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국가면제?...이용수 할머니 "황당, 국제재판소 가겠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1.04.2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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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피해자 등 20명 2차 손배소송 각하 "위법 소지 있지만 주권행위, 2015년 한일합의로 구제했다"
'1억씩 배상' 승소 판결 석달 만에 뒤집어...정의연 "일본 주장 그대로 받아들인 퇴행적 판결, 항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일본 국가를 상대로 낸 2차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졌다.

사법부는 피해자들 소송을 각하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의 강제동원에 위법 소지가 있지만 일본의 주권 행위로서, 한 국가는 다른 나라의 법정에서 피고가 되지 않는다는 '국가주권면제'를 적용했다.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권리 구제가 있었다고도 판시했다.  

올해 초 1차 소송에서 피해자들에게 각 1억원씩 배상하라고 한 판결을 사법부가 스스로 석달여 만에 뒤집은 셈이다. 당시 사법부는 국가주권면제를 적용하지 않고 국제강행규정 위반이라고 해석했다.

대법원 /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대법원 /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반발은 거세다. 대구 피해자 이용수(93) 할머니는 "국제사법재판소",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정의기억연대 등 5개 단체가 모인 일본군'위안부'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는 "항소"를 예고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민성철)는 21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고(故) 곽예남·고(故) 김복동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유족 등 20명(생존자 4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배소송 선고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각하한다"고 판결했다. 소송 대상으로 적법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건에 대해 판단 내리지 않고 더 이상 재판을 진행하지 않고 종료한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국제사법재판소 판례를 보면 무력 분쟁 중 외국 군대나 이에 협력하는 국가기관의 행위에 국가면제를 인정하고 있다"면서 "과거 일본제국의 위안부 강제동원도 중일전쟁·태평양전쟁 등 무력 분쟁 시기에 군사적 목적으로 실행한 것으로 위법 소지가 있지만 주권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을 상대로 다른 유럽 국가 피해자들이 소송을 냈지만 국가면제를 들어 각하됐다"며 "국가면제에 예외를 인정하면 강제 집행 과정에서 외교적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이용수 할머니 대구 기자회견(2020.5.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이용수 할머니 대구 기자회견(2020.5.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국가면제는 일본 정부가 그 동안 피해자들의 소송에 대해서 줄곧 방어하던 논리였다. 국제 관습상 주권행위는 타국 재판대에 설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일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한일 위안부 합의도 각하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합의 과정에 일본 책임을 규명 못하고 피해자 의견 수렴을 하지 않아 절차적 문제가 있었지만 외교적으로 합의하고 일본 정부가 자금을 출연해 설립된 재단을 통해 피해자 상당수에게 현금이 지급됐다"면서 "유효한 대체 권리 구제 수단"이라고 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즉각 반발했다. 재판 현장에 있었던 이 할머니는 판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너무 황당하다"며 "결과가 좋든 나쁘든 국제사법재판소로 꼭 가겠다. 이 말 밖에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왼쪽)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이 각하 선고 후 법원 앞에서 입장 발표 중이다(2021.4.21) / 사진.정의연
(왼쪽)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이 각하 선고 후 법원 앞에서 입장 발표 중이다(2021.4.21) / 사진.정의연

정의연 등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는 성명에서 "피해자 손을 들어준 지난 1월 판결을 사법부가 스스로 뒤집었다"며 "일본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퇴행적 판결에 참담하다"고 규탄했다. 또 "인권사를 후퇴시킨 재판부는 수치스럽게 기억될 것"이라며 "다시 항소해 진실과 정의를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본 정부는 지난 1월 국내 위안부 피해자·유족 등 12명의 1차 손배소송 선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 1억원씩 배상하라는 한국 사법부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았다. 때문에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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