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가 만든 교가(校歌), 이토 히로부미가 들여온 가이즈카 향나무 교목(校木), 친일 시인의 비석.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3.1만세운동 102주년이 됐지만 대구 학내 일제 잔재는 여전했다.
국회 교육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서울 마포구을) 의원이 발표한 자료를 2일 분석한 결과, 올 2월 기준 전국 17개 시·도별 학교 내 일제 잔재 조사율은 서울(50%)·대전(90%)을 뺀 15곳이 100%다.
문제가 되는 학교 일제 잔재는 학교를 상징하는 노래 교가와 상징 나무 교목, 상징 문장 교표를 포함해 동상과 비석 등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정청래 의원이 문제를 지적한 뒤 전국 시·도교육청은 전수 조사를 벌였다. 교육청들은 거의 실태 파악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각 교육청이 지역 내 학교들에 변경과 교체, 철거 등을 권유할 뿐 강제 권한이 없는 탓이다.
특히 대구시교육청(교육감 강은희)에 2일 확인한 결과, 교육청이 대구 400여개 초중고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한 결과 대구지역에는 초중고 모두 10개 학교에 일제 잔재가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제 잔재로는 교가가 가장 많았고 교목과 비석도 아직 존재하고 있었다. ▲대구 A·B·C·D·E·F학교 등 모두 6개 학교는 친일파로 등재된 작곡가와 작사가가 만든 교가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었다.
이토 히로부미가 들여온 가이즈카 향나무는 100여년간 대구지역의 학교 교목 중 느티나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지역 학교 교정에 6천784주나 심어져 있었다. 하지만 2015년 일제 잔재 청산 차원에서 가이즈카 향나무 없애기 움직임이 일어났고 그 동안 많은 곳에서 사라졌다. 대구 대서초등학교는 6년 전 가이즈카 향나무에서 느티나무로 교목을 변경했다. 비석에서도 일제 잔재를 찾을 수 있었다. ▲대구 J학교는 친일 내용이 포함된 시 비석을 학교에 두고 있었다.
대구교육청은 이들 학교에 변경과 교체를 권고하는 등 후속 조치를 시행했다. 필요할 경우 예산도 지원한다. 일부 학교는 학교 동창회와 교육 수요자들 의견을 수렴해 변경과 교체를 고려하고 있다. 다만 일부 학교는 아픔의 역사도 남겨야 한다며 청산보다 교육 목적으로 남길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대구교육청 생활문화과 민주시민교육담당 한 관계자는 "조사하니 실제로 일부에 일제 잔재가 있어서 이를 알리고 청산 관련 내용을 권고했다"며 "학내 의견을 종합해 시정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교가를 바꾸거나 하는 것은 당장 할 수 없는 일이라 시간이 조금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추후에 천천히라도 변경할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하고 재차 안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청래 의원은 "3.1독립 102주년인데 미래 세대를 길러내는 학교에 아직 일제 잔재가 있는 것은 부끄럽게 생각하고 반성할 부분"이라며 "학내 식민주의를 하루빨리 깨끗히 청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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