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 사태 조사단에 대해 '친(親)원전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경주시월성원전·방폐장민간환경감시기구(위원장 주낙영 경주시장)는 지난 2일 보도자료를 내고 "월성원전 삼중수소 검출 사건을 조사기 위한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활동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감시기구는 지난 1일 임시회의를 열고 조사단 공식 명칭을 '월성원전 삼중수소 관리 안전성 확보를 위한 민관합동조사단'으로 확정하고 조사단 위원 구성을 끝냈다. 조사단장은 양남면발전협의회 회장인 하대근 감시기구 부위원장이 맡았다. 조사단 위원은 감시기구 인사 8명, 경주시의원 2명, 공무원 1명, 시민단체 3명, 전문가 6명, 주민대표 5명 등 25명이다. 규제기관 몫의 원자력안전위원회 2명은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조사단은 앞서 2일 경주 더케이호텔에서 첫 회의를 열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조사단은 2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활동한다. 매월 2회 정기 회의를 열고 현장 확인, 주민설명회, 조사보고서를 작성한다. 활동이 종료된 8월 후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의견이 모아지면 활동 기간을 연장한다. 조사 진행 상황은 감시기구 홈페이지, 소식지 '망원경', 언론 보도를 통해 정기적으로 알린다.
문제는 25인 조사단 위원들 중 부적절한 인사들이 있다는 자격 시비가 일면서 불거졌다. 명단을 보면, 전문가 6인 중 한 사람으로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가 포함됐다. 정 교수는 앞서 본인 페이스북에 "월성원전 주변에 사는 주민 삼중수소 피폭량은 1년에 바나나 6개, 멸치 1g을 먹는 수준"이라고 적었다.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경주환경운동연합 등 18개 지역 시민단체가 모인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은 지난 3일 입장문에서 "'삼중수소 관리 안전성 확보를 위한' 조사단 명칭에서부터 한계가 뚜렷하다"며 "누출을 당연한 것으로 전제해 안전한 관리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지적했다. 또 "주민 피폭을 바나나·멸치로 희화화한 정 교수가 포함된 것도 한계"라며 "친원전 인사가 태반이고 전문가도 실무 경험이 일천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사단 목적은 노후 월성원전 방사능 누출 원인 규명과 누출 차단을 위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있다"면서 "한국수력원자력이 주는 자료에만 근거해 삼중수소 안전 관리 방안만을 목적으로 하는 조사단으로는 방사능 누출의 실체에 접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경주시의 조사단 구성과 활동에 반대한다"며 "범정부나 국회 차원의 제대로된 민관합동조사위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친원전 인사가 태반인데 조사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냐"면서 "주민에 대한 사과도 없이 일방적으로 꾸린 조사단을 인정할 수 없다. 정부가 재구성하라"고 말했다.
경주시 측은 조사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주시 한 관계자는 "내부 회의를 통해 명망 있고 전문성 있는 이들로 구성했다"며 "일부의 반대로 위원을 교체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냐"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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