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보 갇힌 낙동강, 깔따구에 시궁창 뻘..."재자연화"

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 입력 2021.06.1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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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부산 하굿둑에서 구미보까지, '낙동강 종합 건강진단'
환경단체 "썩은 유기물 쌓여 수질오염...4대강사업 이후 4급수, 보 수문 열어 강물 흐르게"


물 밑의 진흙과 모래 등 침전물을 채집하는 기구인 채니기(採泥器)가 경상권 1300만명의 식수원인 낙동강 바닥에서 검은 뻘을 끌어올렸다. 썩은 유기물로 이뤄진 시커먼 진흙에서는 시궁창 냄새가 났다.

달성보 강바닥에서 채토한 검은 진흙. (2021.6.11. 대구 달성군 달성보)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달성보 강바닥에서 채토한 검은 진흙. (2021.6.11. 대구 달성군 달성보)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환경단체가 낙동강 하류에서부터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며 '2021 낙동강 종합 건강진단'을 실시했다. 환경운동연합, 대한하천학회, 낙동강네트워크, 낙동강하구기수생태복원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낙동강 건강 검진단'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부산 낙동강 하굿둑을 시작으로 구미보에 이르기까지 주요 거점과 보 근처 수질과 강바닥 토질의 상태를 진단했다.

부산 사하구에 위치한 낙동강 하굿둑 /  (2021.6.10.낙동강 하굿둑 전망대)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부산 사하구에 위치한 낙동강 하굿둑 / (2021.6.10.낙동강 하굿둑 전망대)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2021 낙동강 종합 건강 진단" 검진단 출범식 /  (2021.6.10.낙동강 하굿둑 전망대)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2021 낙동강 종합 건강 진단" 검진단 출범식 / (2021.6.10.낙동강 하굿둑 전망대)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유병제 대구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이승준 부경대학교 식품영약학과 조교수 등의 전문가도 검진단에 포함됐다.

이들은 지난 10일 낙동강 하굿둑 전망대에서 출범식을 열며 문재인 정부의 낙동강 재자연화 정책을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4대강 재자연화'와 '낙동강 하굿둑 개방을 통한 생태복원'을 약속하고 '을숙도 갈대밭 되살리기', '철새도래지 되찾기' 등을 발표한 바 있다.

낙동강 검진단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설 때 자연성 회복이 중요한 공약 중 하나였다"며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굿둑 뿐 아니라 보개방도 완전 전면 상시개방을 목표로 해 자연성 회복을 이뤄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 낙동강 재자연화 정책을 촉구하고 낙동강의 상태를 살펴 남은 임기동안 어떻게 해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제시에 조사 목적을 둔다"고 설명했다.

검진단은 먼저 기수생태계 복원을 위해 낙동강 하굿둑(부산 사하구)의 개방 현황을 점검했다. 1987년 낙동강에 하류를 댐식으로 가로질러 막은 하굿둑이 생기면서 해안 사구의 변화와 철새도래지의 파괴 등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기수역 생태계가 변화를 겪었다. 낙동강 하굿둑 건설 후 재첩이 사라지고 회기성 물고기인 장어와 연어 등이 생태계 단절로 모습을 감췄다.

채수기에 강의 물을 담아 용존 산소량 등을 측정한다. /  (2021.6.10. 경남 창원 본포취수장 인근)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채수기에 강의 물을 담아 용존 산소량 등을 측정한다. / (2021.6.10. 경남 창원 본포취수장 인근)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채수기가 물을 떠올리기 위해 강 속에 담겼다. / (2021.6.10. 경남 창원 본포취수장 인근)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채수기가 물을 떠올리기 위해 강 속에 담겼다. / (2021.6.10. 경남 창원 본포취수장 인근)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때문에 이들은 '낙동강 하굿둑 수문 전면 상시 개방'을 주장했다. 강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역을 되찾아 수생태계를 복구하고 조수간만의 차를 확보한 뒤 자연적 상태를 회복하자는 취지다.

