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숨진 미화원...봉화군, 청소 용역업체 계약 해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1.05.1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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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청와대 국민청원 "노조 가입했다고 갑질, 스트레스 받아"→노동부 조사, 산재 인정
사업주·아들 부당노동행위 4월 유죄 선고...노조 "민간위탁 철회·직고용, 재발방지 대책"


경북 봉화군이 괴롭힘에 시달리다 환경미화원이 숨진 지 열달 만에 청소용역업체와 계약을 끊었다.

18일 봉화군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경북지역지부 말을 종합한 결과, 봉화군은 청소업무를 위탁한 하청업체인 봉화 청소용역업체 (주)00환경서비스와의 계약을 오는 6월 30일자로 종료하기로 했다. 이 업체 50대 청소미화원 노동자 고(故) 김모씨가 숨진 지 10개월 만이다.

"환경미화원 000 편히 잠드소서" 경북 봉화군청 인근 플래카드 / 사진.공공운수노조 경북지역본부
"환경미화원 000 편히 잠드소서" 경북 봉화군청 인근 플래카드 / 사진.공공운수노조 경북지역본부

고인은 이 업체에서 2005년부터 15년 일하다 노조에 가입한 후 괴롭힘과 노조탄압에 시달렸다. 고인은 지난해 6월 30일 퇴사해 닷새 만인 7월 5일 뇌출혈로 쓰려져 숨졌다. 유족은 지난해 7월 1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직장내 괴롭힘에 의한 스트레스로 숨졌다.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유족은 "2018년 아빠가 노조에 가입한 뒤 힘든 회사 생활이 시작됐다"며 "반말, 폭언, 인격 모독, 가족 비하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수시로 시말서를 강요받고 성과급을 핑계로 급여도 삭감했다"면서 "2인 1조 청소 일을 혼자했고 감시로 인해서 화장실도 못가고 물도 못 마셨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 영주지청은 조사를 진행했고 지난해 12월 24일 00환경서비스에 대한 결과를 내놨다. 노동청은 "지속적 노조탄압이 드러났다"며 "업체 대표 아들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민주노총 산하 제1노조가 사내에 생기자 조합원들에게 탈퇴를 회유·종용하고, 급여·인사 등 불이익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인에 대한 상당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한 사실도 나타났다.

근로복지공단도 지난달 2일 "직장 상사의 폭언과 업무외 다른 일 지시, 직원 간의 집단 따돌림 조장 등 극심한 스트레스가 사인"이라는 유족 청구를 받아들여 업무상 산업재해 사망을 인정했다.

"억울한 죽음을 풀어주세요" 유족이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린 글(2020.7.13) / 사진.화면 캡쳐
"억울한 죽음을 풀어주세요" 유족이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린 글(2020.7.13) / 사진.화면 캡쳐

대구지법 안동지원(재판장 조순표)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기소된 업체 대표와 대표 아들에 대해 지난달 13일 대부분 혐의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아들은 징역 10개월, 사업주는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고인에 대한 괴롭힘과 탄압 책임이 아들에게 더 큰 것으로 보고 형량을 정했다.

봉화군은 소송 결과를 보고 계약 해지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가 유죄 선고가 나오면서 계약을 끝냈다.  

'환경미화원 고000 사망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봉화군의 계약 해지 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공공서비스인 청소, 미화 업무를 계속해서 용역업체에 민간위탁하면 이 같은 문제는 또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민간위탁을 철회하고 봉화군이 직고용하고 다시는 노동자들에 대한 직장내 괴롭힘, 갑질, 노조탄압이 없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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