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투기자본 횡포에 신음하는 국민과 함께 해주십시오."
대구 달성공단 한국게이츠 해고 사태 1년째인 25일. 해고노동자 김종욱(54)씨가 대구를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곽상도(중구남구) 국회의원에게 자필로 쓴 절박한 편지다. 김씨를 포함한 한국게이츠 해고자 19명은 올 2월부터 5개월째 대구 국회의원 12명의 지역구 사무실로 매달 편지 호소문을 띄우고 있다.
특히 "한국 공장은 폐업하고 한국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면서 판매법인을 통해 현대자동차로 계속 남품해 돈은 벌어가고 있다"며 "이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물었다. 그러면서 "노동자 편을 더 들어달라는 게 아니라, 거대 외국자본 횡포에 시달리는 국민을 보호해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면서 "당장은 법과 제도가 없다고 하는데 앞으로 달라져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이어 "코로나19로 모두 힘든 시기,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은 노동자 이야기에 귀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150여명의 노동자들은 순식간에 해고됐고 여기저기로 뿔뿔이 흩어졌다. 다만 해고노동자 19명만이 사측의 일방적인 공장폐업과 해고통보에 문제를 제기하며 여전히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대주주인 한국게이츠는 1년 전 "코로나 대유행과 전세계 구조조정 일환으로 한국 공장을 철수한다"고 알렸다. 법률대리인 '김앤장'을 고용해 노동자들에게 희망퇴직 절차를 밟았다. 달성공단 공장 부지는 최근 매각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들을 반발했다.
폐업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금속노조 한국게이츠지회(지회장 채붕석)는 최근 3년간 매출과 순이익을 예로 들었다. 2017년 매출 1,004억원 중 순이익 77억원, 2018년 매출 923억원 중 순이익 47억원, 2019년 매출 860억원 중 순이익 45억원, 매년 흑자를 봤는데 갑작스런 폐업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 폐업 이후 핵심 부서 일부 인력을 게이츠 판매법인 '(주)게이트유니타코리아'에 고용승계한 것도 문제 삼았다. 일시 폐업 후 새 기업을 설립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때문에 노조는 "전형적인 외투기업의 먹튀(먹고 튄다의 줄임말)", "위장폐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구시와 정치권 외면에 해고자들은 마지막으로 법원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해고자 19명은 지난 4월 23일 대구지법 서부지원에 한국게이츠 대표 청산자 데이비드 위스니우스키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청구' 민사소송을 냈다. 소장에서 "해고 처분은 노조를 와해시킨 후 기존 사업을 유지하려는 위장폐업의 일환으로 근로기준법(제23조 제1항 및 제24조) 위반"이라며 "노조 혐오에서 비롯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제81조 제4호 부당노동행위)과 민법(제750조)을 어긴 불법행위"라고 했다.
채붕석 한국게이츠노조지회장은 "해고자들을 경제적, 사회적으로 고립시켜 1년 넘게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가족들은 생계의 어려움으로 거리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자체와 정치권 그 누구도 복직을 도와주지 않고 방관만 하고 있다"면서 "다시는 먹튀·위장폐업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회는 '외투 먹튀 방지법'을 제정하고, 사회적 안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사측·노조와 만나 이야기 했고 방안을 찾고 있다"며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들과 만나 업계의 고충을 듣고 대안을 마련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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