낙동강 하굿둑은 하구 기수생태 복원을 추진하며 올해 4차례 수문 개방을 통해 해수 유입을 실시한다. 지난 4월 25일부터 5월 21일까지 1차 수문 개방을 시작으로 6월 2차 개방, 8~9월 3차 개방, 10~11월 4차 개방을 통해 지하 수생태 관찰, 교량하천 염분측정, 인근 지역 지하수 측정, 퇴적물 조사, 물고기 이동상황 파악 등 시범 개방운영을 진행한다. 그 후 올해 말 시범운영 종합분석을 통해 2022년 개방방안을 확정해 추진하게 된다.

또 검진단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을 따라 설치된 8개의 보 중에서 6개의 보를 점검하고 하천 유역 수질과 바닥 토질을 점검했다. 낙단보(경북 의성군, 상주시), 상주보(경북 상주시)를 제외하고 하류인 창녕함안보(경남 창녕군, 함안군), 합천창녕보(경남 창녕군, 합천군), 달성보(대구 달성군), 강정보(경북 고령군), 칠곡보(경북 칠곡군), 구미보(경북 구미시)까지가 조사 대상이다.

같은날 오전 창녕함안보 하류에 위치한 본포취수장(경남 창원시 의창구) 인근에서부터 채수와 채토·수질조사 등이 이뤄졌다. 채수기를 1m 수심으로 내리고 퍼올린 물을 비커에 옮겨 담은뒤 현장측정기구를 사용해 용존 산소량을 조사했다. 8.6ppm이라는 수치가 기록됐다. 용존 산소량이란 하천 생물들이 숨을 쉴수 있는 용존산소가 포함된 정도를 가리키며 5ppm미만 일 경우 물고기가 죽기 시작한다. 대체로 0~10ppm 사이의 수치를 기록하며 0에 가까울수록 수질이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채니기로 강 바닥 토질 분석을 위해 흙을 채토했다. / (2021.6.10. 경남 창원 본포취수장 인근)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채니기로 강 바닥 토질 분석을 위해 흙을 채토했다. / (2021.6.10. 경남 창원 본포취수장 인근)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이승준 부경대 교수는 "나쁘지 않은 용존 산소량"이라며 "용존 산소량이 높아야 미생물들이 활발히 분해할 능력을 가지기에 자정능력의 척도이며 유기물이 들어왔을 때 오염물을 잘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바람에 물살이 날렸고 강물은 흐르고 있었다. 강 표면에서 녹조현상이 육안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본포에 이어 함안보 인근 상류에서 채수기와 채니기를 이용해 강물과 강바닥의 흙을 끌어올렸다. 채니기에서 쏟아진 검은 진흙을 장갑 낀 손으로 들어올리자 시궁창 냄새가 났다.

박창근 대구가톨릭관동대 교수는 "3~4m 강바닥의 용존 산소량은 7~8ppm 정도로 측정돼 이전 0ppm에 가깝던 것에 비해서 나아졌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발생한 큰 홍수로 3년 전보다 하천바닥은 조금 개선됐지만 그것은 일시적 현상이고 함안보에 의해 이곳 강바닥은 지속적으로 오염물질이 쌓여나갈 것으로 추측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박 교수는 "까만 흙들이 수질을 좌우할텐데 주로 유기물로 이뤄진 검은 흙이 썩으면 하천바닥의 용존산소가 거의 고갈된다"고 우려했다.

그 후 검진단은 낙동강의 보들로 강물이 흐르지 않고 호수화되면서 '녹조현상'이 발생해 생태계에 악영향을 초래하는 것으로 보고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같은 날 오후 열린 '남세균(cyanobacteria) 시민단체 세미나'에서 남세균 대발생이 환경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짚었다.

남세균(Cyanobacteria, 시아노박테리아)은 남조류라고도 불리며 엽록소를 가지고 광합성을 하는 세균이다. 질소와 인을 주영양소로 삼으며 인은 녹조가 발생하는 요인을 제공하고 질소는 녹조가 잘 자랄 수 있는 먹이 역할을 한다. 농토나 산업폐수, 가축폐수, 비료등에서 질소와 인이 하천으로 유입돼 부영양화가 발생하면 남세균이 빠르게 번식하게 된다.

