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참...문을 못 열겠어요"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 이민호(38) (사)장애인지역공동체 부설 다릿돌장애인센터 권익옹호팀장은 지난 24일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매장 맥도널드 대구 수성DT점을 찾았다. 들어가는 것부터 난관이다. 문이 무거워 휠체어 장애인은 혼자 열 수 없었다. '호출벨'을 찾아봐도 없다. 들어가지 못하고 한참을 당황해하니 직원이 뒤늦게 나와 문을 열어줬다. 매장의 문부터 장애인들에게는 너무나 불친절했다.
하나를 통과하니 이번엔 '키오스크(Kiosk.터치스크린 형태의 무인 정보 단말기)'가 문제다. 일하는 사람 없는 매장에 고객 주문을 돕는 무인화 주문 기계. 메뉴를 선택하는 화면이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휠체어 장애인에게는 너무 높기만하다. 팔을 뻗어봐도 먹고 싶은 메뉴에 손이 닿지 않는다.
다행히 장애인 표시가 있어 화면을 눌렀다. 장애인이 메뉴를 고를 수 있도록 화면 높이가 3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그런데 이번엔 글씨 크기가 문제다. 화면 크기가 줄어들면서 메뉴를 설명하는 글씨와 가계 표기, 메뉴 사진 크기도 줄어든 것이다. 너무 작아서 글씨를 제대로 읽기조차 어렵다.
바로 옆 키오스크 기계에서 비슷한 시간에 주문을 시작한 비장애인들은 하나 둘 먹고 싶은 메뉴를 골라 결제까지 끝낸 뒤 매장 내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는 끝내 주문하지 못했다. 뒤에서 재촉하거나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눈빛에 당황해 허둥지둥하다가 결국 키오스크 사용을 포기했다.
"햄버거 사먹기 진짜 힘드네요" 이 팀장은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지난 1년간 언택트(Untact.비접촉 서비스)가 일상이 돼 대구지역 곳곳에 무인 매장이 늘었다"며 "키오스크 시장도 수백억원대로 커져 소비자들은 편리해졌다는데 정작 장애인들은 너무 불편하고 소외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장애인은 무인 시대에 소외되고 있다. 고려조차 하지 않거나 유형에 따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
이날 이 팀장은 은행에서 돈을 뽑기 위해 여러 은행을 찾았다. 무인 ATM(에이티엠) 기계를 사용해보려 했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대구은행은 아예 출입부터 불가능했다. 입구에 계단만 있고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경사로가 없는 탓이다. 우리은행 ATM 기계는 장애인용 낮은 기계가 설치됐지만 발을 넣을 수 있도록 아래가 뚫지 않아 앉은채 카드 단말기에 손이 제대로 닿지 않았다. 겨우 카드를 넣어도 돈을 뽑았지만 현금 인출기가 너무 깊숙히 있어 돈을 가져가기 불편했다. 휠체어에서 일어나야 하는데 불가능했다.
또 화면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비장애인이 위에서 내려다볼 때는 글씨가 크게 잘 보였지만 휠체어 장애인이 앉아서 화면을 보니 화면이 빛에 반사돼 글씨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근처의 신한은행 ATM 기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ATM 기계에 장애인 표기가 돼 있지만 사용이 쉽지 않았다.
식당, 편의점, 영화 극장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무인 매장은 늘어났는데 장애인들이 물건을 구매하거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시설이 아예 없고 매대 높이가 비장애인에 맞춰져 편하게 이용할 수 없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장애 유형과 정도, 특성을 고려해 편의시설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시설 제공은 강제가 아닌 권고 수준으로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다.
이와 관련해 장애인지역공동체,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구15771330 장애인차별상담전화네트워크 등 대구 장애인단체들은 지난 15일부터 오는 4월 2일까지 무인화 기기·키오스크 이용 시 발생한 차별 사례를 모아 내달 9일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에 장애인 차별 집단 진정을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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