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 족쇄 '국가보안법'...국민 10만명 '폐지' 입법청원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1.05.2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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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일제치안법→국보법, 민주화운동가·정권비판자 대상 70년간 간첩조작·불법수사·인권침해 사건
동의 달성→법사위 회부, 시민단체 "자유억압·차별조장 악법, 유엔도 수차례 폐지 권고...국회 답하라"


제정 73년 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는 국민청원에 10만명이 동의했다.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치안유지법이 국보법으로 유지되면서 70년 넘게 민주화운동가나 정권 비판자 들을 대상으로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고, 차별과 배제·혐오를 조장했다는 게 폐지 청원 이유다. 그 간 억울하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거나 고문, 투옥, 조작사건의 족쇄가 된 국보법은 더 이상 우리 사회에 존재할 이유가 없는 '악법'이라는 주장이다. 동의 10만명 요건을 갖춰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는 20일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에 관한 청원이 지난 19일 오후 3시 21분 기준으로 10만명 동의를 받았다"며 "소관위원회로 청원 원문이 회부되었음을 공지한다"고 밝혔다.

"21대 국회 국보법 폐지하라" / 사진.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
"21대 국회 국보법 폐지하라" / 사진.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

소관 상임위는 법제사법위원회로 법사위는 청원을 회부해 심사한다. 청원을 채택할 경우 본회의에 넘겨 심의·의결을 거친다. 본회의 다수가 동의하면 국보법은 73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처리하는게 맞다고 인정하면 청원을 정부로 넘긴다. 하지만 청원에 공감하지 않거나 실현 불가능,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법사위가 본회의에 넘기지 않고 청원을 폐기한다.

시민단체는 "국회와 정부가 즉각 국민들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청원을 이끈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은 앞서 19일 입장문을 내고 "청원글 게시 열흘만에 청원 10만명 목표를 달성했다"며 "이제는 국회와 정부가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답해야 할 차례"라고 밝혔다. 국민행동은 "청원이 단기간에 달성된 것은 국보법이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자리 잡아서는 안된다는 국민들의 열망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21대 국회는 즉각 응답하라"고 요구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국보법 폐지 청원을 올렸다. 그는 청원에서 "2021년 지금 국보법이 아직도 우리 사회를 규율하고 있다"며 "일제가 급조한 임시 치안법을 근거로 제정된 지 70년 넘게 형사특별법으로서 기능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중정(중앙정보부)→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국정원(국가정보원)으로 이어진 국가 비밀정보기구와 경찰 치안본부·보안수사대, 검찰 공안부는 국보법 위반 사건 수사를 명목으로 수많은 간첩조작, 민간인사찰 행위를 했다"면서 "현재 재심사건들을 통해 불법수사·인권침해가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국보법 폐지 청원 동의 10만명 달성(2021.5.19)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국보법 폐지 청원 동의 10만명 달성(2021.5.19)

역사적 사례를 들어 국보법이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5.18항쟁 배후 조정자로 지목돼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사형 선고를 받았다"며 "선고 이유가 바로 국보법"이라고 했다. 또 "국보법은 독재권력에 저항한 민주화 인사를 고문과 조작으로 가두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게 한 법"이라며 "정치·노동·예술의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고 민주주의 질서를 부정하는 기제로서 평화와 통일에 역행하는 국보법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자리 잡아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국보법'은 국가 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활동을 규제하는 형법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적 표현물 소지·반포, 이적단체 찬양·고무·선전·동조 등 일부 조항이다. 정보기구와 검경은 해당 조항을 근거로 각종 인권침해·조작사건을 일으켰다. 때문에 법을 없애야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위헌 시비도 이어졌지만 헌법소원이 있을 때마다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려 법은 유지됐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1992년, 1999년, 2005년 국보법 폐지를 권고했다. 국가인권위도 2004년 폐지를 권고했다. 국내 정치권 역시 국보법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였지만 없애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신 열린우리당은 2004년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뒤 4대 개혁법안 중 하나로 국보법 폐지를 내세웠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신 한나라당 반대와 열린우리당 내부 분열로 실패했다. 국보법은 13차례 법 개정을 거쳤다.

한편, 한 보수단체 인사는 지난 13일 '국보법 폐지 반대' 청원을 올렸다. 20일까지 2만여명이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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