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돌봄교실을 지자체로 넘기는 사업 계획을 교육부가 발표한 뒤 대구시·대구교육청이 이를 추진하자 돌봄전담사들이 반발했다. 사익을 추구하는 곳에 위탁하는 것은 사실상 민영화라는 주장이다.
대구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지난 25일 대구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처우가 열악한 돌봄전담사들 고용을 불안하게 하고 돌봄교실 민영화 우려가 있는 학교돌봄터 사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보건복지부도 해당 사업을 공동 추진한다. 복지부는 지난달 29일 '학교돌봄터 사업 시행계획'을 공지했다. 올해 사업 전체 예산은 383억원으로 전국 초등돌봄교실 750실을 리모델링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시설비 225억원은 시·도교육청이 전액 지방비로 부담한다. 운영비는 158억원으로 복지부와 교육청, 지자체각 각각 1:1:2의 비율로 분담한다. 복지부는 사업 선정 공고를 내고 다음 달 5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이후 선정 기준에 부합하는 시·군·구를 선정해 오는 9월부터 사업을 시행한다. 현재 대구시는 대구지역 8개 구·군과 대구교육청·대구지역 학교들과 협의해 학교돌봄터 사업 신청을 받고 있다.
대구를 비롯한 전국의 돌봄전담사 노조가 전국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사업에 반발하는 이유다. 대구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이미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돌봄교실들 대부분이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학교돌봄터 사업도 지자체 직영이 아닌 민영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고용 불안 지적도 나왔다. 학교돌봄터 신규 설치 시 기존 돌봄교실을 학교돌봄터로 전환 할지 말지 여부를 지자체가 교육청·학교와 협의해 결정한다. 때문에 기존에 일하던 돌봄전담사들은 교육청 교육공무직 신분 유지를 위해 다른 학교로 전보 조치된다. 채용·임금 불이익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대구연대회의는 "지자체 위탁 학교돌봄터 설치로 기존 돌봄교실도 돌봄터로 전환될 수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돌봄전담사 전보·소속 변경 등 불이익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돌봄터 사업을 중단·철회하고 대신 열악한 돌봄전담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라"며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 이외에 행정 일까지 하고 있어 업무 가중이 심하다. 8시간 근무 전일제와 현장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현재 대구 학교 돌봄교실은 594곳으로 돌봄전담사 386명이 근무 중이다. 전담사 1명에 배정된 교실 수는 2곳으로 교실 1개당 20명~25명 학생을 담당한다. 전담사 1명이 돌보는 학생은 50여명이다.
천은숙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 돌봄전담사 분과장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돌봄전담사들은 아이들을 지켜왔지만 학교돌봄터 지자체 이관 정책이 우리를 학교 밖으로 내몰고 있다"며 "현장을 둘러보고 부족한 부분을 찾고 무엇을 실천해야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자체 민간위탁으로 아이들이 공적 돌봄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사실상 민영화인 돌봄터 사업을 철회하라"고 했다.
대구교육청 한 관계자는 "지자체 직영이 원칙으로 부득이한 경우 지자체가 법인을 설립해 운영해 민영화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전일제, 처우개선에 대해서는 "행정처리 시간을 위해 기존 4시간에서 6시간으로 근무 시간을 늘렸다"면서 "학생이 머무는 시간이 4시간 밖에 안돼 전일제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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