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계기(契機)수업'으로 유일하게 징계 받은 대구 교사가 7번째 4.16 그날 또 계기수업을 했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닌 동료 교사, 학생들과 함께였다. 세월호 참사 7주기 그날 대구 학교 현장이다.
16일 오전 9시 대구 달서구 해올중·고등학교 출입구에서 강성규(45) 교사는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학생들과 함께 연주하고 부르며 세월호를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그는 세월호 3주기인 지난 2016년 호산고등학교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와 노래를 소개하고 토론하는 방식의 세월호 계기수업(정규 교육과정에 없는 특정 주제를 다루는 수업)을 진행했다가 같은 해 4월 대구시교육청으로부터 '교육용 부적합 자료(4.16교과서) 활용'을 이유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징계(경고) 받은 교사다.
학생들도 7주기를 기억했다. 이들은 전날 교사들과 함께 세월호 노란리본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나눴다. 등굣길에서 리본을 받은 학생들은 "잊지 않게 기억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리본을 나눔한 고2 김규리(17) 학생은 7년 전 자신과 같은 나이로 영원히 잠든 희생자들을 떠올렸다. 그는 "초등학생때 뉴스에서 본 게 아직 기억난다"며 "다시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중3 이한서(15), 이다영(15), 신지현(15) 학생도 나눔에 동참했다. 지현 학생은 "이런 슬픈 일이 있었다는 것을 친구들에게 알리고 싶어 나왔다"면서 "진실을 알리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리본을 받은 고1 차수민(16) 학생은 "리본을 받았으니 한 번이라도 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지 않겠냐"고 했다.
고1 박재욱(16) 학생은 "아프고 슬프다. 노란리본이 다시 보인다"며 리본을 들어보였다. 고1 구호성(16) 학생은 유족 이야기를 기록한 책『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4.16합창단, 김훈, 김애란 저.문학동네 2020년)』을 강 교사에게 받아 천천히 읽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모두에게 아픈 사월이다.
강 교사는 내년 8주기, 내후년 9주기. 시간이 허락하는 한 계기수업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밝혀진 게 없기에 수업도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세월호 수업은 정치가 아닌 생명감수성, 인권감수성 교육"이라며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 말처럼 이웃 고통에 반응하는 것은 인권의식을 함양하고 민주시민소양을 기르는 수업"이라고 설명했다. 또 "5.18, 4.3처럼 4.16도 사회적참사"라며 "이제 겨우 7년됐다. 진실규명하라는 말 한마디, 행동이 필요하다. 교사의 정체성과 시민의 정체성이 크게 다를 게 뭐가 있겠나. 이날만이라도 분노하고 슬퍼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이어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왜 침몰했는지 밝혀진 게 없는데 마지못해 추모하는 것은 시늉, 야속한 일"이라며 "밝힐만큼 밝힌 다음에야 제대로 추모하고 애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에서 이 같은 세월호 7주기 계기수업을 한 학교는 모두 40여개 학교에 이른다고 전교조 대구지부(지부장 임성무)는 밝혔다. 학교에서 나눔한 노란리본도 5천600여개에 이른다. 그 동안 대구지역에서 일부 교사들이 세월호 계기수업을 진행했지만 올해처럼 대대적으로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교육부가 세월호 추모 주간을 정해 계기수업을 해도 된다는 공문을 각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냈고, 대구교육청도 이를 수용해 각 학교에 발송하면서 공식적으로 계기수업이 진행됐다. 대구교육청도 적극적으로 추모행사를 했다. 이날 오전 교육청 홈페이지에 세월호 추모 배너를 걸고 추모 묵념을 했다. 강은희 교육감은 이날 오전 '지구의 날' 기념식에서 "오늘은 4.16"이라며 "잊지 말고 기억하자"고 추모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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