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첫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지 꼬박 1년째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년 대구 누적 확진자는 8천526명, 사망자는 212명다. 8천179명이 격리됐다가 해제됐고 현재 136명이 격리 중이다. 대구 누계 확진자는 서울(2만6천927명)·경기(2만2천43명)에 이어 전국 3번째로 많다. 전국대비 확진자 비율은 9.96%, 10만명당 발생률은 349.93명이다.
첫 확진자 '31번' 환자는 지난해 2월 18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역학조사 결과 신천지교회 교인으로 밝혀져 사태는 커졌다. 신천지 교인 1만459명을 전화조사 한 결과 유증상자 중 90% 이상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발생 닷새만에 누적 확진자는 100명대가 됐다. 하루 최다 확진자만 741명이 넘었고 한 달 누적 확진자는 6천144명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악몽 같았던 한 달이었다. 환자가 와도 코로나를 치료하는 음압병상이 부족해 치료받지 못하는 일도 생겼다. 입원 대기 중 자가격리 상태에서 집에서 숨진 이도 발생했다. 선별조사 시설과 역학조사관 무력화 현상도 나타났다. 한 달새 57명이 숨졌다.
봉사와 나눔도 이어졌다. 일손이 부족한 의료현장과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시설에서 의료진들과 시민들의 자원 봉사가 뒤따랐다. 마스크와 손 소독제, 도시락, 음식, 방한물품을 곳곳에서 기부하고 나눴다. 기업들도 병상 부족을 도우려 교육 연수원 등 시설을 생활치료센터로 개방했다.
그럼에도 사랑제일교회, 광화문 집회, 동충하초·장뇌삼 사업설명회, 상주 기도원 BTJ열방센터 등 1년째 집단감염은 이어졌다. 사태 초기 신천지발에 비하면 확산세는 적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달성공단 자동차 부품 제조 업체 한국게이츠는 지난해 30여년 만에 폐업해 노동자 150여명을 해고했다. 코로나 치료거점병원 동산병원은 지난해 비정규직 계약직 30여명을 해고하려다 뭇매를 맞았다. 100년 가옥의 대구 진골목식당은 매출 급감으로 32년 만에 문을 닫았다. 대구지역 학교 방과후강사 4천여명은 코로나 시기 수입 '0원' 월급을 한 푼도 못 받아 생활고에 시달렸고, 긴급생계비를 못 받은 대구 쪽방촌 주민들은 밀린 월세에 울었다. 대학생들과 취업준비생들은 신규채용이 없거나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없어 구직난에 시달렸다. 경북대 학생들은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며 행진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포함해 방역·경제·민생·복지 각종 대책이 쏟아졌지만 무너진 삶을 모두 회복시키진 못했다.
이와 관련해 사태 1년째인 오늘 대구시는 의미 있는 대책을 내놨다. '제2 대구의료원' 건립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시민들의 위대함으로 코로나 1년을 잘 극복하고 있다"며 "올 한해 코로나를 조기 종식할 수 있는 방역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효과적 방역과 의료 취약 계층을 위해 제2 대구의료원 건립을 적극 추진하겠다"면서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해 감염병 예방부터 확산방지와 치료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공공격리 병상, 전담병원, 생활치료센터 등 대응의료체계를 구축하고 대경권감염병전문병원 설립에도 박차를 가한다"고 했다.
지난해 사태 초기를 떠올리면 가장 급할 때 지역사회에 필요한 것은 공공의료였다. 대구지역 시민사회가 지난 1년간 대구시에 줄기차게 요구한 것도 이 부분이다. 권 시장이 시민사회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당시 확진자들이 다녀간 뒤 지역 병원들이 줄폐쇄해 전담의료시설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봇물을 이뤘다. 특히 대구시가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말한 뒤 5년 간 '신종 감염병 음압병상 확충 관리 운영비'에 일반회계 예산대비 고작 0.4% 1억5천여만원만 책정해 시민사회의 비판을 샀다. 대구의료원 등 국가지정 음압병상도 10개에 불과해 다른 지자체나 지역 민간병원보다 병상 수가 적고, 역학조사관도 겨우 1명만 채용해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오명을 썼다.
한편, 18일 대구 신규 확진자는 0시 기준 9명(지역 9명·해외 0명)이다. 동구 음식점과 쇼핑몰·북구 동전노래연습장·PC방(피시방)·당구장·쇼핑몰에서 발생했다. 격리 치료 중인 환자는 152명이고 이 중 139명은 지역 7개 병원, 13명은 생활치료센터에 입원 치료받고 있다. 밤새 사망자는 1명 늘었다. 현재 대구시는 선별진료소 30곳을 운영하고 일 최대 6천건 검체를 목표로 한다. 치료병상은 584개, 생활치료센터는 3곳 확보했다. 장기화 시 7개 감염병전담병원에서 경증 700개·중증 82개 병상을 운영한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