함안보에서 채수와 채토를 한 뒤 배를 타고 돌아오는 검진단. / (2021.6.10. 경남 창녕군 함안보)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함안보에서 채수와 채토를 한 뒤 배를 타고 돌아오는 검진단. / (2021.6.10. 경남 창녕군 함안보)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함안보 강 바닥에서 채토한 검은 진흙. 시궁창 냄새가 난다. / (2021.6.10. 경남 창녕군 함안보)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함안보 강 바닥에서 채토한 검은 진흙. 시궁창 냄새가 난다. / (2021.6.10. 경남 창녕군 함안보)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이렇게 번식한 남세균으로부터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라는 독성물질이 나오게 되고 이는 다른 미생물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성장을 저해시킨다. 인간의 간에도 치명적 손상을 발생시킨다. 남세균 번식은 인간의 산업·농어활동을 포함한 모든 행위와 온도가 상승하는 기후변화, 강한 빛, 느린 유속 등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남세균에 대해 이승준 부경대 교수는 '예측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미국의 경우 드론을 이용 미세파장을 강에 반사시켜 전체 구간을 분석하고 다발지역을 모니터링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통한 녹조 경고 시스템이나 레저활동 제한 등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며 "녹조를 미리 에측할 수 있도록 강의 녹조 다발지역 지도와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남보다 상류에 위치한 대구경북지역의 낙동강의 수질은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일 도동서원(대구 달성군 구지면) 인근 하천에서 채수·채토를 진행하자 환경부가 지정한 4급수 수질 지표종인 길이 1cm 깔따구가 발견됐다. 박창근 교수는 "깔따구가 발견됐다는 것은 강바닥 지역이 4급수가 됐다는 것"이라며 "환경부 지침에는 4급수가 되면 먹는 물 공급을 제한하게 돼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낙동강 전역이 4급수가 돼간다면 이 물을 국민들이 먹게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박 교수는 "4대강 사업이후 매년 여름철 낙동강이 4급수가 돼버린다"며 "4대강 사업전에는 여름철 2~3급수였던 것이 지금은 3~4급수로 한 급수 더 악화됐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확실하고 경제적인 방법은 결국 수문을 열어서 물 흐름을 확보하는 것 뿐"이라며 "고여있는 물을 흐르게 해서 4급인 물을 적어도 3급으로 낮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검진단은 경남에 이어 경북에서도 낙동강 종합진단을 이어갔다. / (2021.6.11. 경북 고령군 강정보)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검진단은 경남에 이어 경북에서도 낙동강 종합진단을 이어갔다. / (2021.6.11. 경북 고령군 강정보)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강정보 강바닥에서 채토한 흙. 마찬가지로 유기물이 썩어 검게 변했다. / (2021.6.11. 경북 고령군 강정보)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강정보 강바닥에서 채토한 흙. 마찬가지로 유기물이 썩어 검게 변했다. / (2021.6.11. 경북 고령군 강정보)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달성보와 고령보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달성보 인근과 고령보에서도 강바닥에서 검은 진흙이 올라왔다. 달성보에서 채집한 강바닥 흙을 보며 박 교수는 "함안보에 비해 달성보 강바닥 재질이 좀 더 오염된 것으로 보인다"며 "아마도 함안보가 달성보보다 수문을 좀 더 열었기에 이같은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추측한다"고 설명했다.

또 강정보 앞에서 그는 "강정보 인근 강 바닥은 오염된 진흙으로 보인다"며 "주로 하수처리가 제대로 안됐을 때 떠내려오는 오염물질이 유속이 느려지니 가라앉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시궁창냄새가 나는 뻘들로 강바닥이 코팅돼있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이 상태는 오염된 유기물이 계속 썩어간다는 말이고 그럴 경우 강바닥에 무산소층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유병제 대구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는 "강정보에서 4급수 생태종이 발견되지 않은 것은 산소가 없기에 그 생물들조차 살지 못하는 환경으로 본다"며 "무산소 상태에 사는 생물종을 검출하는게 나을정도"라고 꼬집었다.

한편, 환경단체의 '낙동강 종합 건강진단'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이어지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4대강 재자연화' 공약 이행을 지켜보며 3년간 중단됐다. 그러나 임기말까지 정책시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환경단체는 조속한 낙동강 재자연화를 촉구하며 '2021년 낙동강 종합 건강진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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