수요가 변화하면 공급도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주택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실수요의 내용에 부합하는 맞춤형 공급이 필요하다. 투기적 가수요까지 충족시키려고 주택공급을 늘리게 되면 난개발 또는 과잉공급을 초래하게 된다.

출처. KBS 뉴스9 <이례적 후보자 간담회…"공급 여력 충분, 공공재개발·재건축 활성화">(2020.12.18) 화면 캡처
출처. KBS 뉴스9 <이례적 후보자 간담회…"공급 여력 충분, 공공재개발·재건축 활성화">(2020.12.18) 화면 캡처

집값 잡기보다는 시장 정상화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독립변수인 기대수익과 이자율이 변하면 종속변수인 가격도 따라서 변화한다. 이 중에서 이자율에 손을 대면 부동산 이외의 다른 부문에까지 부작용을 미칠 수 있으므로, 부당한 기대수익 줄이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야말로 ‘핀셋’ 대책이자 근본 대책이다.

경제학의 유토피아인 완전경쟁시장에서는 미래의 모든 손익이 거래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불로소득도 투기적 가수요도 생기지 않는다. 미래 정보가 불완전한 현실시장에서도 발생한 수익 중 불로소득을 환수하면 역시 완전경쟁시장처럼 투기적 가수요가 사라진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는 불로소득 환수를 반시장적이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꽤 있다. ‘방치’정글경제를 자유시장경제라고 착각하는 듯하다. 교과서처럼, 시장을 투기판이 아니라 효율적인 자원배분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

불로소득 없으면 소유 주택 수 규제도 필요 없다

또 하나, 소유 주택 수를 문제 삼는 것도 이상하다. 다주택자든 1주택자든 재테크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1주택자라는 이유로 각종 혜택을 주는 정책 역시 옳지 않다. 1억짜리 아파트 소유자와 10억짜리 아파트의 소유자를 다 같이 1주택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어 혜택을 준다는 것은 상식 밖이다. 그러니까 지방에 살면서도 서울 강남에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려는 것 아닌가? 더구나 1주택자를 우대하면 결과적으로 무주택자를 홀대하는 셈이 된다.

소유 주택 수를 규제할 것이 아니라 불로소득이 생기지 않도록만 하면 된다. 그러면 몇 채를 소유하든, 또는 소유하지 않든, 아무 문제가 안 된다. 마치 자동차를 몇 대 보유할지 각자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과 같다. 소유 주택 수를 강하게 규제하면 노태우 정부 때 도입했던 토지공개념 중 ‘택지소유상한제’처럼 위헌 결정이 날 수도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여 시장을 시장답게 만들면 집값이든 소유 주택 수든 간섭할 필요가 없어지며, 정부는 시장을 통해서 집을 마련하기 어려운 계층을 위해 적절한 주택을 공급하면 된다.

그렇다면, 개발이익 공유를 전제하는 ‘공공자가주택’ 공급을 주장해온 변창흠 장관의 정책 방향은 옳다. 노태우 정부 시절 문희갑 경제수석이 토지공개념 도입의 주역이었다. 나중에 대구시장도 역임한 인물이다. 변창흠 장관은 지역 선배인 문희갑 전 시장에 이어, 더욱 세련된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구현하는 업적을 남기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국민이 지긋지긋한 부동산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






[김윤상 칼럼 99]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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