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몰아친 지난해 12월 경기 포천 비닐하우스에서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한국에서 일하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집으로 보기 힘든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등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지역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연대회의'는 지난 3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고용노동부와 지방고용노동청들은 전국의 이주노동자들이 살고 있는 기숙사 형태에 대한 전수 조사와 '숙식비 공제지침'을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 농어촌 이주노동자에게 한국인 고용주들이 준 기숙사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농로나 해변 인근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등 주거복지와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열악한 곳이 많은 탓이다.
이 같은 문제 제기가 나오자 정부는 지난해 한 차례 조사를 했다. 노동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는 지난해 9월 21일~11월 10일까지 사업장 496곳 외국인 근로자 3천850명을 대상으로 '농·어업 분야 주거환경 실태조사'를 했다. 그 결과 70%에 가까운 외국인 근로자가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비닐하우스 등 가설 건축물에 거주했다. 지자체에 주거시설로 신고 되지 않은 가설 건축물도 56.5%였다.
국내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주거 환경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이 조사만으로는 정확한 실태를 파악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대구경북연대회의는 "유선전화·우편으로만 집계해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부실한 조사"라며 "전국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냉·난방시설이나 화장실·환기시설 등 숙소 시설이 99% 구비돼 있다'는 정부 앞선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전화를 걸어서 샤워기가 있다고 답하면 현장 상황이 아무리 열악해도 그냥 샤워시설이 있다고 집계했다"면서 "직접 현장을 조사해 보지 않고 무책임하게 결론을 냈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정부, 지자체, 시민단체 등 민관합동으로 기숙사 전면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같은 열악한 시설에 살아도 매월 500만원 넘게 공제하는 경우도 있다"며 "사람이 살 곳이라고 보기 힘든 곳을 집이라고 주고, 부실한 식사를 제공하면서 숙식비 명목으로 돈까지 가져가는 말도 안되는 정부 지침을 이제는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차민다 성서공단노조 부위원장은 "안전하게 일하고 다시 고향 가족 품에 돌아가기 위해 이 나라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비닐하우스 말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변성권 경북북부 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경북 농촌의 양돈장과 축사 건물 대부분이 컨테이너나 판넬인데도 법적으로 문제도 없고 대책도 없다"면서 "실태조사를 통해 주거환경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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