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18 만평' 논란 확산...5.18재단 "법적 대응 검토"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1.03.2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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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동산 정책을 '공수부대'로 묘사
→국민청원 "악의적 모욕, 편집자·화백 '5.18왜곡처벌법' 위반"
→온라인에 '만평' 삭제...편집국장 "5.18 폄훼 주장에 동의 못해"
매일신문 노조도 "공식 사과" 요구...시민단체·민주당·5.18단체 비판 잇따라


<매일신문>의 '5.18 공수부대' 만평 논란이 커지고 있다.

5.18기념재단(이사장 이철우)과 5월 3단체(5.18민주유공자유족회·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5.18구속부상자회)는 22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 토대지만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라도 사회적 공감대와 상식이라는 울타리에서 작동해야 한다"며 "<매일신문> 만평은 국정 비판이 목적이라지만 이를 본 광주시민들은 41년 전 고통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또 "상처를 덧내는 무책임한 행위에도 진솔한 사과와 반성이 없다"며 "<매일신문>의 지난 21일 입장문은 만평 작가를 옹호하고 사과와 변명을 구별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매일신문>은 즉각 사과하고 만평 작가를 교체한 뒤 재발방지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교황청과 국내외 언론에 <매일신문> 활동을 공유하고 바른 언론의 역할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일신문은 '재단법인 천주교 대구대교구 유지재단'이 소유한 언론사다. 사장은 이상택 신부다.

차종수 5.18기념재단 고백과증언센터 팀장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작가인 김경수 화백과 게시자인 매일신문에 대해 어떤 식으로 조치할 지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매일희평 '집 없이 떠돌거나 아닌 밤중에 두들겨 맞거나' 2021년 3월 19일자 김경수 화백 만평 온라인 화면 캡쳐. 현재는 만평이 <매일신문> 온라인 지면에서 삭제 조치돼 더 이상 볼 수 없다. / 사진 캡쳐.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매일희평 '집 없이 떠돌거나 아닌 밤중에 두들겨 맞거나' 2021년 3월 19일자 김경수 화백 만평 온라인 화면 캡쳐. 현재는 만평이 <매일신문> 온라인 지면에서 삭제 조치돼 더 이상 볼 수 없다. / 사진 캡쳐.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역에 본사를 둔 <매일신문>이 '5.18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9일자 종이 신문 26면(오피니언)에 발행한 김경수 화백의 '매일(每日희평)' 때문이다.

만평에서 김 화백은 '집 없이 떠돌거나 아닌 밤중에 두들겨 맞거나'라는 제목에 '토지공개념 독재' 부제를 달았다. '건보료', '재산세', '종부세' 총과 곤봉을 든 공수부대로 보이는 군인들이 각 단어마다 그려졌다. '아닌 밤중에 9억 초과 1주택' 단어에는 바닥에 누운 시민이 군인에게 맞고 있다.

해당 만평의 그림은 실제 사진을 그대로 차용했다. 1980년 5월 광주의 아픔을 보여주는 잘 알려진 장면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공수부대원 만행에 비유한 셈이다.

김 화백이 정부를 5.18 공수부대로 묘사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23일자 매일희평에서 '민주도 완장을 차면'이라는 제목으로 비슷한 만평을 냈다. '코로나 계엄', '친문' 완장을 찬 공수부대로 보이는 군인이 곤봉을 들고 '8.15 집회 허용' 사법부를 때리는 그림을 그렸다. 역시 5.18 당시 사진이 모티브다.

'5.18운동을 모욕한 신문사 처벌 청원합니다'(2021.3.19) /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화면 캡쳐
'5.18운동을 모욕한 신문사 처벌 청원합니다'(2021.3.19) /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화면 캡쳐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해당 만평이 실린 지난 19일 당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5.18 모욕 신문사 처벌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려 공수부대 만행 사진을 그대로 만평으로 그렸다"며 "국민을 학살한 전두환 군사정권에 정부를 비유해 보는 이들로 하여 광주 시민과 같은 피해자로 느끼도록 선동한 악의적 기사"라고 했다. 때문에 "'5.18역사왜곡처벌법'을 위반한 편집자·화백에 대한 사법처리·사과를 청원한다"고 했다. 22일 오후 3시 기준 2만3,300여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논란은 정치권과 시민사회로 번졌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 김대진)은 22일 논평에서 "<매일신문> 만평은 시대를 역행하고 국민을 우롱하며 '비판의 성역'을 빙자한 천인공노할 만행"이라며 "상습적 민주화 운동 폄훼에 대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대구 지방의원 모임 '대구민주자치연구회 파랑새(회장 박종길)'는 지난 21일 성명에서 "5.18을 모욕한 <매일신문>은 광주시민과 대구시민에게 사과하고 폄훼와 왜곡하지 않겠다는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매일신문>은 만평 게시 하루 만인 지난 20일 온라인에서 삭제했다.

이동관 편집국장은 지난 21일 <평화뉴스>에 입장문을 보냈다. 이 편집국장은 "부동산·조세정책을 최고 강도로 비판한 거지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했다는 청원인 의견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그런 주장을 펴는 건 <매일신문>이 일관되게 정부를 비판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의 <매일신문> 비판 성명서(2021.3.22) / 사진.5.18재단 홈페이지 화면 캡쳐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의 <매일신문> 비판 성명서(2021.3.22) / 사진.5.18재단 홈페이지 화면 캡쳐

다만 "광주 상처를 다시 소환할 수 있고 정치적으로 변질될 수 있겠다고 우려해 내렸다"면서 "보도 취지와 달리 만의 하나라도 광주시민들의 아픈 생채기를 건드렸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김 화백은 '어떤 성역도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정책을 비판한 것'이라고 말했다"며 "김 화백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도 너무 강하게 비판해 걱정과 응원의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매일신문은 이 국장과 같은 내용의 입장문을 온라인 지면에 게시했다.

<매일신문> 노동조합도 사측을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 매일신문지부(지부장 장성현)'는 22일 성명에서 "누군가에게 고통인 폭력적 장면을 끄집어내 비판의 도구로 삼는 것은 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사측은 경위를 설명하고 대내외에 공식 사과한 뒤 작가 교체·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5.18구속부상자회 대구경북지부(지부장 이상술) 등 대구경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오는 23일 매일신문사 앞에서 이번 사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이들 단체는 "매일신문사 사장 면담, 김 화백 사퇴, 신문지면 사과글 게시, 사장 공개 사과" 등을 촉구한다. 만약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매일신문 불매운동을 벌이고 규탄 1인 시위와 대구지역에 규탄 현수막을 게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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